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검찰, 사이버 공작활동 혐의로 中 공안 34명 기소

정향매
2023년 04월 20일 오후 10:52 업데이트: 2023년 04월 20일 오후 10:52

미국 법무부가 ‘가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자국 거주자를 협박하고 괴롭힌 혐의’로 중국 공안(경찰) 34명을 재판에 넘겼다. 브루클린 연방법원은 혐의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미국 뉴욕동부연방검찰청은 현지 시간 4월 17일, 브루클린연방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서 “바이윈펑(白雲鵬·천즈천(陳之琛)·가오차이난(高彩楠)·가오훙팅(高宏亭)·후샤오후이(呼嘯慧)·황춘후이(黃春暉)·진이(金乙)·쥐창(居强)·리바오룬(李博倫)·리쉬안(李軒)·리쉐양(李雪陽)·리저펑(李哲峰)·량솽(梁爽)·린위충(林玉瓊)·류자오시(劉朝夕)·먀오스후이(苗世輝)·스량톈(史糧田)·쑹양(宋楊)·쑹양(宋陽)·탄진옌(覃金燕)·왕춘제(王春傑)·왕스펑(王士朋)·원젠쉰(温建勳)·시숴(西碩)·시웨(襲岳)·쉬야난(徐亞楠)·쉬전(徐震)·쉐원펑(薛文峰)·양다린(楊大林)·양먀오(楊淼)·인이나(尹貽娜)·위먀오(余苗)·장디(張迪)·저우궈창(周國强)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고의로 해외 거주자들에게 협박 문자를 발송하고 초국가적 괴롭힘 행위를 저질렀다. 혐의자들은 베이징에 있는 각 공안부 부처 직원으로 현재 모두 중국에 있다.”고 밝혔다(공소장).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자들은 모두 중국 공안부의 이른바 ‘912 특별 프로젝트 실무그룹(이하 912그룹)’ 소속이다. 이번 기소로 인하여 중국 당국이 수년간 운영해 온 ‘사이버 공작 댓글 부대’의 조직 구성, 공작 방식 등도 밝혀졌다.  

미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조사에 의하면 912그룹은 24시간 가동되는 ‘사이버 공작 태스크포스팀(TF)’이다. 주 업무은 SNS상에서 중국 정부와 중국 공산당, 공산당 지도자에 유리한 게시물을 게시하고 미국 등 중국이 이른바 ‘적’으로 간주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영향력을 약화하는 게시물을 유포하는 것이다. 때로 해외 거주 중국 출신 반체제 인사를 협박하고 괴롭히기도 한다.

912그룹은 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 등에서 수천 개에 달하는 가짜 계정을 생성해 운영한다. 

912그룹은 지난 몇 년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공작부와 협력해 코로나19 확산, 홍콩 민주화운동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국 내 항의 운동, 2020년 미 대선 등 광범위한 주제의 SNS 게시물을 유포했다. 다음은 몇 가지 실례다. 

2021년 8월, 912그룹은 ▲“미국이 중국·베트남·싱가포르 등 3국 관계를 갈라놓기 위해 남중국해에서 분쟁을 일으킨다.”고 폭로·비판하고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미국의 국제적 평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조롱하고 “중국은 지역과 세계의 평화·안정·발전을 유지하기 위해 책임지는 국가”라고 홍보하는 임무 등을 수행했다. 

2022년 5월, 912그룹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2주년을 기회 삼아 미국 내 사법 집행의 잔인성, 인종 차별, 기타 사회 문제를 폭로하는 임무를 받았다. 이후 SNS 계정에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미국 법 집행 기관의 인종 차별을 고발하는 콘텐츠를 대량으로 게시했다. 

