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회계감사 합의…미 의원 “회의적 시각으로 볼 것”

한동훈
2022년 08월 30일 오전 6:54 업데이트: 2022년 08월 30일 오후 12:50

미국과 중국이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회계감독권에 관해 합의했다. 미 의회 중진의원은 중국 기업을 회의적 시각으로 감시하겠다고 경고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과 홍콩 기업을 미국 법에 따라 회계감사하고 조사한다는 데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중국 재무부와 합의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이 미국 증시 상장폐지를 피할 가능성이 생겼다. 다만, 미국 측은 철저한 회계감사를 하지 못한다면 상장폐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리 겐슬러 미 S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합의는 우리가 처음으로 중국으로부터 받은 구체적인 약속”이라며 향후 SEC 감독하의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회계감사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의 발표에 따르면, PCAOB는 “중국 측과 협의하거나 의견을 들을 필요 없이” 조사 대상 기업에 대한 감사업무를 실시하고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회계감사 원본을 직접 입수할 재량권이 부여된다.

또한 PCAOB 감사관들은 중국과 홍콩의 회계법인 직원에게 청취할 권한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중국 측 발표문에는 회계감사 자료는 중국을 통해 제공되는 것으로 표현됐고 미국의 독자적인 재량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직원 인터뷰 조사 등은 중국 측의 참여와 협조 아래 이뤄지고 전반적인 회계감사가 평등의 원칙 아래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가 자국에 유리한 것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매체 중국기금보는 이번 합의에 관해 “매우 큰 희소식”,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전하며 미국이 중국 기업의 불투명한 회계를 문제 삼아왔다는 점은 거론하지 않았다.

겐슬러 위원장은 “중국과의 합의는 중요하지만 프로세스의 첫걸음일 뿐”이라며 “이 합의는 PCAOB가 중국 기업을 완전히 감사할 수 있는 경우에만 의미를 갖는다. 그렇지 않으면 200여 개 중국 기업은 상장폐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PCAOB 감사관들이 홍콩에서 중국기업을 감사할 것이며, 중국 당국은 자국 회계법인에 미국 증시 상장 중국기업의 회계감사 자료를 홍콩에 보내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국가안보상의 우려”를 이유로 중국 기업의 감사 서류 공개에 대한 미국 측의 요청을 거부해 왔다.

미 의회는 이 같은 중국 측의 대응에 맞서 2020년 ‘외국회사문책법(HFCAA)’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중국 기업을 염두에 두고 3년 연속 미 증권당국의 감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외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상장폐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SEC도 이 법에 근거해 지난해 외국 기업의 정보공개의무에 관한 규제를 개정하고 상장폐지 위험이 있는 기업 159개사 명단을 공개했다.

또한 이달 중순 중국석유화공(시노펙) 등 5개 중국 국영기업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폐지 계획을 발표했다.

이 법을 공동발의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은 이번 합의와 관련해 중국 기업에 대한 철저한 회계감사 실시를 강조했다.

루비오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 기업은 수년간 우리 규정을 무시하고 미국 금융시장에서 이익을 얻어 미국인을 막대한 금융 리스크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가 이 합의를 이행할 것인지 최고 수준의 회의적 시각으로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중국은 여러 차례 국제합의를 어겨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안보검토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61개, 시가총액은 1조3천억 달러(약 1745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미국 기관의 투자액은 2천억 달러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