美 애리조나 당국, 선거 당일 투표기 오작동 조사 착수

한동훈
2022년 11월 21일 오후 1:25 업데이트: 2022년 11월 21일 오후 1:25

州 법무부 공정선거팀, 지역 선관위에 답변 요구

미국 중간선거 당일 투표기 오작동으로 수십여 곳에서 선거 차질이 빚어진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애리조나주의 검찰총장(법무장관 겸직) 직속 공정선거팀(Elections Integrity Unit)은 선거일이었던 지난 8일 투표기 오작동 등에 관한 답변을 요구하는 서한을 마리코파 카운티 당국에 보냈다.

제니퍼 라이트 법무차관은 마리코파 카운티 검찰청 민사과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선거일 이후 수백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며 “이번 민원에는 마리코파 카운티의 선거법 준수를 놓고 사법처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직접적인 목격자 진술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애리조나는 이번 중간선거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다.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상원 수성이냐, 공화당의 탈환이냐를 좌우할 승부가 펼쳐졌다. 주지사 선거도 민주당 케이티 홉스와 공화당 캐리 레이크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마리코파는 애리조나 전체 인구 715만 명(2020년 인구조사 기준) 중 442만 명(약 61.8%)이 사는 최대 인구 거주지로 선거 결과를 크게 좌우해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이 지역은 지난 2020년 대선 때도 선거 관련 논란으로 재검표가 이뤄진 곳이기도 했다.

이번 중간선거 때, 마리코파 카운티에서는 전자투표장비가 유권자의 기표가 완료된 투표지를 인식하지 못해 선거가 수 시간 이상 지연되거나 투표지를 별도 보관 후 수작업 개표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카운티 선관위에 따르면, 투표지 인식 오류는 전체 223개 투표소 중 최소 60곳에서 발생했으며 투표용지 출력장치(프린터) 설정 이상이 원인이었다. 이로 인해 선거 당일 현장투표 1만7천 표 이상이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라이트 법무차관은 서한에서 “선거에 참여한 임시직 근로자들이 서명해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선거 하루 전날 실시한 출력장치 테스트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어 “전날 밤 테스트를 통과한 장비들이 다음 날 투표 시작 후 30분도 안 돼 오작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선거팀의 요청에 따라 ▲투표용지 프린터 혹은 투표(용)지에 문제가 발생한 투표소 명단 ▲각 투표소에서의 개별적 이상 상황 보고 내역 ▲투표용지 프린터 혹은 유권자 정보 입력 장치에 관한 모든 이상 상황 보고 내역 ▲투표용지 프린터 설정 변경 기록(로그) 및 마리코파 카운티의 장치 설정 지침 등의 제출을 요구했다.

공정선거팀는 또한 투표장비 오작동으로 유권자들에게 임시 투표용지를 나눠주거나 다른 투표소로 가도록 안내한 경위 등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 혐의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다.

당시 유권자나 임시직 선거 진행 요원들에 따르면, 선관위는 유권자들에게 문제가 생긴 투표지의 처리를 안내하는 과정에서 적절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권자들은 투표장비가 인식하지 못한 투표지를 집계장치의 ‘3번’ 상자에 넣도록 지시받았는데, 일부 투표소에서는 이 상자에 기표되지 않은 투표용지와 기표된 투표지가 섞여 들어갔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집계되지 않은 표를 검은 비닐에 담아 보관한 투표소도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라이트 차관은 “애리조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마리코파 카운티 당국의 관리하에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철저한 설명과 조사결과를 받아볼 자격이 있다”며 이달 28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 이 기사는 애리조나주 담당기자 앨런 스타인이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