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박테리아, 후손에게 기억 전수”

천쥔춘(陳俊村)
2018년 04월 11일 오후 2:32 업데이트: 2022년 12월 29일 오후 5:24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엔젤레스캠퍼스(이하 UCLA)의 연구팀은 “박테리아(병균)는 중추신경계와 뉴런(신경세포)이 없지만, 다른 형태의 ‘기억’을 통해 지각과 관련된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달해줄 수 있다”고 주장해 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UCLA 웹사이트에 따르면, 여러 국가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낭포성 섬유증(체내에서 점액이 너무 많이 생성되면서 폐와 이자에 이상이 생기는 증상) 환자에게서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박테리아를 관찰했다.

녹농균 박테리아는 환자의 기도에 바이오필름(박테리아 군집체)을 형성했는데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지속적인 감염을 일으키고 심지어 환자 체내로 삽입된 장치 표면에도 형성해 수술을 실패하게 만들기도 했다.

바이오필름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단일 세포로 구성된다. 먼저 물질을 감지하고 물질 표면에 달라붙는 능력을 개발한 후 물질 표면에서 공동체 조직을 이룬다. 모세포는 물질 표면 감지 신호를 기억해 아들 세포에게 전해주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조지 오툴(George O’Toole) 교수는 “연구를 통해 바이오필름 형성 초기 단계에서 가역적 및 비가역적 부착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면서 “비슷한 개념이 1930년대에도 거론됐지만, 초기 바이오필름의 신속한 형성을 위해 세포들이 어떻게 협조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거의 9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의 라민 골레슈타니안(Ramin Golestanian) 연구원은 “바이오필름 형성 초기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박테리아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지에 관해 놀라운 발견을 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SA)’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