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셰일가스 산업, 바이러스에 유가전쟁까지…험난한 생존 게임

캐시 허
2020년 03월 27일 오후 3:29 업데이트: 2020년 03월 27일 오후 3:29

(뉴욕=에포크타임스 허민지 통신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과 맞물려 중공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이 미국 셰일가스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최상위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공급량을 늘리고 원유 시장에서 패권을 잡기 위해 유가 전쟁에 돌입하자 미국 셰일 기업은 줄줄이 생산량 감축을 결정했다.

양국이 감산 협상을 놓고 수일 내에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유가 급락으로 자금 흐름이 나빠져 미국 셰일 업체들은 파산 위험까지 직면하게 된다.

2018년 미국은 러시아와 사우디를 제치고 45년 만에 세계 최대로 올라섰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저유가와 과잉 개발로 셰일 기업들은 이미 막대한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중공 바이러스 확산은 세계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으면서 유가 수요량 또한 급감했다.

25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23달러로 1월 이후 60% 이상 하락했다. 세계 원유의 기준가격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29달러로 전년 대비 57% 하락했다.

달라스 연준(Fed)의 에너지 조사에 따르면 셰일 생산자들의 평균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50달러 정도다.

수압 파쇄와 수평 시추의 조합이 이뤄낸 ‘셰일 혁명’으로 미국은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국가가 됐다. 고압의 액체를 이용해 셰일 지층을 부수고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수압 파쇄법’으로 더 많은 석유와 가스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셰일 혁명은 지난 10년간 미국의 생산량을 크게 끌어올렸고, 더 이상 안보를 위협받으며 중동에서 막대한 원유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게 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19년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63%가 셰일 오일 자원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사우디 vs 러시아 ‘자존심 게임’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국들은 중공 바이러스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4월 하루 생산량을 150만 배럴로 감산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추가 감산에 동의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감산 거부, 이후 10일 사우디 또한 4월부터 원유 공급량을 123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970만 배럴을 훨씬 웃도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아랍에미리트(UAE)도 덩달아 원유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다.

시카고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선임 에너지 분석가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이 “자존심 게임이 되고 있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한쪽 아니면 양쪽(사우디와 러시아) 모두 미국 셰일(사업)을 침몰시키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면서 “그들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수요 붕괴가 사상 최고조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이 일(과잉 생산)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플린 분석가는 “유가 전쟁으로 미국 셰일 산업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며 “유가가 한 자릿수 수준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셰일 기업이 파산할 수 있고, 러시아나 OPEC에 시장점유마저 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의 주요 목표가 “세계에 값싼 석유를 덤핑해서 미국의 셰일을 가라앉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시추 및 채굴 활동 감소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향후 15개월 동안 140만 배럴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자본적 지출(capex)은 2019년에 비해 35%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2000년대 후반 미국의 셰일 혁명을 개척하는 데 일조했던 체서피크 에너지 사는 최근 채무 재조정 고문을 고용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회사는 약 90억 달러의 부채로 고전하고 있으며 연초 이후 주가가 75% 이상 떨어졌다.

 

실직

최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기업들이 시추 장과 장비를 폐쇄해서 텍사스 주민 수만 명이 해고되고 있다.

석유 공급망을 짊어지고 있는 여러 회사도 중공 바이러스와 유가 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채굴 기업 핼리버튼은 휴스턴 본사 직원을 약 3500명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석유 생산업체들이 생산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은 현재 유가로 미국의 셰일 기업이 호황으로 들어서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은 현금 흐름 내 지출을 요구하고 있고 외부 자금 조달도 제한됨에 따라 셰일 기업이 채무 만기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셰일 생산량의 관건은 결국 유가다. 저유가로는 투자액이 늘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 관리 회사 직원은 에너지에 투자된 자금으로만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도 중국도 전략 비축유

지난 19일 트럼프 행정부는 재난의 위기에 처한 미국 중소형 석유 기업으로부터 3천만 배럴 상당의 원유를 구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 행정부는 전략 비축유 용으로 미국산 원유로 총 7700만 배럴을 구입할 계획이다.

중국도 러시아산 석유를 기록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국제 유가와 관련해 시장의 석유 과잉을 막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관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저유가가 어떤 면에서 우리 소비자는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훌륭하고 대규모의 산업을 해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저유가는 러시아에는 매우 파괴적이고 사우디 아라비아에는 매우 나쁘다”면서 적당한 시기에 관여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