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공화 양당 고위당국자들 “경찰예산 삭감 반대” 한목소리

아이번 펜초코프
2020년 06월 10일 오후 2:04 업데이트: 2020년 06월 10일 오후 2:25

바이든, 트럼프 “개혁 필요성 동의, 해체는 안 돼”
민주당 급진좌파 의원들 “끝까지 해체 요구할 것”

민주당 내 급진좌파 의원들이 ‘경찰예산 삭감’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민주·공화 양당 주요 대선후보들과 고위 당국자들은 모두 급진적 해체논의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전역 법 집행관들과 백악관에서 원탁회의를 열고 “예산 삭감과 경찰 해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 경찰관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며 “99%의 경찰은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로 낙점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이날 CBS와 인터뷰에서 경찰 예산 삭감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품위나 명예의 측면에서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지”에 따라 “연방 예산을 조건적으로 지원하는 안에는 찬성한다”고 전했다.

바이든의 행보는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 등 민주당 내 급진좌파 그룹과 선 긋기로 풀이된다.

트럼프와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이 당내 급진좌파의 경찰예산 삭감 운동에 끌려다닌다며 공세를 폈다.

보완 VS 해체…경찰 개혁 논쟁 본격화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졸린 조 바이든과 급진좌파 민주당원들은 경찰예산 삭감을 원한다. 그러나 나는 훌륭하고 충분한 보수를 받는 법 집행관을 원한다. 법과 질서를 원한다”고 썼다.

경찰예산 삭감 운동은 민주당으로서도 팀킬이다. 애써 마련한 경찰개혁안을 무용지물로 만들기 때문이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총무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 남용 규제, 책임·처벌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경찰개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예산 삭감 운동에 대해서는 주저하는 입장을 보였다.

펠로시 의장은 MSNBC에 “우리가 하는 일은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정책 전환을 하느냐는 것”이라며 “경찰 예산은 지역의 문제다. 입법기관으로서는 거리가 먼 부분”이라고 말했다.

매코널 민주당 원내총무 역시 나쁜 경찰과 다른 경찰들을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매코널 원내총무는 “평화적인 시위대를 약탈자나 폭도들과 함께 취급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경찰관도 극악무도한 일부 경찰과 같이 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대신에 우리는 이미 경찰을 폐지하거나 해체하라는 기이한 요구가 좌익 지도층 내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공화당 소속 의원들도 해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버지니아주 의회 흑인의원 모임 ‘블랙 코커스’의 캐런 배스 의장(민주당)은 CNN과 인터뷰에서 “경찰국을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배스 의원은 “지방정부에서는 자원 배분을 살펴보고 지역사회 투자를 늘려야 한다”라며 경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경찰을 축소, 해산하라는 민주당의 요구는 무시무시한 것이다. 만약 제정된다면 많은 미국인을 죽게 할 것”이라고 썼다.

미니애폴리스 시장 “전면 해체요구 이해 안 돼”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는 대체로 경찰예산 삭감 운동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6일 평화롭게 끝난 워싱턴DC 시위에서는 시장이 허용한 ‘흑인 생명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거리 바닥화 옆에 시위대가 ‘경찰예산 삭감’이라는 글씨를 남겼다.

특히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벌어졌던 미니애폴리스에서는 경찰의 해체 운동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시의원 13명 중 9명은 성명을 통해 시 경찰국을 해체하고 경찰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제이컵 프라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이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가 야유를 들어야 했다. 프라이 시장은 전면적 구조개혁은 찬성하지만, 전면 해체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미니애폴리스가 지역구인 일한 오마르 민주당 의원은 “(미니애폴리스 경찰국이) 뿌리까지 썩었기에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급진좌파 여성 의원 4인방 중 한 명인 오마르 의원은 “경찰예산 중단은 물론 미니애폴리스 경찰국을 완전히 해체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예산 삭감 운동 이면에는 전국의 경찰서가 조직적으로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는 이념적 주장이 담겨 있다.

‘흑인 생명은 중요하다’ 매니저의 카일리 스케일스는 8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을 통한 질의응답에서 “경찰 해체 요구는 단순한 사실이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현대적 치안 유지기관은 노예 추적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다”라며 “흑인을 사냥하고 불구로 만들고 죽이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흑인 사냥이라는 주장은 미국 정부 통계에서 드러난 사실과는 차이를 보인다.

흑인단체 “경찰은 인종차별 조직” 주장

이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과 대치하다 숨진 사람의 4분의 1가량이 흑인이었으며, 이는 흑인 범죄율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로 추산됐다.

‘경찰과의 전쟁’을 쓴 맨해튼 연구소의 헤더 맥도날드는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3%인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은 알려진 살인사건 범죄자의 절반 이상이며, 강도 사건의 약 60%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경찰조직이 제도적으로 인종차별적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바 장관은 CBS에 “미국에 아직 인종차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 집행 체계가 제도적으로 인종차별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대규모 폭동과 방화, 약탈 사건이 속출하면서 오히려 경찰 해체론이 부각됐다.

질서 회복을 위한 공권력 사용이 과잉진압으로 일부 언론과 SNS에 비치면서 부정적 여론이 조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민주당은 경찰 해체·축소에서 경찰개혁안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개혁안에서는 목 조르기 등을 금지하고 경찰의 면책특권을 약화하며 휴대용 카메라 장착 등을 의무화한다.

또한 경찰의 위법행위에 대한 불만을 접수하는 창구를 신설하는 방안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