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중국 겨냥한 자국 반도체 육성 법안 이번주 표결

한동훈
2022년 07월 25일 오후 5:30 업데이트: 2022년 07월 25일 오후 5:57

미국 상원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520억 달러(68조원) 규모의 법안을 이번 주 내에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상원은 하원에서 지난 19일(현지시각) 가결된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에 대한 종결 투표를 25일 실시할 예정이다.

미 의회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산업을 대규모로 육성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개인용 컴퓨터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 부문 생산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지난 2년간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인해 미국의 반도체 확보 능력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공급망 불안의 핵심이 됐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 미국 인디애나주 퍼듀대학 크라흐기술외교연구소의 보니 글릭 소장은 “반도체 산업은 다른 일반 제조업과는 다르다”며 “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차세대 광대역 통신망, 양자컴퓨팅, 극초음속 기술을 비롯한 신기술과 국방 시스템의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에 의존하는 이러한 구조는 코로나19 시대에 들어서면서 국가안보에 문제가 됐다. 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80%는 아시아 4개국에서 이뤄진다. 한국이 28%로 가장 높고 대만 22%, 일본 16%, 중국 12% 순이다.

미국은 필요한 반도체의 60% 이상을 대만에서 공급받아왔으나, 공급망 문제와 글로벌 원자재 부족 사태가 겹치며 반도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세계 각국도 마찬가지였으며 중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은 반도체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강화할 자원 투입에 박차를 가했다.

글릭 소장은 “다른 국가들, 특히 중국은 세제 혜택이나 기타 조치를 통해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을 장려하고 있다”며 미국은 방관할 여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이번 법안은 생산시설 ‘리쇼어링(해외 생산시설의 국내 귀환)’을 통해 반도체 생산 및 공급 과정을 미국 혹은 미국의 긴밀한 동맹국들이 직접 통제해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의 탄력성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년 6개월 지체된 지원 법안, 양당 간 쟁점은

미국 하원은 작년 1월 ‘반도체생산장려법(CHIPS)’을 통과시켰으나 정작 민주 공화 양당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자금 지원 법안을 승인하지는 못했다.

상원은 작년 6월 ‘미국혁신경쟁법(USICA)’을 가결해 향후 5년간 △반도체 생산에 390억 달러(약 50조 원) △연구·개발 활동에 112억 달러(약 15조 원) △반도체 생산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총 2000억달러·약 260조원) 등 총 2500억 달러를 지원하도록 했다.

상원에서 찬성 68표 대 반대 32표로 무난히 통과된 혁신경쟁법은 하원에서는 민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반도체 생산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에 제동을 걸었다.

하원은 지난 2월 민주당 주도로 별도의 자금 지원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상원의 혁신경쟁법에 담겨 있던 세액공제를 통한 2천억 달러 지원을 빼고, 520억 달러만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하원 법안에는 △그린(친환경) 화학을 공부하는 학생을 위한 보조금 △ 그린 제조업 프로그램 등 반도체 육성과 무관한 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자금 지원이 포함돼 공화당의 반발을 샀다.

양당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골든타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상하원 의원 대다수는 오는 8월 회기 만료 전까지 타협안을 마련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다만, 공화당을 이끄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법인세 인상과 탄소배출 억제를 포함하는 민주당의 일방적 주장을 법안에 포함하면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이 반도체 산업 부흥의 골든타임을 인질로 삼아 친환경 법안을 끼워넣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글릭 소장은 “상원이 내놓은 혁신경쟁법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탈취에 대응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양당이 내놓을 타협안에 관련 조항을 꼭 들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 이 기사는 앤드루 손브룩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