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자체協, 일본판 대만관계법 제정 촉구

최창근
2021년 12월 28일 오후 4:33 업데이트: 2021년 12월 28일 오후 4:33

대만 우호 지자체협의회 일본대만공영수장연맹 창립
일본판 ‘대만관계법’ 제정 촉구
아베 신조 전 총리 축전,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 축사
셰창팅 주일 대만대표 “대만-일본관계 새로운 이정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대만해협 유사시는 곧 일본 유사시” 발언, 일본 정부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선언 등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일로인 가운데 대만-일본 관계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12월 23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대만공영수장연맹(日本臺灣共榮首長聯盟) 창립 총회가 개최됐다. 일본 측에서는 미야모토 리쿠(宮元陸) 이시카와(石川)현 가가(加賀)시 시장 등 현직 기초자치단체(시정촌·市町村)장 127명이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그중 42명이 창립총회에 참석했다. 연맹은 대만과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일본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주도해서 결성했다.

“대만의 유사(有事)는 곧 일본의 유사이며, 미일 동맹과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절대 오판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으로 중국 측의 격렬한 반발을 샀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축전을 보냈다.

일본대만공영수장연맹은 창립 취지문에서 “자유, 민주, 법치, 인권 등 인류 보편 가치관을 공유하는 대만과 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아니라 경제, 문화 방면 교류를 촉진하고 법률을 보완하여 안전보장에 있어 더욱 견고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발기인 대표를 맡은 미야모토 리쿠 시장은 인사말에서 “일본과 대만은 특별한 관계이며 운명 공동체이다. 일본으로 수입되는 중동산 원유나 기타 물류는 대만해협을 경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인들은 체감하고 있지 못하지만 대만 덕분에 일본의 생명선은 보호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1972년 대만-일본 단교 후 일본 정부, 지방자치단체 모두 대만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취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리쿠 시장은 “중국의 위협에 대만과 일본이 공동 대응해야 하며, 안보 분야에서 직접 소통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대만-일본 관계 개선을 위해서 미국과 같은 ‘대만관계법’을 제정하여 대만과 일본 간 안전보장 관련 법원(法源)을 마련해야 한다” 촉구했다. 그는 “대만과 일본은 국교가 없고 민간 기구를 창구로 하여 외교 문제를 다루고 있는 형편이다. 2019년 3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대만 일본 간 안전보장 대화를 제의했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답하지 않고 있다. 오늘날 형세를 보면 대만의 유사시는 곧 일본의 유사시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미국처럼 대만관계법이 존재한다면 대만과 일본 간 안보 의제를 두고 공식적인 직접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일본판 대만관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입법은 국회나 중앙 정부의 몫이지만 중국의 대만에 대한 압박이 나날이 증대되고 있는 와중에 대만관계법 같은 법률 제정은 요원해 보인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나서서 정부에 입법을 촉구하게 됐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대만관계법(臺灣關係法·Taiwan Relations Act)’은 1979년 1월 1일, 미중수교와 동시에 단행된 대만-미국 단교 후 그해 4월, 미국 의회가 제정·공포한 법이다. 1980년 1월 1일 만료 예정인 대만-미국상호방위조약을 대신하여 대만 안전 보장, 대만에 대한 방어용 무기 수출 보장 등을 명시한 미국 ‘국내법’이다. 대만관계법을 기반으로 종전의 상호 대사관을 대신한 ‘대표부’가 설치돼 비공식 외교 관계 틀 속에서 실질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으며 미국은 대만에 방어용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 회장, 후루야 게이지 일화의원간담회(日華議員懇談會) 회장, 리스빙(李世丙) 대만주오사카경제문화사무처 총영사 등이 참석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조회장은 “자유, 민주, 법치 등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인 대만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포괄적진보협정(CPTPP) 가입을 지지하며, 세계보건기구총회(WHA)에도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자민당과 대만 민진당 등 양국 집권당 간의 교류를 강화하고 외교·국방 분야 각료 회담인 이른바 2+2회담을 개최할 필요가 있으며 양국 집권당이 상호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라고 강조했다.

셰창팅(謝長廷) 주일본 대만 대표는 “일본대만공영수장연맹 창립이 대만-일본 간 지방 자치단체 교류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으며 나아가 양국 교류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셰창팅은 4선 입법위원(국회의원), 민선 가오슝(高雄) 시장, 민진당 주석, 행정원장 등을 역임한 민진당 원로이다. 2016년 차이잉원 정부 출범 후 주일 대만 대표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