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주한미군 사령관 “한반도, 中 위협 증대…작전계획 업데이트 필요”

하석원
2021년 12월 25일 오후 1:51 업데이트: 2021년 12월 25일 오후 6:13

전작권 전환에 대해서는 ‘한국 군사력 미흡…시기상조’
文 정부 종전선언에 대해선 “얻으려는 게 뭔지 불명확”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의 작전계획이 뒤처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중국의 침범이 300% 늘어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는 한국의 군사적 역량 미흡을 이유로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지난 7월 임무를 마치고 미국에 귀국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2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출연, 전작권 전환 준비 상황을 묻는 말에 “2019년 이전까지는 큰 진전이 없었지만, 그 이후에는 이전 3년분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답했다.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할 능력을 3단계로 검증해왔다.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검증은 2019년 끝났고,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는 지난해 마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2단계 검증이 연기되면서 차질이 생겼다. 문 대통령 공약대로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올해 내에 2·3단계 검증을 완료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전작권 전환은 다음 정부의 과제로 넘어간 상태다.

이날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요건을 묻는 말에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으로만 한정해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중요한 군사적 역량 습득, 다른 하나는 한국의 전략 타격능력 및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이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첫 번째 요건은 한국이 연합 방위전력을 이끌기 위한 중요한 군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요건은 한국이 전략 타격능력을 획득하고 한국형 통합 공중미사일방어 체계를 개발해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솔직히 많이 뒤처져 있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군은 고체연료 미사일을 계속 실험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과 주한미군 또 일본에 심각한 위협이다. 고체연료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미사일을 지하에 숨길 수 있고 매우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런 미사일들은 오래된 70년대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훨씬 더 정확성이 높다. 훨씬 큰 탄두를 탑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서욱 한국 국방장관이 새 ‘전략기획지침(SPG)’을 합의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에 시행됐어야 할 일이었다”고 본다며, 시대에 뒤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작전계획은 2010년 전략기획지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11년이나 됐다”며 “내가 2018월 11월 한국에 도착한 이후 한국의 작전계획을 상세히 검토했고, 이어 2019년 3월 유엔사와 연합사, 주한미군의 사령관으로서 첫 훈련을 하면서 2010년 이후 모든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새로운 작전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위협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향상된 포탄 체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 등을 나열하며 “2010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은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중국 공산당의 위협도 한미 양국이 전략기획지침과 작전계획을 업데이트해야 할 이유로 꼽았다.

그는 “한 가지 더 보자면 중국 공산당의 통제와 지휘를 받는 인민해방군이 있다. 2010년 이후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중국이 그들의 존재감을 크게 늘린 것은 비밀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중국이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사례가 300% 늘었다. 우리는 북방한계선(NLL)을 따라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의 증가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모든 것은 작전계획에서 다뤄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전략계획지침에는 없는 내용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실현하겠다며 추진 중인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종전선언을 하면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종전선언을 성급히 할 경우 전쟁이 끝났으니 1950년 여름 통과된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고 나면 미끄러운 비탈길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