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베트남은 퇴짜, 접종 후 확진까지…中 백신외교 “잘 안 되네”

류지윤
2021년 03월 26일 오후 5:14 업데이트: 2021년 03월 26일 오후 5:19

중국산 백신이 국제적으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산 백신의 국제적인 신뢰도가 러시아산 백신보다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공의 ‘백신 외교’는 곳곳에서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

미국∙인도∙러시아∙중국에서 제조된 백신 중 현재 중국에서 제조된 백신이 국제적으로 신뢰도가 가장 낮다.

미국 화이자 백신은 3기 임상시험에서 95%의 유효율을 보였고 모더나 백신은 94%의 유효율을 보였다.

지난 2월 영국의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의 동행심사에서 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V’ 백신 2개의 임상시험의 보호효력이 91.6%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시노백 백신은 터키에서 유효율 83.5%에 달했지만 인도네시아 3기 임상시험에서는 65.3%, 브라질 3기 임상시험에서는 50.4%까지 떨어졌다. 일부 서방 국가들은 이 같은 엇갈린 수치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적으로 신뢰도 가장 낮은 중국산 백신

올해 1월 영국의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가 17개국 약 1만 9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대다수가 중국산 백신을 의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유고브의 조사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가 외국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산 백신을 받았지만 UAE인들은 러시아나 인도에서 개발한 백신을 더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백신을 공동으로 개발한 멕시코∙인도네시아에서도 중국산 백신보다 러시아산 백신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르기스스탄 연구소인 ‘센트럴 아시아 바로미터’(Central Asia Barometer Survey)가 지난 2월 초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백신의 경우 카자흐스탄인 52%, 우즈베키스탄인 58%, 키르기스스탄인 76%가 러시아가 자신의 국가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으며 카자흐스탄인 20%, 우즈베키스탄인 14%, 키르기스스탄인 8%만이 중공이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캄보디아∙차이나 타임스’(The Cambodia China Times)는 지난 19일 훈센(Hun Sen) 캄보디아 총리가 이날 중국산 백신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주며 “중국산 백신이 가장 안전하고 지금까지 접종을 받은 모든 사람에게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훈센 총리의 발언에 앞서 본인과 그의 아내는 3월 4일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의 백신을 접종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 AZ 백신은 인도가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중공 정협 대변인 궈웨이민(郭衛民)은 올해 중공 ‘양회’에서 2월 말까지 중공이 69개국과 2개 국제기구에 백신을 지원했으며 28개국에 수출했다고 자랑했다.

중국산 백신은 이미 전 세계 수십 개 국가에서 사용 허가를 받긴 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용 허가를 받은 백신은 없다.

곳곳서 난관 만난 중공의 ‘백신 외교’

미∙중 고위급 알래스카 회담에 앞서 지난 12일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쿼드 안보 대화’ 화상 정상회의가 열렸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화상 회의를 마친 뒤 전염병 상황과 관련해 “인도의 제조, 미국의 기술, 일본과 미국의 자금, 호주의 물류 능력을 통해 2022년 말까지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ASEAN), 인도∙태평양 및 기타 지역에 10억 개 백신을 제공하자는 중대한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인도와 중공은 ‘백신 외교전’을 벌였다. 인도 외교부에 따르면 인도는 주변국에 2천만 개 백신을 무료로 나눠줬다. 지난 2월까지 인도는 기증과 계약을 통해 17개국에 총 1560만 개 백신을 공급했다.

부탄에 15만 개, 몰디브에 10만 개, 네팔에 100만 개, 방글라데시에 200만 개, 스리랑카에 50만 개, 미얀마에 150만 개, 아프가니스탄에 50만 개, 모리셔스에 10만 개 등이다. 인도양 남서부의 섬나라 세이셸은 중국과 인도에서 각각 5만 개의 백신을 기증받았다.

중국은 3월 초까지 네팔에 50만 개, 스리랑카에 30만 개, 미얀마에 30만 개를 기증했다. 파키스탄에 기증한 백신은 ‘일대일로’ 국가 중 가장 많았으나, 파키스탄 인구의 0.6% 미만을 커버하는 정도에 그쳤다.

중공의 ‘백신 외교’ 좌절은 특히 동남아에서 두드러졌다.

포린폴리시가 인용한 데이터에 따르면, 중공은 전 세계 공약의 44%인 2억 5000만 개를 동남아에 공급하기로 했다. 2020년 11월 18일부터 2021년 1월 10일까지 동남아 10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중공이 해당 지역 방역 지원 1위를 차지했지만, 응답자의 16.5%만이 신뢰할 만한 힘이라고 답했다. 이에 비해 인도는 19.8%, 미국은 48.3%였다.

