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장관 “시리아 철군, 트럼프 대통령 결정 지지”…재무장관도 가세

보웬 샤오
2019년 10월 16일 오전 12:10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6

터키군이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지역 침공을 강행한 지 나흘 만에 지리적 ‘요충지’ 라스알아인을 점령하고 공격 범위를 넓혀가자, 국제사회의 터키에 대한 규탄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일주일 전 백악관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의사를 밝힌 후, 터키의 군사작전이 거침없이 전개되고 있어 미국이 터키의 군사작전을 묵인하고 촉발시킨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졌다.

미국 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에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터키의 군사행동으로 시리아 내 쿠르드족의 안전이 위협받으며, 이슬람 무장단체(ISIS) 격퇴전을 도왔던 동맹국을 배신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트럼프의 최측근이라는 평가를 받는 린지 그레이엄 위원이 이번 조치를 바꾸지 않는다면 임기 중 “트럼프의 가장 큰 실수”가 될 것이며 “우리의 국가안보에 판도를 바꾸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그레이엄 위원이 터키 제재 법안을 공화당과 민주당 공동 발의하겠다고 9일 앞장서 나섰다.

하루 뒤 29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도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터키를 제재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의회의 강력 반발에도 흔들림없이 성명을 통해 “터키의 시리아 침략을 지지하지 않으며, 이 작전이 나쁜 생각임을 터키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내가 정치무대에 들어온 첫날부터 나는 이러한 끝없고 무분별한, 특히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 전쟁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고 자신의 결정을 고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터키-쿠르드전 대처 방안에 옹호 입장을 표명하며 대통령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에스퍼 국방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시리아에서 약 50명의 미군 부대를 철수시키지 않았다면 터키는 공세에 나서지 않았을 것 아닌가?”

에스퍼 국방장관은 13일 폭스뉴스선데이 앵커 크리스 월러스의 이 같은 질문에 “터키는 미국의 행동과 상관없이 쿠르드군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답했다.

“내가 나의 협상파트너들에게 얻어낸 것과, 폼페이오 장관이 그의 파트너로부터 얻은 것으로 이해한 바에 의하면, 물론 에르도안 대통령을 포함해- 터키는 우리의 조치에 상관없이 공세에 나섰다는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50명도 안 되는, 20여 명 남짓한 미군 특수부대원을 이야기하고 있다. 터키군 1,5000명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미국은 터키를 상대로 전쟁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50명이지만, 미군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일종의 방어 전선(tripwire)으로 이용될 수 있지 않는가?”라는 앵커의 질문을 강하게 부인하며 “이를테면 나는 그들을 ‘트립 와이어’로 분류하고 희생시키는 사람이 아니다”고 답했다.

에스퍼 장관은 터키가 당초 계획보다 군사 적전 영역을 넓혀 공격할 계획이라는 것을 알고, 북부 시리아에서 1000명의 병력을 철수시킬 태세라고 말했다. 7일 탈 아비아드와 라스 알-아인에서 50명 병력 이동에 이은 세 번째 철수다.

시리아민주군(SDF)이 시리아 정부, 러시아와 협의해 터키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철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므누신 재무장관

므누신 재무장관은 같은 날 ABC방송 ‘디스 위크’ 인터뷰에서 터키의 군사 활동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늦어지는 상황을 두둔했다.

터키의 거침없는 진격에 관해 그는 “이 상황이 그냥 복잡하게 전개되는 중이라고 말해 두자. 한편으로 (터키는) 나토 동맹국이다. 우리를 도와 ISIS와 대항해 싸웠던 쿠르드족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우리는 매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국방부와 국무부가 매일 터키와 소통하고 있다. 제재조치를 즉각 통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틀 앞서 므누신 재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의 도를 넘는 군사행동을 만류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곧 서명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 명령은 터키 정부의 인권침해 행위를 규제하기위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린지 그레이엄, 그리고 민주당을 포함한 많은 의회 멤버들과 터키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는 데 대해 다루고 있다”며 “재무부도 준비가 돼 있다. 추가 입법이 시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회 내 초당적 대(對)터키 제재 부과를 위한 법안 상정의 움직임 및 재무부의 준비상황을 언급하며 터키에 무력 행위 중단을 촉구한 것이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필요한 특정인이나 부서를 대상으로 할 것”이며 “이것은 은행과 해당 책임자에게 앞으로의 행동에 대해 통지를 하는 것”이라고 성명의 일부를 언급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번 제재는 소규모로 시작될 수도 있지만 최대 압력이 될 수도 있으며 터키 경제를 파탄 낼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년 전 이라크가 시리아 다른 지역에서 쿠르드족과 싸우려고 했을 때를 기억하는가? 많은 사람은 우리가 이라크에 대항해 쿠르드족과 싸우기를 원했다”며 “어떤 이들은 (우리가) 들어와서 이쪽 편 또는 저쪽 편을 위해 싸우기를 바랄지 모른다. 그들이 알아서 하게 두자. 우리는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끝없는 전쟁!”이라고 트위터에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