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악관, 5G 네트워크에 화웨이 장비 허용한 영국에 “국가기밀 유출 위험” 경고

보웬 샤오
2019년 12월 25일 오후 10:45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43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세대(5G) 통신망을 구축하려는 영국에 국가 안보의 위협이 될 것이라며 다시 한번 경고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5G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면 영국 시민의 개인 정보나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국 공산당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중국은) 영국의 핵무기 비밀이든 MI6(비밀정보청)이든, 혹은 MI5(정보국)이든 간에 국가 기밀을 유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좌관은 “영국이 화웨이를 일종의 상업적인 문제로 보는 것이 우리에게 다소 충격적”이라면서 “5G는 국가 안보에 대한 결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관리들도 영국에 화웨이 장비 보이콧을 촉구했었다. 지난 10월 마이클 브라운 국방부 국방혁신실험 사업단 단장은 중국의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2025 계획으로 미국 기업들이 어떻게 피해를 볼지 언급했으며, 중국이 유전공학 등 신흥 기술을 선도하려는 노력을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영국은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지난 4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화웨이를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 정부 내 반발을 샀다. 그 후 10월 말 영국 선데이타임즈는 정부와 보안 당국의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정부가 화웨이가 영국 5G 통신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의 후임으로 7월에 취임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보이콧 압박에 대해 시간을 갖고 결정하겠다고 답했었다. 존슨 총리는 조만간 화웨이의 5G 통신망 금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공산 정권이 수집한 자료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한 사람의 모든 정보를 얻고 게놈(Genome, 유전물질을 담고 있는 한 쌍의 염색체)까지 얻게 된다면 결혼도 시킬 수 있고, 그 정보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권위적인 상태가 된다”며 “왜 영국이 그러한 프로그램에 등록하려 하는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유럽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의 동맹국이 화웨이 (장비)를 그들의 나라로 들이는 것은 트로이 목마를 들여오는 것과 같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5G 통신망 핵심 장비 대부분은 소수의 공급 업체에서 조달되는데, 화웨이가 가장 큰 규모의 업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아지트 파이 위원장은 화웨이 부품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공급업체가 만든 장비”라고 평가했으며, 각 나라가 감시 및 간첩 행위 등 기타 위험 요소에 문을 열어줄 수 있을지가 미국의 ‘주요 관심사’라고 언급했다.

파이 대변인은 지난 5일 국제 정치 전문 씽크탱크인 외교관계협의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에서 그동안 미국 관리들은 외국의 정보통신 장비 공급자들이 악성 코드를 주입하거나, 개인 정보를 훔칠 수 있는 라우터나 기타 장비에 ‘백도어’를 숨길 수 있음을 오랫동안 우려하고 경고해 왔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크랫시오스 백악관 기술정책 부보좌관은 8월 상원으로부터 미국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인준을 받은 뒤 11월에 첫 주요 국제무대에서 중국 정권이 ‘선진 권위주의 국가’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기술을 선도하려는 노력에 대해 언급하면서 만약 참여국들이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중국 공산정권의 기술력으로 통제받아 자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민들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주요 글로벌 기술 회의인 ‘웹 서밋’에서 크랫시오스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미국과 유럽의 공동 가치를 훼손하는 적대국들에 맞서 협력을 촉구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또한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보안 협력을 강요받는 기업임을 상기시키며 유럽 국가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배제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