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일촉즉발 상태”

한동훈
2022년 01월 31일 오후 6:29 업데이트: 2022년 01월 31일 오후 6:29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언제든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으며, 본격적인 군사행동 시 지금까지 없었던 강력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각) 폭스뉴스에 출연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우리가 가할 수 있는 경제적 결과와 러시아 국민들의 입게 될 더 큰 피해에 대해 푸틴 대통령에게 매우 명확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제재와 관련해 “일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실책을 저지르면, 억제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아직 제재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미국이 “우리가 이전에 보지 않았거나 심지어 2014년까지도 고려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제재와 경제적 결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4년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도 반군이 무장작전에 나서면서 1만4천여명이 사망한 저강도 충돌이 시작된 시기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서는 ‘제재 패키지’ 논의가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 사이에서 당파를 떠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과 공화당 짐 리쉬 상원의원은 이날 CNN방송에 출연해 “(합의까지) 1야드만 남은 상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양당 의원들이 제재 법안 합의에 협조적으로 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을 따라 집결된 러시아군과 벨라루스에 연합훈련을 위해 집결한 러시아·벨라루스군을 언급하며 국방부 관리들이 상황을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다음 달부터 우크라이나 북쪽에 위치한 벨라루스에서 벨라루스군과 ‘통합된 결의’라는 이름의 연합군사훈련을 진행한다. 이미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을 따라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한 상황에서 북쪽도 둘러싸는 형세다.

미국은 러시아 침공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커비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여전히 외교를 위한 여지와 공간이 있다고 믿는다”며 “그것이 해결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오히려 미국 등 외국 정상과 언론이 과도하게 반응해 우크라이나 경제에 공황을 일으킨다면서 불만을 나타내 미국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서방 지도자들은 내일 당장 전쟁이 날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자국 시장과 금융 분야를 혼란에 빠뜨려 경제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군사적 압박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배제, 러시아 인근에 무기 배치 금지 등 안전보장에 관한 미국과 나토의 답변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답변 자체에 대해서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NSC) 부의장은 “미국과 나토의 답변이 긍정적이지는 않다”면서도 “러서이와 나토 간 군사적 충돌은 가장 극적이고 재앙적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에포크 타임즈 사진
민간인들이 2022년 1월 29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키예프 영토 방어 부대 훈련을 벌이고 있다. | Chris McGrath/Getty Images

2022년 1월 29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키예프 국토방위부대 훈련에 민간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크리스 맥그라트/게티 이미지)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미국이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을 즉시 제재하는 등 선제적 억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국방부 커비 대변인은 검토 중인 방안이지만, 일단 침공이 발생했을 때 가할 제재수단으로 남겨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제적 조치 외에 국방부가 러시아를 압박할 다른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러시아가 가장 원하지 않는 일은 서쪽에 강화된 나토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 서쪽에서 강력한 세력을 구축해 대응하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