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체 “미국 정부 당국자 익명으로 中 고위층 망명설 부인”

한동훈
2021년 06월 25일 오후 12:18 업데이트: 2021년 06월 25일 오후 3:10

익명 요구한 정부 관계자, 먼저 인터뷰 청해 “사실 아냐
전직 CIA 중국통 “바이든 행정부가 조율한 행동일 수도”

미국 정부 당국자가 중국 고위층의 미국 망명설을 부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외교·정보 분야에 정통한 미국 매체인 ‘스파이토크’(SpyTalk)는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당국자가 “중국 국가안전부 둥징웨이(董经纬) 부부장(차관)에 관한 보도 대부분이 부정확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단지 (부정확한 보도를) 바로잡길 원할 뿐”이라며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밝힌 뒤 “그(둥징웨이)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거나 부인할 수 없다”며 둥징웨이의 행방을 포함한 추가적인 사실에 대한 확인은 거부했다.

또한 ‘바이든 정부가 나서서 중국 고위층의 망명설을 부인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이 같은 사안은 대개 극도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라면서 스파이토크 문제는 백악관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가안전부 고위 인사가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에둘러 답변했다.

스파이토크는 이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에게 문의했지만, 대변인이 답변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스파이토크는 둥징웨이 부부장의 미국 망명설을 보도하면서 “미 국무부에 둥징웨이가 딸과 함께 지난 2월 미국에 망명했는지 확인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펜타곤, 국무부, 중앙정보국(CIA) 등에서 중국 전문가로 활동한 바 있고 ‘중국 스파이 활동: 작전과 전술’(Chinese Espionage: Operations and Tactics)의 저자이기도 한 니콜라스 에프티메이데스는 익명을 요구한 이 당국자의 발언은 “바이든 정부 최고위층이 조율한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에프티메이데스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바이든 정부의 대응은 경악스럽다”며 “명확하게 폐쇄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가 사실 여부를 정확히 확인해주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중국 관영매체는 둥 부부장의 미국 망명설이 불거진 뒤인 지난 18일 “둥 부부장이 국가안전부 방첩 회의를 주재했으며 방첩 당국자들에게 (외국) 스파이와 내부의 적, 배후의 물주까지 모두 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회의가 어디에서 열렸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며, 기사에는 둥징웨이의 사진이나 동영상도 포함되지 않아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둥징웨이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반박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온라인에는 이미 둥징웨이의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는 데다 중국 당국 스스로도 지난 2018년 중국과 독일 간 안보 협상 당시 중국 측 대표단으로 참석한 둥 부부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미·중 관계에 정통한 분석가들은 익명을 요구한 관리가 먼저 스파이토크에 인터뷰를 요청한 점으로 미뤄 볼 때, 바이든 행정부가 두 가지 계산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에서 공화당, 민주당 정권을 모두 거치며 30년간 고위급 아시아 전문가를 지낸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악화된 미-중 관계에 불필요한 추가적 자극을 제거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공화당 측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현재 공화당은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기원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쥐고 있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중국의 기밀 정보를 다수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망명자를 숨기고 있다는 여론이 고조될 경우, 공화당이 공세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