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 의원 “노동계 대변하던 민주당, 엘리트 정당 됐다”

이은주
2021년 02월 4일 오후 2:19 업데이트: 2021년 02월 4일 오후 7:50

노동계를 대표하던 미국 민주당이 엘리트 정당으로 변모했다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 나왔다. 

연방의회 최장수 여성 의원인 마시 캅투르 하원의원(민주· 오하이오)은 2일(현지시각) 의회전문 매체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노동자를 대변하던 민주당이 점차 엘리트 계층을 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캅투르 의원은 자신은 노동자 계층이 주로 몰려있는 중서부 지역 유권자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반면, 민주당은 부유한 서부 해안 지역 유권자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그는 당내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캅투르 의원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내가 속한 곳과 같은 지역은 공정한 대우를 받기가 더욱 어렵다”며 “당내에서 소수자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유한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당 내부를 장악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내 가장 부유한 지역구 19~20곳은 민주당이 대표하는 지역임을 보여주는 자료를 제시하면서 의원들이 노동자를 대표하는 지역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그에게 ‘우리는 당신이 속한 지역을 알지 못한다’며 거리를 두는 발언을 했다고 캅투르 의원은 설명했다. 그는 “그들(의원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더 이상 블루칼라 노동자 계층을 대변하지 않고 엘리트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주장은 2020년 선거의 여파로 자주 거론됐다. 이에 반해 공화당은 민주당이 돌보지 못한 다민족 노동자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은 예상보다 많은 득표율을 올렸다. 민주당은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공화당이 민주당을 지지하던 노동층 유권자들을 흡수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케빈 매카시(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 기간을 통해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이제 공화당이 미국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다”고 선언했다.  

2020년 선거 결과는 공화당이 다민족 노동계층 유권자와 연합할 준비가 됐다는 관점을 한층 강화했다. 

예컨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1960년 이후 처음으로 공화당 후보 가운데 비백인 유권자들에게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들 유권자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왔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텍사스주 자파타 카운티에서 32~65%포인트 차로 힐러리 클린턴에게 패배한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는 이 지역에서 47~52%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텍사스 남부 지역은 다민족계 인구가 집중된 곳이다. 

그는 “플로리다와 리오 그란데 밸리(텍사스)는 공화당의 미래를 보여줬다”며 “일하는 미국인들의 다민족·다인종 연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정당”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 이 기사는 톰 오지메크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