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제종교자유 정상회의, 中 공산당 ‘장기적출’ 문제 비판

에바 푸
2023년 02월 21일 오전 11:28 업데이트: 2023년 02월 21일 오전 11:28

중국 공산당이 자국 내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상황에서도 소수민족과 신앙인 탄압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초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됐던 ‘국제종교자유(IRF) 정상회의’에서는 전 세계 종교자유 증진을 위한 여러 가지 논의 중에서도 중국 공산당의 종교·신앙인 탄압, 특히 강제 장기적출 문제가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상원의원 출신이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를 지냈던 샘 브라운백은 종교자유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중국(공산당)을 들었다. 그는 중국의 권위주의 정권이 공산주의 모델을 세계로 확대하고 실현하기 위해 첨단기술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떠난 청교도들이 건국한 국가인 미국은 전 세계의 종교자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국무부 산하에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를 두고 매년 국제종교자유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 의회에 제출해 국정에 반영하기도 한다.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는 특정 종교에 한정하지 않고, 전 세계 모든 종교의 자유를 증대하기 위한 기초 자료 조사 및 정책 제안 활동을 펴치고 있다. 현재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법률고문 등을 역임했던 라샤드 후세인이다. 하지만, 전임 대사였던 브라운백 역시 강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중국 민주화 지원단체인 ‘중국 시민의 힘(Citizens Power Initiatives for China·공민역량)’의 양젠리 박사도 발표자로 나섰다.

양 박사 역시 중국 공산당을 세계 종교자유의 최대 위협세력으로 지목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당을 일종의 대체 종교로 만들어 기존 종교를 대체하려 한다며 중국 내 위구르족, 티베트족 등이 겪은 박해를 사례로 들었다.

강연자들의 발표에 이어 실제 탄압을 받은 이들의 가족이 증언자로 연단에 올라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증언자 중 한 명인 중국계 사이먼 장은 자신의 어머니 지윈즈가 지난해 2월 열렸던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에 감옥에서 탄압을 받았으며 한 달 뒤 사망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인이 동계 올림픽에 열광하는 사이, 중국에서는 신앙인들을 상대로 한 잔인한 탄압이 은밀하게 지속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이먼 장과 그의 어머니 지윈즈. | 사이먼 장 제공

장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 지씨는 팔다리에 철제 수갑과 족쇄가 채워진 채 병상에 묶여있고, 코로 삽입한 튜브를 통해 음식물을 주입당하는 등의 고문을 받았다.

튜브 삽입은 지씨를 괴롭히는 한편 생존을 강제로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지씨가 이미 거듭된 가혹행위에 식도를 다쳐 음식물을 삼킬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직전 체포된 지씨는 감옥에서 몇 시간 동안 구타와 위협, 전기봉 고문 등을 당해 위독한 상태였다. 시신을 살펴본 유족에 따르면 지씨는 목 부분에 절개 흔적이 있었고, 얼굴과 상반신이 피투성이었다.

이러한 모든 고문은 그저 지씨가 파룬궁 수련자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졌다. 장씨는 어머니가 가벼운 법률마저 위반하지 않았으며, 자유로운 국가에서 파룬궁을 수련할 수 있도록 미국행을 희망했지만 여권 신청이 거부됐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의 파룬궁 탄압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수백만 건 이상으로 추정된다. 파룬궁 정보 사이트인 밍후이왕에는 실명과 탄압 증거들이 확인된 사망 사건만 4900건 이상 집계됐으며, 이는 중국 내 삼엄한 통제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수집한 실증 사례만 모은 수치다.

장씨는 “감옥에 갇힌 파룬궁 수련자들 중에는 산 채로 수술을 당해 장기를 적출당한 경우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중국 공산당의 파룬궁 탄압은 반인류 범죄이자 종족말살(제노사이드)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베스 반 샤크 미국 국제형사사법 특별대사도 중국 공산당의 종교 탄압을 비판했다.

샤크 국제사법특사는 “미국을 포함해 이미 많은 나라에서 종족말살 범죄로 인정하고 있는 중국 신장 위구르족 탄압을 비롯해 중국 전역에서 티베트 불교도, 파룬궁 수련자, 기독교인, 그 외 평화롭게 자신의 신앙을 실천하려는 많은 사람에게 종교 탄압이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 거부를 요청하는 시위대. 2008.3.31 | SAUL LOEB/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종교 탄압 문제는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의원들이 당파적 이해를 떠나 초당적으로 협력해 대응하는 사안 중 하나다.

IRF 정상회의 명예공동의장인 마이크 맥카울 미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은 종교신앙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대대적인 공격을 비난하며 “종교의 자유를 이번 의회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최전선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맥카울 위원장은 “종교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정의를 관철하는 것이자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라며 “종교자유 증진은 갈등을 완화할 수 있고, 갈등 완화는 국내외 테러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종교와 관련된) 인권탄압에 시선을 두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며 “신앙을 이유로 탄압받는 가족, 주변인을 둔 이민자들도 돕겠다”고 말했다.

짐 맥거번 하원의원(민주당)도 “무역 관련 입법, 타국에 대한 투자 승인 등 모든 분야에서 인권문제를 제기할 필요성이 있다”며 “어떤 이유로든 중국 정부의 국민 억압을 눈감아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상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토론회에는 뉴욕의 한 음악학교에 재학하는 17세 학생인 그레이스 첸이 파룬궁 수련자 대표로 참석했다. 첸은 자신의 부모가 2020년 가을 파룬궁 신앙을 이유로 체포됐으며 지금까지 2년 넘게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첸의 상황을 알게 된 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그녀의 부모를 구출하기 위해 중국의 교도소에 서한을 보내는 구명활동을 펼치고 있다.

첸은 “편지를 보낸다고 당장 부모님이 풀려나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이런 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중국 현지 관계자들을 압박할 수 있다”며 구명활동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는 치아가 거의 다 빠질 정도로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면서도 결코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나의 영웅이다. 하지만, 다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