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사일 개발 선언…주 원인은 중국 때문”

윤건우
2019년 03월 19일 오전 12:46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24

펜타곤은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미국이 지상배치 순항미사일 시스템 부품의 ‘제조 활동’을 개시한다고 선포했다. 이는 곧 신형 미사일 개발을 전면적으로 재개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지난달 이러한 활동을 전개하는 데 있어 규제를 풀기 위해 ‘중거리 핵전력 조약’을 탈퇴한 바 있다. 미국 의회의 이전 보고서에 따르면 펜타곤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펜타곤, 미사일 부품 제조 개시 공식 선포

미국은 2월 2일부터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공식 탈퇴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1987년 러시아와 맺은 이 조약은 사정거리 500km~5500km 범위의 지상배치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등의 생산,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지난 월요일, 펜타곤 대변인 미셸 발단자(Michelle Baldanza) 중령은 “우리는 부품 제조 활동을 개시함으로써 이러한 시스템(지상배치 순항미사일 시스템)의 개발 실험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와 같은 제조 활동은 2월 2일 이전까지는 ‘중거리 핵전력 조약’에서 규정한 의무로 인해 제약을 받았다.

美 INF 탈퇴로 불안해진 중국

이미 여러 매체에서는 미국이 표면적으로는 러시아가 조약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퇴를 선택했지만, 사실 그 기저에는 중국이 제약 없이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대한 고려가 있다는 점을 보도했다. 미국이 탈퇴 절차를 공식적으로 밟기 며칠 전인 1월 28일, 미국 국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INF 조약을 탈퇴하게 된 배후의 주 원인은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베이징은 INF 조약 체결국이 아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INF 조약의 제한을 받는 데 반해 중국은 이 조약 밖에 있음으로써 신속히 미사일 개발을 확장해나가며 이를 아시아에서 미국과 둥맹군을 공격하는 군사 전략의 일부로 삼고 있다.”

또한 USCC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사일을 자국 군사 전략의 중심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은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세계에서 가장 크고 다양한 지상배치 미사일 체계를 구축해왔다. 거기에는 2천여 개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이 포함된다. 미국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협약국이라면 그중 약 95%는 INF 조약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USCC는 중국은 미국이 INF 조약을 탈퇴하는 것도 반대하지만, 이 조약을 확장해서 베이징을 포함시키는 것 또한 반대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중국 입장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계속해서 INF 조약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중국만 자유로워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따라서 중국은 기존 INF 조약 유지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있어 INF 조약 탈퇴는 미국에 고삐를 풀어주는 것이며, 또 이로 인해 미국이 핵 정책을 완전히 추진할 수도 있다. USCC 보고서는 미국이 탈퇴함으로써 중국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우려가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의 ‘2018년 핵 태세 평가보고서’, ‘2018년 국방전략’ 및 ‘2017년 국가안전전략’ 등 미국의 더욱 견고해진 핵정책 및 방어전략으로 인해 중국의 우려가 커졌다.

중국은 미국이 새로운 미사일 정책을 전개하는 데 대해 위협을 느낄 것이다. 중국이 다자 간 협의에 참여하도록 압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은 트럼프가 조약 탈퇴를 선포한 것이 일종의 전략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미국의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합의를 위한 협상을 원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USCC 보고서에 따르면 INF 조약 탈퇴는 미국이 중국 군축협상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 프레임에 있어 전략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일찍이 트럼프 대통령은 ‘통제할 수 없는 대규모 군비 경쟁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중지하기 위해 중국 및 러시아 지도자와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는 이전 ‘중거리 핵전력 조약’을 국제 조약으로 확대해 중국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대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뮌헨에서 열린 안전보장회의에서 독일 메르켈 총리가 중국이 국제 군축 협상에 참여할 것을 독촉했으나, 중국 대표로 참석한 양제츠(楊潔篪)는 군축 협약의 다자화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