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과학기술도 내순환 하자”…업체 “기술 갈라파고스 우려”

美 반도체 전면 제재가 불러온 후폭풍...중국의 고립

장위제(張玉潔)
2020년 09월 15일 오후 2:06 업데이트: 2020년 09월 15일 오후 2:57

15일부터 미국의 제재로 인해 중국 인민해방군을 배경에 둔 기업 화웨이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부품) 구매가 전면 차단됐다.

중국 공산당은 이번 미국 제재를 앞두고 ‘과학기술 국내 순환’ 구상을 제시했다.

미국이 경제 분야에서 중국과 탈동조화(디커플링)를 내세우자, ‘경제 내 순환’이라며 내수 강화 구상으로 맞선 데 이어, 이번에는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내 순환을 들고 나온 것이다.

과학기술 국내순환이란 중국 자체 연구인력만으로 제조업·산업 발전에 필요한 기술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개념이다. 해외 기술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 내부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내용이다.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화웨이 엔지니어 출신의 로봇 업체 관계자를 인터뷰해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과학기술 국내순환을 점검했다.

이 관계자는 “기술과 수요, 두 방면에서 고립돼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엔지니어나 연구개발 인력 가운데, 기술적 고립이나 첨단 기술의 내부 순환을 바라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구소련 정권을 예로 들어 “소련은 군사 기술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했다. 반면 민간 분야에서는 시장 수요가 부족하고 기술이 고립돼 뒤처지고 말았다”고 했다.

군사 분야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민간 기업들은 외국과 기술적 협력 없이는 발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과학기술 국내순환은 지난 11일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이날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당내 과학 기술 세미나에서 “공업에서 일부 핵심 기술은 인력에서 제약을 받고 있고 일부 핵심 부품과 부속품, 원자재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발전 수요 충족을 위해 과학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국내 대순환 추진을 위해 공급 시스템의 품질과 수준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공급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기술 혁신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의 이 같은 언급은 국제사회가 반도체 분야에서 중공과의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현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화웨이를 포함한 275개의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해당 기업들을 통해 미국의 첨단기술이 중국 공산당 산하 인민해방군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판단에서다.

미 국방부는 중국 내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인 중신궈지(中芯國際·SMIC)도 블랙리스트에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자주화를 위해 중신궈지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중신궈지가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 전반이 숨통이 막힌다.

중국 공산당이 과학기술 국내순환을 무리하게 달성하려 반도체 분야를 급격히 확장하려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콩 국제 신경제연구소(IERI)의 프랭크 추이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향후 6~7년 내 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 판매시장을 모두 국내화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과학기술 분쟁이 격화되면 연구성과를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면서 “결국 승부는 시장수요에 달렸다”고 말했다.

반도체 생산 기술과 장비 외에 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

지난 12일 중국 현지 언론은 “화웨이가 사용자 정보를 감시한다는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칩 공급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의 한 화웨이 휴대전화 판매업자는 “올해는 수입이 매달 줄어들어 베이징에서 살기가 빠듯하다”며 “전염병 때문에 고객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휴대전화 반도체 칩 문제로 소비자들 반응이 안 좋다”고 했다.

현재 화웨이는 그동안 확보한 재고로 당분간 버티겠지만 미국의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전자기기 제조산업 자체의 존속이 위태롭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위탁업체인 대만 TSMC, 한국의 삼성전자 등 화웨이의 주요 공급업체들 모두 15일부터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는 현재 5나노(nm)의 초 미세공정 경쟁을 펼치고 있으나 중국의 대표적 업체인 중신궈지의 공정은 14nm에 머물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이 프리미엄 칩 기술에 있어 미국보다 10년 뒤처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