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 中 공산당 공작원 5명 기소…“미국 선거 개입시도”

김윤호
2022년 03월 17일 오후 5:07 업데이트: 2022년 03월 21일 오후 4:08

공작원들, 미국 내 중국계, 감시·괴롭힘·비방
지역 경선에 출마한 후보 낙선운동·압력까지

미국 법무부가 미국 내에서 중국계 이민자들을 감시하고 괴롭히며, 낙선운동을 벌이며 정치개입까지 시도한 중국인 5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중국에 대한 비판을 침묵시키려 난폭한 행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법무부는 16일(현지시각) 뉴욕 동부지역 검찰이 중국 정보요원 하수인으로 추정되는 중국계 남성 5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은 공산당을 비판하는 인사들을 위협했으며, 선거 개입까지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지역 검찰은 중국인들 다수가 거주하는 브루클린과 퀸스를 관할한다.

매튜 올슨 법무부 국가안보 차관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미국 내에서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려 했음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올슨 차관보는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용어를 명확히 사용했다.

기소된 5명 중 한 명인 중국인 린치밍(59)은 중국에 거주하면서 전화와 온라인 등으로 뉴욕의 한 사립 탐정을 고용해, 롱아일랜드 지방의회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려는 중국계 미국인 슝옌 낙선운동을 공모했다.

슝옌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학생지도부의 일원으로, 이후 미국으로 건너왔다. 최근에는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등 미국에서 반(反)공산당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법무부 기소장에 따르면, 린치밍은 민주당 후보경선에 나선 숭옌을 떨어뜨리기 위해 성매매, 탈세, 아동 포르노 소지 등과 엮은 정치적 스캔들을 퍼뜨리려 했다.

슝옌의 선거캠프에 매력적인 젊은 여성을 자원봉사자로 침투시켜 성적으로 유인하거나 성매매를 제안하는 방안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자동차 사고를 일으켜 아예 출마 불능상태로 만들려고도 했다.

린치밍은 중공 최고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장기간 근무하고 퇴직한 인물로 상당한 자금력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립탐정이 “착수금으로 4만달러(4800만원)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돈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4명은 로스앤젤레스에서 거주하며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판을 담은 미술 작품을 훼손하려 하거나 뉴욕 퀸스에서 중국 민주화 조직 결성을 도와주면서 뒤에서는 반체제 인사, 인권운동가, 후원자들의 명단을 수집해 중공 국가안전보위부에 넘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중국 민주화 활동을 벌이는 인사들의 개인정보를 얻기 위해 세무당국에 뇌물을 제공하려다 덜미가 잡힌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신분도 다양했다. 기소된 5명 중 한 명인 프랭크 류는 뉴욕시에 위치한 미디어업체 사장이었으며, 매튜 지브리스는 플로리다주에서 교도관과 경호원 생활을 한 경력이 있다. 제이슨 쑨은 글로벌 기술기업 직원이다.

특히 방문학자 출신으로 미국에 정착한 왕수쥔은 퀸스의 중국계 커뮤니티에서 민주당 관련 조직 창설에 도움을 주며 ‘정보’를 수집했다.

뉴욕 검찰에 따르면, 왕수쥔은 2015년부터 중공 국가안전부의 지시를 받으며 은밀한 활동을 해왔다. 평소 중국 공산당을 반대하는 발언이나 강연, 기고활동을 벌이며 반중 시위에도 참가해 정체를 위장했다.

현재 프랭크 류, 매튜 지브리스, 왕수쥔은 체포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으며 중국에 있는 린치밍과 달아난 제이슨 쑨 등 2명은 수배 중이다.

뉴욕 동부지역 검찰의 레온 피스 검사는 “이번 기소를 통해 중국 비밀경찰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을 뿐인 미국 국민을 괴롭히고 감시하는 등 끔찍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라고 밝혔다.

FBI의 방첩 부국장인 앨런 콜러는 “중국 국가안전부는 정보수집만 하는 기관이 아니다. 중국(중공) 정부의 ‘언론 자유를 제한하고, 반체제 인사를 공격하고, 공산당 권력을 수호하는’ 노력을 집행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콜러 부국장은 “이를 해외에서 실행하는 것은 주권침해이자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이번 기소는 중국 국가안전부와 다른 외국 정보기관에 경고가 될 것이다. 미국 내에서 그들의 (인권) 탄압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데이트 : 린치밍은 중국 국가안정보위부 퇴직 후 중국에 계속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