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올림픽 보이콧 검토 안해”…北 비핵화 위해 中과 협력 강조

하석원
2021년 12월 13일 오후 3:20 업데이트: 2021년 12월 13일 오후 6:15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3일(이하 현지시각)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 여부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보이콧) 참가 권유를 받은 바 없고 한국 정부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 백악관은 지난 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선언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는 신장 지역에서의 인종에 대한 지속적인 집단학살과 범죄 그리고 다른 인권 유린을 고려해 2022년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경기에 어떤 외교·공무 대표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행정부가 동맹국에 이 같은 결정을 통보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지는 동맹국의 판단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사키 대변인은 동맹국에 맡겼다고 했지만, 이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더 많은 국가로부터 (보이콧)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며 동맹국의 참여를 간접적으로 독려했다.

그런데 이번에 문 대통령은 미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에 동참할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한 ‘중국과 갈등관계에 있고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한 호주를 방문한 것이 중국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는 질문에는 “오커스(AUKUS)는 호주가 주권국으로 자주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오커스는 미국·영국·호주의 3국 안보협의체다. 당사국들이 직접 중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대중국 견제 안보동맹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이어 “오늘 호주 방문은 중국의 입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탄소중립 기술 협력 확대, 자주포 획득 사업 등 방산협력을 강화하는 게 한국 국익에 매우 중요했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불참 의사 표명 직후 관련해 한미 동맹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외교와 안보의 근간”이라면서도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 중국의 건설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중국 포위전략을 구사할 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아시아·태평양 경제동맹의 틀을 짜고 있다. 한국·일본·인도·싱가포르 등 전통적 우방국이 이 경제동맹체의 핵심이다.

캐서린 타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1월 일본에 이어 한국을 방문해 정부 경제 고위관리와 주요 기업대표들과 회동했으며 이어 인도에서도 비슷한 만남을 가진 바 있다.

같은 시기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인도·태평양 경제협정과 관련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미국은 외교·안보와 경제를 분리해 중국을 상대해왔지만,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방치하면 결국 외교·안보도 지켜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한국을 향해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에 문 대통령은 경제에서는 여전히 중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특히 북한 비핵화 등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 문제에서 자주 사용하던 협상 카드이기도 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내세워 미국과 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얻어내려 해왔다.

문 대통령은 사드 갈등 등을 의식한 듯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갈등하는 문제도 있고 경쟁하는 문제도 있다”면서도 기후변화, 공급망, 전염병 등 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편, 종전선언 추진 구상에 대한 질문에는 그 자체가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 중요한 대화 모멘텀이자 비핵화 협상과 평화체제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출발점이라며 추진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공화당 등 보수층에서는 비핵화 협상을 전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비핵화 협상을 위한 대화 재개의 실마리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관련국인 미국, 중국, 북한 모두 원칙적 찬성 입장을 밝혔다”며 “우리 정부는 마지막까지 가급적 대화를 통해서 접근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