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中과 관계 감춘 하버드 교수에 벌금·가택연금 선고

에바 푸
2023년 05월 1일 오전 11:34 업데이트: 2023년 05월 1일 오후 1:16

찰스 리버 전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장
6개월 가택연금에 1억1천만원 벌금까지

돈을 받고 중국 정부에 협력한 미국의 저명한 과학자가 미 법원으로부터 형사 처벌을 받았다.

지난 26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은 찰스 리버 전 하버드대학교 화학·생물학과장에게 6개월의 가택 연금과 2년간의 보호 관찰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총 8만3000달러(한화 약 1억1105만원) 이상의 벌금·배상금 납부도 명령했다.

앞서 미 검찰은 리버 전 학과장에게 가택 연금이 아닌 3개월의 징역 및 1년의 의무 가석방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리버 전 학과장 측 변호인은 64세인 피고인이 10년 동안 혈액암으로 투병한 사실을 들어 징역형만은 피할 수 있도록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리버 전 학과장이 체포당해 이틀 동안 구치소에 수감된 후 면역력 저하로 염증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검찰 측은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권장 형량이 가이드라인보다도 훨씬 낮다면서 리버 전 학과장의 경우 교도소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반발했다.

제이슨 케이시 검사는 “(리버 전 학과장이 한 일은) 오랜 기간 법을 심각하게 무시한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판결에 따라 리버 전 학과장은 첫 6개월은 가택 연금된 뒤 2년간 보호 관찰을 받게 됐다. 리버 전 학과장은 이번 선고 전 미 국세청에 배상금을 납부했다.

재판이 끝난 뒤 변호인은 “우리는 정의가 실현된 결과에 기쁘다”며 판사의 결정에 만족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우한이공대-하버드대 나노 핵심 연구실 앞의 찰스 리버 전 학과장|미국 법무부

기만의 패턴

리버 전 학과장의 이번 재판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에 시작된 ‘차이나 이니셔티브’에서 가장 주목받는 수사 결과 중 하나다.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미 법무부가 중국의 산업·경제 스파이 활동 및 기술 절취를 근절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나노 기술 분야 권위자인 리버 전 학과장은 지난 2011년부터 수년 동안 이른바 ‘천인계획(千人計劃)’이라 불리는 중국 정권의 해외 인재 영입 프로젝트에 참가, 매달 5만 달러 외에도 연간 경비 15만8000달러를 받아온 사실을 숨겼다.

중국 교육부 산하의 우한이공대학과 계약한 리버 전 학과장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우한이공대학 전용 논문을 발표하고, 중국 학생들을 미 하버드대 연구실에 수용하는 작업 등을 수행했다. 그뿐만 아니라 하버드대와 상의 없이 우한이공대-하버드대 나노 핵심 연구실을 설립했다.

검찰에 따르면 리버 전 학과장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우한이공대학을 수차례 방문했으며 그때마다 중국 정부는 최대 2만 달러의 현금을 100달러짜리 지폐로 지불했다. 중국 현지 은행에 리버 전 학과장 명의의 계좌도 개설, 리버 전 학과장이 방문할 때마다 계좌에도 같은 금액을 입금해 줬다.

이런 가운데 리버 전 학과장 연구실은 미국의 민감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목적으로 2008년부터 총 1800만 달러에 달하는 연구비를 미 연방 기관으로부터 받았다.

리버 전 학과장은 2020년에 기소됐으며 하버드대는 휴직 처분을 내렸다. 이후 2021년 해외 계좌 은닉, 허위 납세 신고, 허위 진술 등 6건의 중범죄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리버 전 학과장은 휴직 처분이 내려진 지 2년 만인 올해 2월 하버드대에서 은퇴했다.

케이시 검사는 리버 전 학과장이 연금 혜택을 거의 다 받고 은퇴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학교와 연방 당국의 신뢰를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케이시 검사는 또 “고의적으로 반복해서 거짓말을 한 리버 전 학과장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꺼이 남을 속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리버 전 학과장의 범죄는 수년에 걸쳐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 “뛰어난 지적 능력과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사람으로서 리버 전 학과장은 자신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한편 리버 전 학과장은 노벨상을 받고 싶었던 마음이 중국 정부에 협력한 주된 동기였다고 인정했다.

리버 전 학과장은 이날 법정에서 판사를 향해 “진심으로 후회하고 책임을 지겠다”며 자신의 커리어에 집중하느라 특정 문제를 간과하고 실수를 저질렀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