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애널리스트 “중국 진출 서방기업 ‘인질자본주의’에 포획 당해”

정향매
2023년 04월 15일 오전 10:45 업데이트: 2023년 04월 15일 오전 11:05

미국 저명 애널리스트 앤더스 코르는 지난 3월 29일 영문 에포크타임스에 발표한 논평에서 “중국은 ‘인질 자본주의’ 경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방 자본가들이 그 함정에 빠진 ‘인질’이다.”라고 주장했다. 앤더스 코르는 국제정치 전문가이자 코르 에널리틱스사 대표이다. 하버드대 정책학 박사로서 저술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그의 분석이다. 

억만장자 마크 모비우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억만장자 마크 모비우스는 미국의 저명 투자 금융회사 프랭클린 템플텐 인베스트먼트에서 30년 동안 신흥 시장 투자를 주도했다. 중국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로 유명하다. 

모비우스는 지난 달 5일 미국 폭스뉴스에 “중국 상하이에 있는 홍콩상하이은행(HSBC) 계좌에서 돈을 인출할 수 없다.  그들은 ‘당신은 돈을 인출할 수 없다’고 직접 말하지 않지만 20년 동안 모든 수익 기록을 제출하라고 말한다.”며 “중국의 자본 통제로 인해 중국 국외로 돈을 인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중국 시장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인도와 브라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 회계법인 딜로이트

딜로이트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언스트앤영(EY)·KPMG와 함께 세계 4대 회계법인이다. 

3월 17일 영국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재정부는 “딜로이트가 실시한 2014~2019년 회계연도 화룽자산관리유한공사 회계 감사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다.”며 3100만 달러(약 403억원)의 벌금과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반면 화룽자산관리유한공사와 계열사는 벌금 1만4500 달러(약 2000만원)를 납부하는 데 그쳤다.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납부한 벌금의 2000분의 1 미만의 금액이다.  

하지만 딜로이트는 성명을 통해 “중국 당국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처분을 받아들였다.

화룽자산관리유한공사는 1999년 중국 정부가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만든 국유 자산관리공사(AMC, 일명 배드뱅크) 중 하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3월 25~28일 베이징에서 3년 만에 ‘중국발전고위급포럼’이 열렸다. 포럼에 참석한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은 중국과 공생 관계이며 함께 성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플은 지난해 4분기 공급망 중단, 수익 감소, 아이폰 납품 지연 등으로 인해 중국 진출 이래 최대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해 11월 중국 당국의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 때문에 애플의 최대 글로벌 공급업체인 폭스콘 공장이 봉쇄됐다. 당시 폭스콘 공장에는 소란 사태도 일어났다.    

코르 대표는 “애플의 CEO 외에도 삼성·퀄컴·화이자 등 많은 다국적 기업의 CEO들이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달려갔다. 3년 만에 중국에 방문해 중국 당국 지도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라며 “그들은 계속해서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면서 새로 취임한 리창 국무원 총리와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 중국 고위층과 친해지기를 기대하는 눈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지난 1970년대 시장을 개방한 후부터 오늘날까지 서방 기업들은 이미 그곳에 투자를 많이 했다. 그들은 일찍이 베이징의 ‘인질’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코르 대표의 분석에 의하면 토머스 N. 톰슨 미국 메릴랜드대 법대 교수는 1979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미 공산 중국의 고정투자 운영 방식을 ‘인질 자본주의’라 정의했다. 톰슨 교수는 “1949~1957년 중국 당국은 잔혹한 방식으로 자본을 국가 소유로 전환하려고 했다. 당시 중국에 진출한 영국 자본가들은 ‘인질 자본가’가 됐다.”고 설명했다(논문). 고정투자는 공장·도로·전력망·부동산과 같은 자본시설의 규모를 확장하는 투자다. 

코르 대표는 “1950년대의 영국 출신 인질 자본가들처럼 오늘날 중국 당국이 조성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미국의 인질 자본가들도 자산을 지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중국 당국은 14억 인구로 구성된 소비시장을 인질 삼아 서방 기업에 양보를 요구한다. 기술 공유를 거부하거나 신장 위구르 지역 문제, 대만 문제,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등 민감한 이슈에 관해 중국 당국과 일치하지 않는 의견을 내는 기업은 제재 리스트에 올라 희생양이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 3월 27일 일본 제약회사 아스텔라스의 일본인 직원을 체포했다. 중국 당국은 해당 직원이 “간첩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같은 날 중국 당국은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 베이징 지사를 수색했다. 이후 “불법적인 상업 활동을 진행”한 혐의로 중국인 직원 5명을 체포했다. 

민츠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회사 측은 아직 중국 정부의 어느 부처가 이들 직원을 구금했는지 모른다. 그들이 언제 석방될지 혹은 긴급 수색이 이뤄진 이유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 내 유일한 민츠그룹 사무실은 이번 일로 인해 문을 닫았다. 

코르 대표는 “현재 중국을 통제하는 공산주의와 자유시장은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이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가들은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훌륭한 인질로서 매해 기계적으로 돈을 벌어들이기를 원한다. 인질로서 더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권력 집단에 아첨하고 자신의 이념을 배신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속이고 납치자를 사랑하는 게 최고의 방어 수단이다. 이런 현상을 ‘스톡홀름 증후군’ 또는 ‘인질 증후군’이라 부른다. 한마디로 피해자가 범죄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심지어 범죄자를 도와주기까지 하는 현상이다.”라며 “이러한 증후군의 최신 사례가 중국 공산당 정권 앞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팀 쿡 애플 CEO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