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사카市, 중국 우한과 MOU 체결…‘일대일로’ 편입 논란

한동훈
2022년 06월 13일 오후 3:49 업데이트: 2022년 06월 13일 오후 4:42

오사카 시장은 “일대일로 아냐”…강행 방침
중국 측은 “일대일로 협력 성공 사례” 선전

일본 오사카항이 중국 우한시와 항만업무 제휴협약을 체결한 가운데, 협약 체결이 진행된 행사 프로그램에 ‘일대일로’ 문구가 들어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마쓰이 이치로 오사카시장은 시의회에 출석해 오사카항-우한신(新)항 항만업무 제휴협약과 관련해 질문을 받자 “두 항구 각각의 이익을 추구해 갈 것”이라며 제휴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쓰이 시장은 “인터넷에 떠도는 것처럼 중국의 패권주의와 인권탄압을 지지하거나 일본의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순수하게 항구 간 업무제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사카시는 작년 12월 일본에서 열린 한 무역설명회에서 후베이성 정부와 ‘오사카항-우한신항 항만업무 제휴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설명회는 후베이성과 일본 민간단체 ‘국제경제무역촉진회’가 개최했다.

그런데 설명회 프로그램에 ‘일대일로’ 문구가 들어갔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번 MOU 체결을 계기로 오사카항이 중국 ‘일대일로’ 구상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구상이다. 주로 저개발 국가에 거액의 자금과 기술을 제공해 인프라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경제성이 낮은 인프라 개발을 유도해 참여국을 빚더미에 앉게 하고 빚을 탕감해주는 대가로 철도, 항만, 도로, 교량, 광산 등 인프라나 천연자원을 약탈하는 ‘채무의 함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대일로에 참여했다가 막대한 채무를 갚지 못한 스리랑카는 지난 5월 1948년 건국 후 최초로 ‘국가부도(디폴트)’를 선언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대외 채무 중 10%만이 중국에 진 빚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22% 정도로 추산됐다.

오사카 정부는 설명회와 MOU 체결은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문제를 제기한 자민당 소속 한 시의원은 “민간 교류 행사에서 정부 간 MOU를 체결한 오사카시가 경솔했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오사카항과 함께 ‘한신항’으로 불리는 고베항은 3년 전 우한항과 비슷한 협정을 맺었으나 올해 12월 협정 만료를 끝으로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날 시의회에서는 “오사카항 역시 고베항과 보조를 맞춰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며 MOU 파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마쓰이 시장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상하이시와의 자매도시 관계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인터넷 여론만으로 시 행정을 우려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오사카시는 중국 상하이를 포함해 미국 시카고, 독일 함부르크 등 세계 8대 도시와 자매도시 결연을 맺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매도시 결연을 다른 국가처럼 ‘우호·친선’이 아닌, 공산당의 영향력 확대 통로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 문제 전문가인 호주 찰스 스터트대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와 독일 싱크탱크 ‘게르만 마셜 펀드’의 머라이케 올베르크 선임연구원은 2020년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보낸 ‘왜곡된 자매 도시’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 문제를 진단했다.

이 기고문에서는 중국 각 지방정부와 외국 도시가 자매도시 결연을 맺도록 장려하는 중국 단체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가 비정부기구를 위장한 정부기관이며,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산하 단체로서 외국 단체와 개인이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도록 만드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우한과 일본 오사카 고베항을 연결하는 국제 컨테이너 직통 해운항로는 2019년 말 개통된 중국-유럽 화물열차와 연계돼 있다.

2020년 12월, 이 직통 해운항로를 통해 운송된 첫 일본 화물은 중국-유럽 화물열차에 실려 유럽으로 옮겨졌는데, 당시 선두 차량에 내걸린 행선표에는 ‘일본-우한-유럽’이라고 적혀 있었다.

중국-유럽 화물열차는 일대일로 구상의 하나다. 따라서 중국이 해당 화물열차에 ‘일본-우한-유럽’이라는 행선표를 내건 것은 일본도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음을 유럽 각국에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MOU 체결에 대해서도 중국 측은 “일대일로 국제경제무역협력의 성공사례”로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