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텍사스 하원, 사유 없이 불출석한 민주당 의원 체포 결의안 통과

2021년 07월 14일 오전 11:23 업데이트: 2021년 07월 14일 오후 10:22

미국 텍사스에서 ‘투표법 개정안’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결에서 극적인 장면이 속출하고 있다.

텍사스 주의회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13일 텍사스를 ‘무단이탈’한 민주당 의원들을 추적해 체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공화당 데드 펠란 하원의장은 “의사당 경호팀과 직원들에게 허락 없이 자리를 비운 모든 의원을 의회에 출석시키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며 “불응 시 체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날 텍사스 민주당은 공화당의 ‘투표법 개정안’ 단독 통과 방침에 맞서 의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을 전세기편으로 워싱턴DC에 보내는 초강수를 뒀다. 의회에 출석하지 못하도록 해 표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미달시키려는 작전이다.

텍사스 공화당은 주 하원 전체 150석 중 83석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해 법안과 결의안의 단독 통과가 가능하다. 하지만 법안을 표결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출석이라는 정족수를 채워야 한다.

민주당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기회기 종료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30일에도 비슷한 수법을 썼다. ‘투표법 개정안’ 표결 전 의원들을 몰래 의사당에서 나가도록 했다.

이에 공화당은 특별회기를 열어 재차 표결을 시도했지만, 민주당이 또 한 번 무산시킨 것이다.

 

투표법 개정안 VS 국민을 위한 법안

텍사스 공화당이 주도한 ‘투표법 개정안’은 조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큰 관심사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2건의 선거 개혁 법안인 ‘국민을 위한 법안(For the People Act)’, ‘존 루이스 투표권 선진화 법안’과 대척점에 있기 때문이다.

이날 카린 장-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국민을 위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텍사스 공화당의 투표법 개정안은 사전투표 기간을 늘리는 대신 우편투표 요건을 더 까다롭게 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대규모 우편투표 시행에 따른 유권자 본인 확인 부실과 사기 의혹을 줄여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와 연방의회 민주당의 ‘국민을 위한 법안’ 등은 유권자 등록을 자동화하고, 우편투표를 확대하며, 투표소에서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 확인하는 절차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투표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의 ‘국민을 위한 법안’은 공화당은 물론 같은 민주당 소속인 조 맨친 의원도 반대한다. 맨친 의원은 이 법안이 “이미 약화된 우리의 민주주의 안전장치를 파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텍사스 민주당 의원들 정말 체포될까?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민주당 의원들이 워싱턴DC행 전세기편에 오른 12일 “그들이 의사당에 돌아오면 체포해 구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 주하원 규정에 따르면, 의사당에 출석하지 않은 의원을 체포해 출석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여느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텍사스 정계에서 오랫동안 로비스트로 활동해온 빌 밀러는 “주 정부가 지역 정치인에게 수갑을 사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공화당 짐 머피 의원 역시 텍사스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결의안은 그들에게 복귀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제 발로 돌아와 주기를 기대했다.

텍사스 민주당 소속 재스민 크로켓 의원은 워싱턴DC에서 진행한 CNN과의 인터뷰에서 “팰런 의장과 애벗 주지사 모두 그럴 권한이 없다”며 “텍사스 주지사는 텍사스 공공안전부와 마찬가지로 텍사스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관할권이 없다”고 말했다.

크로켓 의원은 “만약 워싱턴DC에서 체포한다면 법적 권한에 따른 구속이 아니라 강제 구금이다”라며 “그것이 우리가 텍사스를 떠난 이유”라고 말했다. 의원들을 체포할 주지사의 권한을 피하고자 주(州) 밖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공화당의 법안 단독 처리에 맞서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포크타임스는 텍사스 민주당,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실에 이번 사안에 관한 논평을 요청했다.

/잭 필립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