또 중공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국가는 ‘양다리를 걸친 채’ 여러 나라에서 백신을 사들이면서도 유일하게 중국산은 사지 않았다.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중공이 현지에서 적극적인 백신 외교를 펼쳤는데도 베트남은 미국∙영국∙러시아 등에서 대량의 백신을 수입하면서도 중국산 백신만은 주문하지 않았다.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들의 백신 문제에서도 중공의 제안은 좌절됐다.

지난 3월 11일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2021년 도쿄 하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필요한 백신을 중공이 자발적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일본과 호주가 연이어 거절의 뜻을 밝혔다.

3월 12일 일본 올림픽 담당 장관 마루카와 다마요는 IOC가 이 일에 관해 일본과 소통하지 않았으며 일본 선수들은 일본의 허가를 받지 않은 외국 백신을 접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호주 언론은 14일 호주 IOC와 선수들이 국제 IOC의 중국산 백신 구매 계획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산 백신 접종자 중 확진자 여러 명 발생

지난 20일 임란 칸(Imran Khan) 파키스탄 총리는 코로나19 검사 후 양성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돼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이틀 전인 3월 18일, 중공 관영 매체는 임란 칸이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중국 시노팜이 생산한 백신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은 지난 10일 코로나19 백신 일반 접종을 시작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파키스탄 의료진이 중국산 백신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총리의 확진 판정에 앞서 18일 샨시(陝西)성 시안(西安)의 제8병원 검사원 류(劉)모 씨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류 씨의 동료는 류 씨가 이미 중국산 백신 2차 접종을 마쳤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이런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중공 의학 전문가들은 ‘세 번째’ 중국산 백신 투여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중공 ‘외교 백신’ 부인… 관영 매체가 밝힌 백신 수출 목적

중공 당국은 그동안 ‘백신 외교’를 부인해 왔다. 2020년 12월 24일 중공 관영 신화통신은 “서방 정치인들이 중국이 백신을 이용한 ‘백신 외교’로 정치적 영향력 확장을 노린다고 하는데, 이는 ‘사악한 심보’다”라고 평했다.

중공 관리들은 또 중공이 전 세계 방역 협력을 추진하는 데엔 “지정학적 목표도, 경제적 이익 계산도, 정치적 조건도 전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시진핑 역시 전 세계 방역 과정에서 중공이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7일 ‘닛케이 아시안 리뷰’와 기타 일본 언론이 주최한 온라인 원탁회의에서 “중공의 ‘백신 외교’에는 ‘백신 분배나 획득을 정치∙지정학적으로 연계하지 않을 것’이란 ‘조건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호주 현지 매체 ‘더 오스트레일리안’은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현재 중국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 공급을 위해 중국 회사들에 유리한 인프라와 경제적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더 오스트레일리안’은 예방접종 계획에 참여한 관계자를 인용해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둘러싼 중국과 서방 국가 간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중공이 개도국에 백신을 공급하려는 노력엔 ‘부가조건’이 달려있다”고 전했다.

서호주 퍼스에 있는 미국-아시아 센터(US-Asia Centre) 제프리 윌슨 소장은 “중공은 조건부 경제적 응징이나 유도로 목적을 달성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국(중공)의 백신 외교는 사실상 경제외교의 한 형태일 뿐으로, 이는 중국(중공)의 원조 계획에서 상용되는 경로이고 투명한 적이라곤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중공 관영 매체들은 ‘일대일로’에 대한 추진과 체제 우월성 고취를 목적으로 백신을 수출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2020년 3월 중국질병예방학회 부회장 겸 비서장 량샤오펑(梁曉峰)은 중공 ‘일대일로’ 연선 국가에 중국 백신을 우선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2월 10일, 압델카데르 메사헬 알제리 외교부 장관은 중공의 알제리 백신 지원에 감사하며 “중국으로부터 백신을 구매하길 바라고 중공과 함께 ‘일대일로’를 건설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한대 의학바이러스연구소 양잔치우(楊占秋) 교수는 환구시보에 백신 개발에서 중국이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미국은 순(純)시장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힘을 집중해 큰일을 처리하는 것’에서는 중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미국∙한국∙일본∙호주∙독일∙이탈리아 및 여러 아시아 국가와 아프리카 국가의 중공 대사관은 잇따라 3월 15일부터 중국산 백신을 접종한 외국인에 대해 ‘비자 발급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선포했다.

리린이(李林一) 시정평론가는 “중공이 백신을 수출하면서 다른 나라에 협정을 요구하진 않았지만, 현재 중공은 백신을 무기화하고 있다. 만약 유럽에서 관계가 좋은 나라나 ‘일대일로’ 연선 국가에 우선으로 백신을 공급한다면 그 실체는 일종의 정치적 교환이다. 외국인이 중국에 가서 중국산 백신을 맞으면 ‘비자 편의’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중공이 지금 ‘백신 외교’를 벌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