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IT공룡 텐센트, 라쿠텐 지분 인수…美·日 정보유출 감시

류지윤
2021년 04월 23일 오후 1:05 업데이트: 2021년 04월 23일 오후 1:07

미국과 일본 정부가 일본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에 대해 공동으로 정기 모니터링을 하기로 했다고 21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중국 IT기업 ‘텐센트’ 계열사 ‘라쿠텐’의 대주주가 됐기 때문이다.

미·일 양국은 라쿠텐이 보유한 대량의 일본인 개인정보가 텐센트를 통해 중공(공산주의 중국)에 유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공이 제정한 ‘국가정보법’에 따르면 모든 중국기업은 중공 당국의 정보수집에 의무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라쿠텐은 지난달 31일 텐센트 자회사 ‘이미지 프레임 인베스트먼트’로부터 67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미지 프레임은 이번 투자로 라쿠텐 주식 3.65%를 확보하며 6대 주주가 됐다.

일본 정부는 이번 거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가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투자 소식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도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일본 국가안전보장국과 재무성 등 관계부처에 이번 투자를 관련법에 따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질의서를 보냈다고 일본 교도통신은 전했다.

미국 정부는 이전부터 중국기업들의 외국인 개인정보 수집 행위에 대해 우려 깊은 시선을 보내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지난 1월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8개 중국 앱 서비스 업체와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일본 정부는 ‘외국환 및 외국무역법’에 근거해 라쿠텐과 정기적인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법은 정보통신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분야에서 외국기업 혹은 외국 투자자의 일본기업 투자를 제한하고 있으며, 지난해 한 차례 개정을 거치며 더 강력해졌다. 나날이 증대되는 중공의 영향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 법은 외국 투자자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분야의 일본기업 지분을 1% 이상 인수하려면 정부에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개정 전에는 10% 이상을 인수할 때만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었다.

다만, 경영 참여 목적이 아니라 수익을 위한 단순한 투자 목적이라면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라쿠텐은 교토통신에 “텐센트의 지분 인수는 단순한 투자 목적”이라며 텐센트가 라쿠텐 이용자 개인정보를 취득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닛케이 아시안리뷰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텐센트 측의 금융투자 목적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았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텐센트 측은 단순한 투자 목적임을 입증하기 위해 아직 밟아야 할 절차가 남아 있다.

오는 5월 중순까지 텐센트 측 인사가 라쿠텐 이사진에 편입할 계획이 없음을 명확히 하는 등 일본 정부가 요구한 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라쿠텐은 1997년 설립된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로 현재는 휴대전화와 금융서비스를 아우르는 거대 IT기업으로 성장했다.

텐센트 측은 이러한 기업에 67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도 일본 정부의 사전심사를 받지 않았다.

닛케이 아시안리뷰는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자본이 이렇게 중요한 일본기업에 투입됐는데, 아무 의혹이 일지 않은 점은 놀랍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침해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에 대해 강력한 보호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미국 ‘외국인 투자 심의위원회'(CFIUS)는 재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소속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외국인 투자를 심사, 규제하고 있다.

만약 어떤 투자가 국가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될 경우, 위원회는 사후에라도 투자 철회와 지분 매각 등을 명령할 수 있다.

또한 CFIUS는 투자가 이뤄지기 이전부터 비공식 협의를 통해 사전규제하는 역할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