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샤먼시 파출소장 제재…“中공안부·최고위층 겨냥한 것”

류지윤
2020년 12월 17일 오전 3:49 업데이트: 2020년 12월 17일 오전 3:49

미국 국무부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인권탄압에 연루된 외국관리 제재명단을 발표한 가운데, 이 명단에 중국 정권을 향한 강력한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2020년 국무부 대외행동과 관련한 방안 교부금법’ 제7031(c)조에 따라 외국 전·현직 관리 17명과 그 직계 가족들을 제재 대상자 명단에 등록했다고 밝혔다(성명서 링크).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들이 “심각한 인권침해 및 부패에 연루됐다는 신뢰할만한 정보를 확보했다”고 설명하고 8명의 이름만 공개했다. 그는 제재 대상자 명단 일부는 비공개로 관리한다고 전했다.

8명 가운데 1명은 엘살바도르 지방관리로 스페인 인권활동가 살해 혐의가 적용됐다. 7명은 자메이카 경찰 간부들로 사법적 살인에 연루됐고, 나머지 1명은 중국 푸젠성 샤먼시 공안국 소속 파출소장 황위안슝(黄元雄·45)이었다.

이름이 공개된 중국인은 황위안슝 1명뿐이었지만, 이날 발표된 총 17명의 제재 대상자 중 이름이 비공개된 9명에 중국인이 더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폼페이오 장관은 황위안슝에 대해 “특히 파룬궁 수련자들의 종교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 신념에 따르는 파룬궁 수련자들을 구금하고 심문하는 데 관여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화인민공화국(중공) 정부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종교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포함해 중국인들을 조직적으로 가혹하게 박해하고 있다”며 “전 세계는 이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파룬따파(파룬궁 정식 명칭) 대변인 장얼핑(張而平) 박사는 이날 “미국 당국이 자유세계 리더로서 중국 공산당(중공)의 파룬궁 박해를 그냥 두지 않겠다는 결의를 나타낸 것”이라며 국무부 발표를 환영하고 다른 국가들도 동참할 줄 것을 호소했다.

중국 푸젠성 샤먼시 공안국 우촌 파출소 소속 황위안슝. 직무는 제2경무대 지도원이다. | 에포크타임스 입수

미 국무부는 왜 황위안슝만 콕 집어 제재했나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미 국무부가 샤먼 파출소 소속 황위안슝을 지목한 데에는 남다른 의미가 담겼다고 주장했다.

중국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황위안슝은 공산당원이며 22년 동안 샤먼시 공안국 우춘 파출소에서 근무했다. 샤먼시 ‘10대 인민 경찰’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날 황위안슝 외에 이름이 공개된 외국 전·현직 관리 7명에는 “내전 문제”, “사법적 살인”이라는 이유가 붙었지만, 황위안슝만은 “종교 자유 침해”라는 설명이 달렸다.

리린이는 종교 자유 증진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초부터 일관되게 강조한 가치이자 핵심 정책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중국에서 파룬궁 박해에 가담한 공산당원은 매우 많다”며 “파룬궁 박해를 전담 추적하는 국제인권단체(WOIPFG) 의 조사보고서에는 자세한 혐의와 관련 정보가 수백 건 이상 등록됐다”고 했다.

따라서 미 국무부가 여러 ‘용의자’들 가운데 샤먼시 공안국 소속 파출소장을 제재 명단에 올린 것은 제재의 칼날이 그 ‘윗선’으로 향할 수 있음을 넌지시 암시하기 위한 거동이란 것.

샤먼은 시진핑 중공 총서기와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1979년 칭화대를 졸업한 시진핑은 1985년 6월 15일 자신의 32세 생일날 샤먼시 부시장으로 부임했다. 각별한 기억이 남을 수밖에 없다.

시진핑은 이후 2002년까지 총 17년 6개월 동안닝더 지구위서기, 푸저우 시위서기, 푸젠 성위서기, 푸젠성장을 역임했다. 그의 초기 공직생활 인맥은 모두 샤먼과 푸젠성에서 맺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측근 왕샤오훙(王小洪) 현 공안부 상무부부장, 린루이(林銳) 공안부 부부장은 모두 샤먼 공안국장에 있다가 발탁됐다.

왕샤오훙은 2011년부터 2년간 샤먼시 부시장과 공안국장을 지냈고, 린루이는 2013년 10월 왕샤오훙의 뒤를 이어 공안국장에 임명됐다가 2018년 11월 중앙부서인 공안부로 승진됐다.

리린이는 “이 두 사람 모두 WOIPFG의 파룬궁 탄압 혐의 추적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면서 “둘은 자신의 책임 아래 있던 황위안슝이 미 국무부 제재 대상자로 발표되고, 또한 그 사유가 ‘파룬궁 탄압 관여’라는 것을 들었을 때 강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체포·감금 등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는 공안조직은 중공 내부 권력 다툼에서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반부패 숙청 작업으로 권력 기반을 다지는 한편, 공안조직에 자기 사람 심기를 계속해왔다. 왕샤오훙과 린루이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리린이는 “샤먼시 공안국은 중국 내 여러 지방 공안조직 중에서도 중앙에 진출하고 궁극적으로 시진핑 측근이 되기 위한 발판”이라며 “미국의 이번 조치는 사실 공안부 고위직에 보낸 경고다. 파룬궁 박해를 지속한다면, 제재가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음을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파룬궁은 1999년부터 인권탄압을 당하고 있는 중국의 수련단체로 톈안먼 학살, 위구르·티베트 문제 등과 함께 중국 공산당이 가장 언급을 꺼리는 사안이다. 미국은 이제 공산당의 ‘금기’를 건드리며 강하게 맞서려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