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尹 당선인, 대선 이후 첫 회동

이윤정
2022년 03월 28일 오후 9:39 업데이트: 2022년 03월 28일 오후 10:20

대선 후 19일 만…역대 가장 늦은 만남
김부겸 총리, 文·尹 회동에 큰 역할
집무실 이전 판단은 차기 정부 몫협조할 것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만남이 드디어 성사됐다.

두 사람은 3월 28일 오후 6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해 회동했다. 지난 3월 16일로 예정됐던 오찬 회동이 불과 4시간 앞두고 불발된 지 12일 만의 회동이다. 당초 독대 회동 형식으로 추진됐으나 이날 회동에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만남은 대선이 끝난 지 19일 만으로, 역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 가운데 가장 늦은 만남이다.

지금까지 대선 후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은 통상 열흘 내 이뤄졌다. 가장 빨랐던 만남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만남으로, 대선이 치뤄진 뒤 이틀 만에 만났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선 사흘 만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만남은 나흘 만에 이뤄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동은 9일 만에 이뤄졌으며 단독 회동으로 이뤄졌던 이전과 달리 처음으로 배석자가 등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도 18대 대선 이후 9일 만에 만났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별도의 회동은 없었다.

아울러 이날 회동은 대통령과 당선인 간 역대 최장 회동으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5시59분 청와대 비서 업무 공간인 여민1관에서 만나 녹지원을 가로질러 상춘재로 향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오후 8시 50분까지 총 2시간 51분간 이어졌다.

만찬 회동 종료 후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회동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 예산 등에 대한 협조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실장은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에서 “자연스럽게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얘기가 나왔다”며 “문 대통령께서는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 몫이라 생각하고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집무실 이전 예산을 위한 예비비를 국무회의에 상정할지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절차적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으셨다”면서 “제가 느끼기엔 아주 실무적으로 시기라던지, 이전 내용이라던지 이런 것을 서로 공유해서 대통령께서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취임식 이전에 집무실 이전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두 분께서 시기까지 가능하다, 하지 않다는 말은 없었다어쨌든 문 대통령이 협조를 하고 실질적인 그런 이전 계획 예산을 면밀히 살펴보시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에 김부겸 국무총리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총리는 주말인 26일을 전후해 윤 당선인과 만나 문 대통령과의 회동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의 회동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며 윤 당선인에게 “청와대의 제안에 화답해 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