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판 향신료 대부분서 ‘발암물질·중금속’ 검출

김연진
2023년 03월 30일 오전 10:55 업데이트: 2023년 03월 30일 오전 10:55

미국 일반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향신료 및 조미료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제기됐다.

현지 매체가 시중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샘플 조사한 결과, 대부분에서 ‘중금속’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공개된 에포크TV ‘팩트매터'(Facts Matter)는 시판 향신료 126종의 제품을 심층 분석한 미 ‘컨슈머리포트’의 보고서 내용을 소개했다.

‘컨슈머리포트’는 쿠민, 고춧가루, 오레가노, 바질, 생강 등 미국 마트에서 유통되는 각 향신료의 대표 브랜드 5~10종씩을 선정해 중금속 등 오염물질 안전성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표본 가운데 약 1/3에서 우려되거나 위험한 수준의 중금속이 검출됐다.

해당 보고서는 “테스트한 제품 중 약 1/3인 40개 제품에서 비소, 납, 카드뮴이 상당히 높게 검출됐다”며 “일반적으로 제공되는 양을 섭취할 경우 아이들, 성인들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높은 중금속 함량을 예측할 만한 지표는 단 하나도 없었다”며 “예를 들어, 상표명이라든지 ‘유기농’ 표시, ‘국산’ 표시 여부와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테스트된 향신료들 가운데 31종에서는 납 함유량이 하루 섭취 허용치를 초과할 정도로 높게 나왔다”며 우려를 표했다.

에포크TV ‘팩트매터'(Facts Matter)

해당 보고서는 향신료의 중금속 오염에 대한 원인을 분석했다.

이번 심층 분석에 참여한 화학 전문가 중 한 명은 “이러한 오염의 많은 부분이 향신료 재배지 내지는 제조 과정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또 “물이나 토양이 자연적으로 중금속을 함유했거나, 농약 및 산업 활동으로 오염된 경우 중금속이 검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미국 향신료 협회 측도 “허브와 향신료를 재배하는 환경에 중금속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완전히 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어 “협회에서 최근 진행한 위험 분석에 따르면, 1~6세 아동에게서 향신료로 인한 납 노출은 식단에서 0.1퍼센트 미만을 차지한다”며 “성인의 경우에도 향신료는 식단의 매우 적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위험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협회 측의 이런 주장은 각 향신료 제품 사이의 오염 정도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또한 협회 측은 향신료에 함유된 중금속이 극히 소량이기 때문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컨슈머리포트’ 보고서는 그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보고서는 “납, 비소, 카드뮴은 적은 양으로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이며 인지 및 생식 능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아이들의 경우 지능 저하,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2형 당뇨병 및 기타 건강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에포크TV ‘팩트매터'(Facts Matter)

이어 “중금속은 축적 효과가 있어서 몸에서 쉽게 제거되거나 대사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평생 몸에 남아있게 된다”며 “이는 성인에게도 좋지 않지만, 뇌가 발달 중인 아이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8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주간 보고서에 공개된 연구에서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납중독에 걸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 수집한 허브와 향신료 표본 22%에서 납 함유량이 높게 검출되었다”는 내용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팩트매터’는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심각한 상황”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부스터샷 접종 권고에 매년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오염물질 테스트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팩트매터’에 따르면 향신료 산업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자체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FDA의 식품 안전성 테스트는 중금속 오염물질이 아닌 살모넬라 등 유해 세균에 한정되어 있다.

끝으로 ‘팩트매터’는 “FDA가 중금속에 대해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이상은 안 된다’는 전국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연구에서 언급된 브랜드 전체 목록을 살펴보고, 문제가 있는 제품은 교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