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영문 직함 ‘프레지던트’로…국제적 통용 호칭 따른 듯

이윤정
2021년 02월 18일 오후 4:40 업데이트: 2021년 02월 18일 오후 4:45

북한이 국가수반인 김정은의 영문 직함을 ‘프레지던트(President)’로 바꿨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7일 “북한이 김정은의 영문 직책 표기를 위원장·의장을 뜻하는 ‘체어맨(Chairman)’에서 국가 주석·대통령을 의미하는 ‘프레지던트(President)’로 바꿨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영문 뉴스는 이날 김정은·리설주 부부가 평양에서 김정일 탄생 79주년 기념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하면서 김정은의 직함을 ‘president of the State Affairs’로 표기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한글 직함은 그대로다. 조선노동당 총비서·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국무위원회 위원장 등이다.

연합뉴스는 전문가들의 논평을 인용해 북한의 이 같은 행보는 중국과 러시아 등의 국가수반들이 대통령·주석으로 불리는 흐름을 따라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일반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은 호칭 변경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경우와 유사하다고 전했다.

중국의 시진핑 총서기도 대외적 직함은 국가주석(President)이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국가수반이 당 최고직을 겸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직함이 여러 개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문 보도에서 시진핑에 대해 ‘총서기’와 ‘국가주석’이라는 호칭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영문 기사에서는 수십 년간 당 지도자를 ‘프레지던트’로 지칭해왔다. 

전문가들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프레지던트’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 “당 최고 지도자가 당 내부 권력투쟁의 승자가 아니라 민주 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도자라는 것을 암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시진핑을 ‘중국 공산당 총서기’라고 불렀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중국 공산당 당수는 중국 국민이 선출한 민선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공산당 당수를 더는 ‘프레지던트’로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USCC는 “중국은 민주국가가 아니며 중국 국민은 투표·집회·표현의 자유가 없다”면서 “시진핑 총서기에게 그와 어울리지 않는 ‘프레지던트’라는 호칭을 부여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전체주의 통치에 민주주의 합법성의 허상을 씌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