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건국 원칙 서문㊦] 治國의 근본은 통제와 자율 사이의 중용

제임스 팡(James Fang)
2021년 07월 20일 오전 11:25 업데이트: 2022년 05월 16일 오후 4:05

헌법 제정 후 100년 만에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번영한 나라로 떠올랐고, 200년이 지나면서 모든 면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 헌법학자인 클리온 스카우슨 교수는 230여 년 전 건국의 아버지들이 ‘폐허 속의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번영한 나라로 만들 수 있는 제도’를 찾아냈다고 여겼다.

미국인들은 이 무렵 자기 나라를 ‘언덕 위의 도시(City upon a hill)’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즉 모두가 동경하고 우러러볼 만한 롤 모델 국가라는 것이다. 자부심과 책임감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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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의 아버지들이 헌법을 제정할 당시, 헌법을 제정함에 있어 전제 조건 중 하나는 정치적 벤치마크, 즉 나라를 다스리는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정치적 스펙트럼은 대개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 등으로 나뉜다. 이는 유럽에서 기인했다. 프랑스 혁명 때 열린 국민회의에서 혁명가들은 왼쪽, 보수파는 오른쪽에 앉았다. 앉은 자리에 따라 좌, 우 개념이 나왔다.

스카우슨 교수는 정치체제를 좌우로만 나누는 구분법은 잘못됐다고 봤다. 그는 좌파와 우파는 고정불변이 아니라 변화 가능한 것이며, 좌가 극좌로 가면 공산당이고 우가 극우로 가면 파시즘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우와 극좌는 결국 절대 전제군주 정권을 추구하게 된다는 점에서 같은 부류가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계적인 좌우 구분법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스카우슨 교수는 정부 통치의 본질을 좌우 대신 ‘관리와 통제’(rule and control)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이 경우 양극단은 극좌나 극우가 아니라 완전 방임 혹은 지나친 통제다.

스카우슨 교수는 전자를 무정부 상태, 후자를 전제주의로 구분하고, 모든 정부의 선택은 둘 사이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선택한 것은 중간이었다. 무정부 상태는 혼란으로 이어지며, 전제 상태가 되면 통치자가 마음대로 법을 만들어 자유가 크게 위축된다. 그들은 “미국은 법을 원하지만 법을 정하는 주체는 국민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국 정치제도의 기원은 고대 이스라엘과 옛 영국

기본적인 방향이 정해지면, 구체적인 준거들이 채워져야 한다. 스카우슨 교수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과거 통치 체제들을 참고해 미국 정치제도의 기틀을 세웠다고 했다.

그 하나가 고대 영국인 앵글로색슨 시대다. 앵글로색슨은 11세기 노르망디 공작 윌리엄이 영국을 정복하기 전의 민족이다. 그들은 일종의 분권형 지방자치 개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소수 혹은 다수의 가정이 모여 하나의 단위를 구성하고, 이 단위들이 대표를 선출해 상원과 하원을 구성하며 그 위에 최고 우두머리를 두는 개념이었다.

다른 하나는 고대 이스라엘 민족인 유대인이다. 그들의 정치제도 형식도 앵글로색슨과 매우 비슷했다. 가구(가정)를 가장 기본적인 사회 단위로 삼아 10개 가구가 하나의 집단을 이루고 집단 대표를 선출했다. 50가구, 100가구, 1000가구 등 집단 규모도 다양했다.

내무와 군사를 담당하는 지도자가 한 명씩 있었고, 그 위에 최고 지도자가 있었는데 그 시초는 모세였다. 유대인들을 끌고 이집트를 탈출한 그 모세다. 그는 이집트에서 벗어나 스스로 다스려야 하는 유대인들을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만들었다.

스카우슨 교수는 “나중에 권력의 상호 제어 메커니즘이 추가됐긴 했지만, 사실 미국의 정치제도는 고대 이스라엘과 고대 영국(앵글로색슨)에서 가져온 것이다. 기본적인 구조와 대강의 틀은 다 거기에서 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은 자국 문화의 뿌리를 유대인 문화로 여긴다. 미국이 종종 이스라엘에 애착을 보이는 이유다. 기독교 신앙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적으로도 친숙함을 느낀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사람을 죽이면 목숨으로 갚고,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면 배상해야 했다. 개인은 법에 근거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었고, 국가라고 해서 권력만으로 한 개인을 처벌할 수 없었다.

법정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는 용의자를 무죄로 간주했다. 증거가 불충분하면 유죄로 볼 수 없고 배심원단의 판결이 갈릴 경우에는 석방해야 했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용의자를 풀어주더라도 그가 정말로 유죄라면 신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카우슨 교수는 이를 오늘날 미국의 법률제도와 유사한 부분이라고 지목했다.

미국 국장, 초기 디자인 | 위키피디아

건국의 아버지들이 옛 영국과 고대 이스라엘의 체제를 참고했음은 미국의 국장(國章)에도 잘 드러난다.

미국 국장의 초기 디자인은 한쪽 면은 영국 최초의 앵글로색슨 정착민들의 전설적인 2명의 지도자를 그렸고, 다른 한면은 전차를 타고 추격하는 이집트 파라오의 군대를 멀리서 모세와 유대인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하늘 위로 구름 속에 불기둥이 나타난 모습이었다.

국장은 국가를 상징하는 공식적인 표장을 가리키는데, 국장을 만드는 것은 유럽의 전통으로 아시아권에서 사용하는 국새와 비슷하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국장을 만드는 데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 1776년 국장 위원회를 설립하고 오랜 시간 고민해 여러 차례 디자인을 변경했다.

현재 사용되는 미국 국장. 왼쪽이 앞면 오른쪽이 뒷면이다. | 위키피디아

오늘날 미국의 국장으로 사용되는, 흰머리수리가 화살과 올리브 가지를 쥔 형태의 국장은 네 번째 디자인인데, 왼쪽 날개는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 오른쪽 날개는 자유와 재산 수호를 의미한다. 부리에 물고 있는 두루마리에는 라틴어로 연방제를 상징하는 표어가 적혀 있다.

이는 통제와 자유 사이의 균형을 의미한다. 독수리가 두 날개로 힘차게 날갯짓을 해야 날아오를 수 있듯이 한 국가의 정부 역시 통제와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상은 미국 헌법을 분석해 건국의 원칙을 28가지로 정리해낸 스카우슨 교수가 자신의 저서 ‘5000년의 도약’ 서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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