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공개기도한 코치 해고한 교육당국에 위헌 판결

한동훈
2022년 06월 28일 오후 3:27 업데이트: 2022년 06월 28일 오후 4:16

미국 연방대법원이 경기 후 경기장에서 기도한 미식축구 코치를 해고한 지역 교육당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연방대법원은 27일(현지시각) 공개적인 자리에서 기도했다는 이유로 코치를 해고한 교육당국의 결정이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서 보장한 ‘종교의 자유’ 위반에 해당한다고 6대 3으로 판결했다.

미국 헌법은 정부가 개인의 종교적 표현이나 종교활동 준수를 억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대법원은 ‘케네디 대(對) 브레머튼 학군’ 사건 판결문에서 밝혔다.

기독교 신자인 조 케네디는 워싱턴주 브레머튼 고등학교 미식축구 코치로 재직하면서 경기 후 경기장에서 무릎 꿇고 기도했다. 처음에는 혼자 조용히 기도드렸지만, 나중에는 학생들도 동참했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이 자신도 기도해야 한다는 강요로 느낄 수 있다며 코치 업무 수행 시 공개적으로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케네디 전 코치는 이를 거부했고 2015년 해임됐다.

교육당국은 법원에서 케네디는 경기 후 기도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청중에게 롤모델 겸 공직자(교직원)로서 행동하고 있었고, 이는 <수정헌법> 제1조에서 보장한 개인의 종교적 활동을 벗어난 정부 직원으로서의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 대법관은 브레머튼 학군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다수의견(PDF)에서 “케네디는 자신의 학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조용히 기도를 드렸다”며 그런데도 교육당국이 ‘이를 본 사람들이 학군에서 케네디의 종교적 신념을 지지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고 여겨 그를 징계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다수의견은 또 “<수정헌법> 제1조의 종교·언론의 자유 조항은 케네디의 종교적 표현을 보장한다”며 “이 조항은 정부가 개인의 종교적 표현에 선별적으로 냉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과 미국 전통 중 가장 좋은 점은 종교적이거나 비종교적인 견해에 대해 모두 동등하게 검열과 탄압이 아닌 상호 존중과 관용을 권고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임명한 3명의 진보성향 대법관은 모두 위헌이 아니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는 반대 의견을 냈고 스테판 브라이어,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이 동참했다. 이들은 케네디 전 코치를 범법자로 봤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반대 의견(소수의견)에서 “이번 사건은 공립학교가 교내 행사 도중 학교 관계자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기도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라며 “헌법은 공립학교가 이러한 행위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기는커녕 허가조차 하지 않는다”고 썼다.

반대 의견은 또한 “교육당국이 종교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케네디를 해고했다고 진술했다는 이유로, 케네디의 행동이 교내 행사에 가져다준 심각한 혼란을 무시한 것은 대법원의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케네디 전 코치가 경기장을 공공장소로 간주해 운영하는 학교 정책과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방해한 책임이 있으며, 국가와 교회를 분리한 미국의 오랜 노력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개인의 종교적 자유 보장을 강조했지만, 교회와 국가를 어떻게 명확히 분리해야 할지 다소 모호한 판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교의 자유를 옹호하는 비영리 공익법무법인인 ‘리버티 카운슬’의 맷 스테이버 회장은 이번 판결을 반기면서도 앞으로 유사한 사건과 관련, 하급 법원에 명확한 기준 대신 “역사적 관행과 이해”에 따라 해석하도록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