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선거개표법 개정 추진…트럼프 “펜스, 대선 뒤집을 수 있었단 증거”

하석원
2022년 02월 2일 오전 10:59 업데이트: 2022년 02월 2일 오전 11:49

미국 민주당과 일부 양당 상원의원들이 1일(현지시각) ‘선거개표법(Electoral Count Act)’ 개정안 도입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1887년 제정된 선거개표법은 선거인단 투표 결과의 개표 절차를 담은 법이다.

특히 의회 상하원 합동 회의를 열고 각 주에서 보내온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개표하는 동안, 의원들이 결과 인증을 반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단, 상원의원 1명, 하원의원 1명이 동시에 같은 주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해야 한다.

선거개표법 개정안 초안에서는 이의 제기 요건을 상원의원 3분의 1 이상 찬성으로 크게 높이고, 개표를 반대할 장치들을 대폭 축소하도록 했다. 또한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개표자로서 부통령의 역할 역시 크게 줄이는 내용도 담았다.

개정안을 추진하는 의원들은 1887년 제정된 선거개표법이 시대에 뒤처져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2020년 대선 이후 선거 결과에 대한 논쟁이 이듬해 12월까지 이어져 사회적 소모가 심각했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서는 선거 관련 분쟁을 정해진 기한 내에 해결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일부 의원들에게도 지지를 받고 있다. 개정안 초안 작성에는 공화당 미트 롬니, 수잔 콜린스 의원이 참여했고, 민주당 내 온건파인 조 맨친 의원도 합류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역시 “현행 선거개표법은 결함이 있다”며 개정에 찬성했다. 그는 이 결함이 지난 1월 6일 발생한 의회 습격 사건에도 일정 부분 작용을 미쳤다며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선거개표법 개정 시도가 지난 대선에서 펜스 전 부통령이 선거 결과를 바꿀 권한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스가 선거인단 인증을 거부해 선거 결과를 바꿀 권리가 전혀 없었다면, 민주당과 정신 나간 수잔 콜린스 같은 공화당 내 배신자들(RINO)이 왜 부통령이 선거 결과 바꿀 수 없도록 한 그 법을 필사적으로 통과시키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2021년 1월 초 펜스 전 부통령은 선거인단 투표 개표를 앞두고 “(나에게) 투표 결과를 바꿀 결정권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각 주에서 보낸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개봉해 적힌 대로 읽어주는 역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합주 공화당에서는 “펜스 전 부통령에게 결정권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선거인단을 보낼 경우, 펜스 전 부통령이 양심에 따라 어느 선거인단 투표를 개표할지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개표법 개정 시도는 민주당이 제117대 의회에서 추진한 여러 가지 급진적 선거개혁 노력의 하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국민을 위한 법(For the People)’이다. 이 법은 각 주정부에 유죄판결을 받은 중범죄자들에게 투표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담겼다.

또한 사진이 들어가지 않은 신분증으로도 투표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불법체류자들에게 투표권을 준 법안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2021년 7월 11일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폐막 연설 장면 | Brandon Bell/Getty Images

민주당은 모든 미국인들의 투표권을 보장할 혁신적인 법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선거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시도라는 공화당의 비판 속에 통과가 추진되던 이 법안은 민주당 내 온건파인 조 맨친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통과가 무산됐다.

현재 미국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 50으로 동률을 차지하고 있어, 어느 한쪽에서 이탈표가 나올 경우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다.

이후 민주당은 연방 선거법을 바꾸기 위한 여러 가지 제안을 내놨지만, 공화당은 “민주당에만 유리한 개혁”이라며 상원에서 소수당에 보장된 견제장치인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사용해 모두 좌절시켰다.

선거개표법은 1876년 각 주에서 복수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의회에 보내 갈등을 빚은 사건을 계기로 10여 년 뒤 제정됐다. 이 법은 선거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각 주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 이 기사는 조셉 로드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