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중국에 전략비축유 판매 금지 법제화 추진

한나 응
2023년 01월 27일 오후 9:26 업데이트: 2023년 01월 27일 오후 9:26

테드 크루즈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미국 전략비축유(SPR) 석유를 중국 소유 기업에 판매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크루즈 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 15명은 ‘미국의 전략비축유를 중국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날 크루즈 의원은 성명을 내고 “전략비축유는 미국이 비상사태에 대비해 충분한 석유 비축량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라며 “미국인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처참한 에너지 정책 때문에 점점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동안,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에 이 중요한 국가 안보 자산을 팔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전략비축유 약 600만 배럴을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에 팔았다는 보도를 인용, “미래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 미국의 에너지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상정된 법안은 앞서 이달 12일 미 하원이 통과시킨 중국으로의 전략비축유 수출 금지 법안과 매우 유사하다. 해당 법안은 찬성 331표, 반대 97표로 가결됐다. 반대표는 모두 민주당에서 나왔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통과된 법안은 미국 에너지부가 미국의 전략비축유 판매에 있어 중국 공산당 통제하에 있는 어떤 단체에도 금지해야 한다는 게 주 요지다. 또한 일반 판매 시에도 판매한 석유가 중국으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조건을 달아야 한다.

전략비축유 방출을 막으려는 공화당의 법안

지난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석유 생산량을 확대하는 대신 전략비축유를 사상 최대 규모인 1억8천만 배럴 방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비축유 재고는 통상적인 비축 수준에서 40% 정도 줄어든 약 4억 배럴이다. 1984년 이후 최저치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에너지 요금이 치솟고 공급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비축유를 지나치게 방출했다고 비판해 왔다.

이달 초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대통령의 전략비축유 방출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Elizabeth Frantz/Reuters/연합뉴스

공화당 법안에 거부권 엄포 놓은 바이든

지난 23일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해당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바이든 대통령이 법률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진행된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 그랜홈 장관은 “대통령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추진 중인 후진적 의제 때문에 미국 국민들이 고통받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국가의 석유 비축을 관리하는 데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한다는 것은 국가 안보를 훼손하고 원유 부족과 에너지 가격 급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게 그랜홈 장관의 생각이다.

그랜홈 장관은 “이 법안은 미국인들에게 어떠한 이익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되려 국제 비상사태 발생 시 대응하는 능력을 방해해 석유의 시장 가격이 상승할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하원 에너지상공위원회 소속 공화당 관계자는 “심각한 공급 중단이 있는 상황에서만 전략비축유의 사용을 줄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달 미 에너지부는 전략비축유 재구입을 위해 에너지 회사들로부터 입찰을 받았으나 최종 검토 후 “받은 제안 중 규격이나 가격에 맞는 곳이 없었다”며 어떠한 입찰도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랜홈 장관은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보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전략비축유 재구입을 어떻게 다시 이행할지에 대해서는 행정부가 곧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초 하원에서 통과된 전략비축유 법안에 대한 투표는 빠르면 이번 주 안에 실시될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이 상원을 주도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최종 통과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