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뉴욕 교도소 책임자 “엡스타인 죽음은 당국의 감시 실패 탓”

페트르 스바브
2019년 08월 14일 오후 10:49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후 12:03

미국 사회가 한 달 이상 억만장자 故 제프리 엡스타인(66)의 성범죄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감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 후에도 이 사건에 담긴 정치∙사회적 함의를 풀기 위해 진실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버나드 케릭 전 뉴욕시 교정국장은 엡스타인의 죽음이 교도소 당국의 관리 부실로 일어났다고 진단했다. 교정국장은 교도소를 관할하는 교정국의 최고책임자(민간직)이며, 교도소장보다 직급이 높다.

엡스타인이 자신의 구치소 독방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는 공식 성명을 확인한 후, 케릭 전 교정국장은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엡스타인이 자살 시도했던 구체적인 방법까지 예측했다. 그런데도 당국은 이를 방지하기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예견된 자살

엡스타인은 사고 당일 아침 감방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후 사망 선고를 받았다.

현지 언론들은 23일 자살 시도 후 자살방지감시대상이었지만 사고 발생 당시에는 감시대상에서 해제됐다고 전했다. 연방 구금시설의 감방 동료가 전출되면서 사고 당일 엡스타인은 사실상 독방에 있었던 것이다.

케릭 전 교정국장은 에포크타임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교정 당국이 의지가 있으면, 죄수의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며 이러한 조건에서 그의 자살은 예견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독방 감금은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감자의 정신적 통제를 무너뜨린다. 가로세로 4.5m 감방에서는 성경을 읽는 것 외에 할 일이 거의 없다.

“뭘 하겠는가? 벽의 갈라진 틈을 세고, 2층 침대의 스프링을 센다” 또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지만, 마음이 계속 떠돈다” 결국, 그 사람은 자신이 미쳐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케릭 소장은 말했다.

케릭 전 교정국장은 1998~2000년에 뉴욕시 교정국에 재임했으며, 2000~2001년에는 뉴욕시 경찰국장에 임명됐다. 그는 세금 사기와 허위 진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연방 교도소에서 8개월 복역한 경험이 있으며, 엡스타인이 있었던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 독방에서 60일간 감금됐었다.

“혼잣말을 하면서 깨어나거나 아니면 실신 상태가 된다”며 케릭 전 교정국장은 엡스타인은 그런 상황에 특별히 탄력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독방 생활 적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케릭 전 교정국장은 “엡스타인이 강한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살아온 쾌락주의적 생활과 극도로 절제된 감옥 생활 사이의 확연한 대조가 엡스타인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엡스타인의 변호사들은 그의 보석 거부 결정에 항소했지만, 항소할 법적 기준이 높아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게 뻔했다. 소아성애자의 처벌은 가장 가혹해 이번에 유죄가 확정되면 최장 45년형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동료 수감자들로부터 가장 혹독한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방 가능

보도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침대 시트를 이용해 목매달았는데, 케릭이 예측한 대로다. 케릭 전 교정국장은 감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수감자가 어떻게 그 시트를 1.5m의 2층 침대 꼭대기에 묶는지, 그다음 어떻게 목매는지 자세히 설명한 뒤 “그렇게 하는 것을 수십 번 봤다”고 고백했다.

케릭 전 교정국장은 맨해튼에서 수감자가 양말로 목을 조르거나 비닐봉지를 삼켜 질식사한 경우를 목격했다며 교도소 내 자살은 흔히 일어나고 예방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살을 막을 방법도 여럿 있다고 강조했다. 엡스타인의 경우 30분이 아닌 10분마다 감독관이 감방을 세세히 검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엡스타인의 사망 전날은 그 30분 간격의 감독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침대 시트를 준비하고 질식하는 것은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30분은 범행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케릭은 전했다.

케릭 전 교정국장은 또 다른 예방책으로 카메라를 설치해 엡스타인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엡스타인을 둘러싼 위험이 “그냥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미연방수사국(FBI)과 뉴욕 남부 지부 검사는 엡스타인의 사망을 조사하고 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엡스타인을 감금하고 있던 구금시설에 “심각한 비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의 감찰관에게 이 문제를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