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침체 조짐…빅테크, 채용 중단에 정리해고까지

조영이
2022년 11월 4일 오후 9:50 업데이트: 2022년 11월 4일 오후 10:43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이은 금리 인상, 이로 인한 경기침체 등으로 미국 고용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현지에서 나온다.

빅테크(거대 ICT기업)들은 그동안 비용 절감 등 부분적인 긴축 경영을 해왔지만 경기가 더욱 침체될 조짐을 보이자 즉각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감원을 준비했다.

허리띠 조이는 아마존 “신규채용 중단하고 경제상황 주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3일(현지시간) “앞으로 신규 채용을 일시 중단한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베스 갈레티 아마존 인사관리 책임자는 “앞으로 몇 달간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경제 상황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지난달 리테일(소매) 사업 부문 채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전 사업 부문으로 확대했다. 창업주인 제프 베이조스 이사회 의장도 지난달 트위터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의 연설 동영상을 공유하며 “지금 경제는 우리가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마존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3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에 어느 정도 부합했지만 4분기 매출은 전망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그 결과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427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잘나가던 애플도…“2023년 9월까지 신규 채용 중단”

애플도 내년까지 신규 채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 경제매체 ‘인사이더’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2023년 9월까지 신규 채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 관계자는 “연구개발(R&D) 부문 외에는 고용을 중단한다”며 “내년까지 지출을 줄이려는 계획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규 채용 중단은 회사 직원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은 지난 8월 인사 담당 인력을 약 100명 해고한 바 있다.

애플의 주가는 전년에 비해 올해 22% 하락했다. 이는 기술주 전반에 걸친 주가 하락의 영향이다. 애플은 올해 다른 테크 기업들보다는 나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여전히 스마트폰과 컴퓨터 산업의 둔화에 직면해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美 2위 차량공유업체 리프트 “직원 13% 해고해 조직 슬림화”

미국의 2위 차량공유서비스업체 리프트도 이날 전체 직원의 13%를 해고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리프트의 공동창업자인 존 짐머, 로간 그린은 직원들에게 “경제 전반에 걸쳐 몇 가지 도전이 있다”며 정리해고 사유를 설명했다.

“(미국은) 내년 중 경기침체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고, 차량공유를 위한 보험비용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올여름 열심히 비용 절감을 했으나 리프트는 조직을 더 슬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프트는 지난 5월 1차로 약 6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이번에는 전체 직원 5000여 명 가운데 약 700여 명을 내보낼 전망이다.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26일 구글도 4분기 신규 채용을 줄인다고 밝혔고, 메타에서는 지난 6월부터 정리해고가 진행 중이다.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는 3일(현지시간) 전체 직원의 50%, 약 3700명을 정리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정리해고와 함께 회사 인프라 부문에서 연간 최대 10억 달러(1조4천억여 원) 비용을 절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회사 달력에서 직원들의 휴일 표시를 없애버리라고 지시했다.

WSJ “기술업계 고용전망 악화”…경기침체로 고용시장 급랭 우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빅테크 기업들의 대량 해고와 신규채용 중단을 두고 “몇 년간 전례 없는 성장과 기록적인 이익을 거둔 빅테크 대다수가 팬데믹 이후 쇼핑패턴 변화, 기업들의 광고 투자 분야 지출 재검토 등에 따라 조금씩 퇴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미 실적이 부진한 회사에서는 급여를 삭감하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통계로 나타나는 미국의 노동시장은 아직 견고해 보인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10월 23∼29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보다 1000건 감소한 21만7000 건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블룸버그는 오는 4일 공개되는 미국의 10월 고용보고서에서 비농업 일자리 수는 20만 개 증가하고 실업률은 3.6%로 소폭 증가하는 등 양호한 결과가 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상 미국의 고용 상황은 아직 탄탄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경기 침체가 우려되면서 고용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