2022년 7월, 912그룹은 “미국 중간선거 이슈를 이용해 미국식 민주주의를 비판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룹이 운영하는 SNS 계정은 그때부터 중간선거가 치러진 2022년 11월까지 지속적으로 공화당·민주당 양당을 겨냥하여 “반민주주의적”이라는 내러티브를 확산시켰다. 이들 계정은 다량의 게시물을 통해 양당의 분열과 갈등을 강조했다. 아울러 “선출된 지도자들은 미국식 민주주의의 ‘위선’을 드러내는 부패한 기회주의자.”라고 주장하며 “누가 실제로 유권자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 공안부 ‘912 특별 프로젝트 실무그룹’ 소속 공안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에서 수천 개에 달하는 가짜 계정을 생성, 운영하고 있다. | 미 법무부 공소장

이 밖에도 912그룹은 미국인들이 부지불식간에 중국 당국의 프로파간다를 전파하는 대리인 역할을 하도록 유도한다. 

FBI는 912그룹에 소속된 중국 공안들이 SNS상에서 중국의 입장에 공감하거나 지지를 표시한 네티즌 몇 명에게 “중국 당국의 콘텐츠를 홍보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들 공안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종교단체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그룹에도 다수 가입한 것으로 공소장에 명시됐다. 

공소장에는 912그룹의 조직 구성도 설명했다. 

912그룹은 중국 공안부 산하 제1국, 제5국, 제11국이 파견한 공안들로 구성돼 있다. ‘궈바오(國保)’라 불리는 공안부 제1국 ‘정치안전보위국(政治安全保衛局)’은 중국 당국과 중국 공산당을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사람, 또는 잠재적으로 위협이 되는 사람을 탄압·검열하는 비밀 경찰조직이다. 제5국 ‘형사정사국(刑事偵查局)’은 범죄 수사 전담국이다. ‘왕안(網安)’이라 불리는 제11국의 공식 명칭은 ‘사이버안전보위국(網絡安全保衛局)’이다. 

912그룹에 발탁된 공안들은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중국의 베이징·상하이·톈진·충칭 등 4대 직할시를 비롯하여 모든 성(省)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912 특별 프로젝트 실무그룹’ 공안들이 사용하는 사무용 노트북과 휴대전화 기기. | 미 법무부

사무실에는 사무용 장비 외에도 숙식 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요원들은 24시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긴급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24시간 업무를 수행한다. 당직팀은 일반적으로 4~10명으로 구성되지만 민감한 사건이 발생한 시기에는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위구르족, 티베트인, 파룬궁 수련자,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반체제 인사, 대만 독립주의자 등 5가지 부류의 사람과 관련된 사건을 ‘민감한 사건’으로 간주하고 특히 1989년 6·4 톈안먼 사건, 각종 종교 활동 관련 정보 유통에 대해서 민감하다.”고 공소장은 전했다.   

FBI가 입수한 912그룹 구성원들의 내부 소통 기록에 의하면 이들은 자신들이 ‘중국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할아버지는 중국을 위해 전쟁터에 나갔다. 나는 중국(공산당)을 위해 온라인 활동을 한다.”는 내용의 만화가 구성원들 사이에서 널리 공유되고 있다. 

“할아버지는 중국을 위해 전쟁터에 나갔다. 나는 중국(공산당)을 위해 온라인 활동을 한다.”는 내용의 만화가 구성원들 사이에서 널리 공유되고 있다. | 미 법무부

이에 브레온 피스 뉴욕 동부연방검찰청 검사는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싫어하는 방식으로 언론 자유를 행사하는 미국 거주자를 공격하고 허위 정보와 선전을 퍼뜨려 미국의 내부 분열을 일으키려고 한다. 이를 위해 중국 공안부는 912 특별 프로젝트 실무 그룹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매튜 올슨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은 “이 사건들은 미국 법률에 위배되며 민주주의 가치와 기본 인권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비판했다. 

케로 로나우 연방수사국 방첩담당 부국장 대행은 “연방수사국은 이러한 치밀한 수사를 통해 미국 내 통신 플랫폼과 가짜 SNS 계정을 통하여 정치적, 종교적 발언을 검열하고 개인을 억압하려고 하는 중국 공산당의 전방위적인 활동을 밝혀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