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억제 위해 日 ‘참수작전’ 능력 강화해야” 아베 측근 주장

이윤정
2022년 02월 21일 오후 6:25 업데이트: 2022년 02월 21일 오후 6:25

기시다 총리 취임 후 ‘평화헌법’ 개정 논의 재점화
‘적 기지 공격 능력’ 등 일본 군사력 강화에 우려도

일본의 한 교수가 “일본 자위대가 ‘참수작전’ 능력을 강화해 중국 공산당(중공)과 북한을 위협해야만 평화를 이룰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핵심 브레인 중 한 명인 시마다 요이치(島田洋一) 일본 후쿠이(福井)현립대 교수는 지난 2월 7일, NTD 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일본은 북한과 중공의 이중 공격을 받는 심각한 상황 속에 놓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참수작전(Decapitation strike)은 적의 핵심 수뇌부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제거하는 작전이다.

시마다 요이치 교수는 일본 국가기본문제연구소 평의원 겸 기획위원, 북한 납치피해자를 구출하는 전국협의회 부회장,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우익 성향 정치학자다.

시마다 교수는 “일본 정부가 적 기지 공격 능력과 군사 훈련에만 의존해 일본의 안보를 보호하는 건 충분하지 않다”며 “중공 정권이 일본을 군사적으로 침략한다면 일본이 중공의 지휘 본부에 파괴적인 공격을 가해야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일본은 최대 속도 마하 10이 넘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저지할 수 없다”며 “일본은 이런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북한 지휘부에 보복 공격을 가할 능력을 갖춰야 북한을 억제할 수 있으며 다른 방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른바 ‘참수작전’은 논란을 불러올 수 있지만, 최소의 대가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이는 중공과 북한의 집권자들이 매우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이렇게 해야만 동아시아 지역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마다 요이치 후쿠이현립대학 교수 | 산케이 신문

수년 전부터 중국 공산당 정부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병력 배치를 강화하고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자주 벌이며 주변국에 대한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2020년에는 239일에 걸쳐 모두 961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켰다. 지난 1월에도 이틀간 ADIZ에 공군기 52대를 진입시키기도 했다. 여기다 올해 들어 북한은 탄도미사일 6차례, 순항미사일 1차례 등 총 7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사평론가 란수(藍述)는 최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마다 교수의 발언을 두고 “일본 국민들이 중공의 확장을 얼마나 우려하는지 잘 보여준다”며 “중공 경제의 성장, 북한 지원,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지속적인 도발로 인해 중공과 북한은 사실상 일본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시마다 교수의 발언은 사실상 일본 정부에 중공을 억제할 수 있는 무기를 생산하고, 자국의 안보를 위해 중공과 군비 경쟁을 벌일 것을 촉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2월 1일 중국의 ‘해경법’ 발효 후 중일 간 긴장이 고조됐다.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해에서 조업하는 일본 어선을 향해 중국 해경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일본 해상보안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해경국 소속 경비정이 일본 영해선에 접근한 사례는 18건으로 전년 대비 8건 증가했다. 중국 선박이 센카쿠 열도 주변 영해를 침입한 사례는 34건으로 전년 대비 10건 증가했다.

해양법 전문가인 사카모토 시게키(阪本茂樹) 고베대 명예교수는 “중공의 의도는 일본어선 공격을 통해 일본의 실효 지배를 뒤흔드는 것이며 향후 중국 공산당의 행동은 더 격렬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9월 16일,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성 대신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센카쿠 열도와 동중국해 기타 지역에서 벌어지는 중공의 행동에 일본은 첨예하게 맞설 것이며 중공의 위협에 대응해 필요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74년 이상 유지해 온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논의가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1947년 채택한 헌법 제9조는 “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을 영구적으로 포기한다”고 규정하며 ‘전쟁·전력 포기, 교전권 불인정’을 명시해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일본 정부는 평화헌법에 기초해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받은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원칙을 유지해 오고 있다.

집권당인 자유민주당은 이 조항의 개정을 줄곧 주장해왔다. 특히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개헌을 바라는 우익 세력에 앞장서면서 자민당은 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 조항’ 등을 추가하는 개헌을 추진해왔다. 2014년에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아도 주변국 등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른 나라가 공격받으면 이에 대해 무력 개입을 할 수 있는 권리다.

이를 두고 주변국들은 헌법에 자위권을 명기하면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에 가까워진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일본 내에서도 야당이 반대하고 연립 여당인 공명당도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다. 일본 국민들도 전쟁 불가 규정을 개헌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많다. 지난해 6월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보도에 따르면 헌법 9조 개정 여부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 개정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61%로, 찬성(30%) 의견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대외적 환경 변화로 위기의식이 확산하면서 일본 내 개헌 찬성 여론이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부터 적극적인 개헌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헌법개정실현본부 전체 회의에 참석해 “당의 총력을 결집해 개헌을 실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같은 달 국회에서도 “현행 헌법이 시대에 어울리는 것인지, 그 존재 방식에 진지하게 마주할 책무가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자위대 명기, 긴급사태 대응 등 자민당이 총선 등을 통해 내세워온 사안에 대해 “임기 내 개헌을 완료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연합뉴스

최근 일본 정부는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와 관련해 상대국 영공까지 전투기로 진입해 폭격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기시 노부오 방위성 대신은 지난 2월 16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이 “자위권 발동 요건을 만족시키면 상대국 영공 안에 일본 전투기가 진입해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도 선택지로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자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는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상대국 영공 내에서 격추하는 것을 상정하므로 이는 전수방위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과 북한 위협을 명분으로 일본의 무력 증강이 한층 노골적으로 전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수방위 원칙에 따라 방어 위주의 전력과 작전개념을 유지해오던 일본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으로 무력시위를 감행하면서부터다. ‘본토 방어에만 무력을 사용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을 형식적으로나마 지키려던 모습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을 확보하면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더욱 확대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일본이 동북아 지역에서 군사적, 외교적으로 강경 기조를 유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일본의 식민 지배를 겪은 한국인에게는 과거사 문제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심리적 저항감이 클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일본의 군사적 행동이 한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미일 3국 간 협력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