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헌법 2조’ 광폭행보…4개주 총기규제 승인 판결 파기

한동훈
2022년 07월 2일 오후 3:52 업데이트: 2022년 07월 2일 오후 3:52

미국 연방대법원이 엄격한 총기 규제를 인정한 4개주 항소법원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되돌려보냈다.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지만, 대법원은 무기소지권을 보장한 헌법 조문에 충실한 판결을 내렸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캘리포니아, 뉴저지, 메릴랜드, 하와이주의 엄격한 총기 규제를 지지한 제3, 4, 9 연방항소법원 판결 4건을 파기했다(사건번호 20-1507, 21-902, 21-1194, 20-1639. 판결문 PDF).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지난달 23일 뉴욕주 총기허가제 관련 대법원 판결을 참조해 사건을 재심하라고 항소법원에 요구했다.

지난달 23일 대법원은 뉴욕주의 <총기 휴대 제한법>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법은 ‘특별한 자기방어 필요성을 입증한 경우’에만 공공장소 총기 휴대를 허가하도록 했다.

미국 뉴저지의 저지시티에 있는 한 총기 판매점. 2021.3.25 | Spencer Platt/Getty Images

대법원은 “이 법이 일반적인 자기방어 필요성을 가진 준법 시민이 공공장소에서 정당방위 차원의 무기 소유·휴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정헌법 제2조는 대결 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대결은 확실히 집 밖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뉴욕주가 집 안에서 자기방어를 할 권리를 인정하면서 집 밖에서 자기방어를 할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많은 미국인은 집 안에서보다는 집 밖에서 더 큰 위험에 직면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수정헌법 제2조에서는 “잘 통제된 민병대는 자유주의 국가 안보에 필요하기 때문에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무기소지권을 명확히 보장했다.

이날 판결에서 대법원은 캘리포니아 등 총기 규제 사건 4건을 약식 처분하고, 구두변론 단계를 건너뛰고 항소인의 청원대로 재심리를 허가했다. 뉴욕주 <총기 휴대 제한법> 위헌 판결에 근거해 사건을 빠르게 처리했다.

파기된 판결 4건은 각각 제3 연방항소법원 1건, 제4 연방항소법원 1건, 제9 연방항소법원 2건이다.

제3 연방항소법원은 작년 12월 뉴저지 총기규제법을 승인했다. 이 법은 10발 이상 대용량 탄창을 금지하고 이미 소지하고 있는 탄창을 반납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만 달러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제4 연방항소법원은 작년 9월 메릴랜드주의 총기구매자 신원확인법을 승인했다. 이 법은 권총 구매자에게 총기 면허 소지, 안전교육 이수, 지문날인을 요구했다. 또한 10발 이상 대용량 탄창과 AR-15 등 소총 소지를 금지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티니 파크의 총포상점인 ‘프레디 베어 스포츠’에서 소총을 판매하고 있다. 2021.4.8 | Scott Olson/Getty Images

제9 연방항소법원은 캘리포니아, 하와이의 총기규제법 2건을 승인했다. 캘리포니아는 10발 이상 대용량 탄창을 금지하고 기 소지자는 반납하도록 했고, 하와이는 뉴욕주와 비슷한 <총기 휴대 제한법>을 제정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미국 전역에서 일고 있는 총기 규제 강화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일부 주는 판결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메릴랜드주 브라이언 프로시 법무장관은 대법원 판결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프로시 장관은 “최근 다른 주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공공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에도 메릴랜드 총기규제법은 유효하다. 주민들은 위험한 무기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