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CTV “젤렌스키 이미 탈출”…우크라에 불리한 가짜뉴스 확산

김정희
2022년 02월 28일 오후 3:49 업데이트: 2022년 02월 28일 오후 3:49

러시아 정부 발언만 일방적 보도…사실상 대변인
관영매체 산하 소셜미디어 채널엔 ‘보도지침’ 유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세계적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중국 관영언론들이 러시아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방송인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대놓고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가짜뉴스를 방송해 사실을 아는 외국 기자의 빈축을 샀다.

CCTV는 지난 26일 “러시아 하원 의장 뱌체슬라프 볼로딘에 의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키예프를 탈출했다”며 “젤렌스키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은 모두 사전 녹화영상”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오보였다. 이후 공개된 여러 편의 영상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예프를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CCTV는 정정 방송을 하지 않았다.

해당 영상은 CCTV 사이트와 중국 영상 플랫폼에선 삭제됐지만, 현재 CCTV 국제 뉴스채널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는 업로드 날짜 27일로 그대로 남아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중국 보도담당 린다 류 기자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할 말을 잃었다. CCTV를 비롯한 중국 관영 언론들은 러시아의 정치 선전을 퍼뜨리고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키예프에 남아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홍콩기자 판원씬(Fan Wenxin)도 트위터에서 “중국 관영언론은 거리낌 없이 우크라이나 측 소식을 배제하고, 러시아 측 소식만 인용보도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심지어 젤렌스키 본인 영상조차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CCTV는 또 하나의 오보를 냈다. CCTV는 크렘린궁 대변인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측에서 협상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러시아 측 주장을 그대로 송출한 것이다.

류 기자는 또 다른 트위터 게시글에서 CCTV가 러시아 측 말만 듣고 이런 보도를 했다면서 “다른 중국어 매체들은 영국 언론을 인용해 이를 부인했지만, 그들(CCTV)은 여전히 교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에포크타임스 취재진이 조사한 결과, CCTV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주로 러시아 정부 관계자나 관영언론 발언을 전달하며 러시아 대변자 노릇을 해왔다. 우크라이나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한 뉴스는 소수에 그쳤다.

이 같은 보도 행태는 중국 공산당의 보도지침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22일 중국 신경보 산하 국제 영상뉴스채널 ‘스멘'(世面)의 웨이보 계정에는 상급기관 보도지침으로 보이는 글이 게시됐다.

이 글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불리하고 서방에 유리한 글은 금지한다”며 “댓글은 특별 선별하는 방식으로 통제한다. 관리자만 볼 수 있는 기능으로 댓글을 검토한 후 선정된 댓글만 공개한다”고 지시했다.

아울러 “인기 글은 인민일보, 신화사, CCTV 뉴스만 선정한다”고 덧붙였다.

이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스멘의 웨이보 계정 관리자가 상급기관에서 전달한 보도지침을 실수로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것으로 추측된다. 신경보는 중국 공산당 베이징시 선전부 산하 관영매체다. 해당 지시가 당 선전부에서 내려왔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중국 온라인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한 검열·삭제가 활발하다.

지난 26일 중국판 카톡인 위챗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글이 게재됐다가 격렬한 비난 댓글과 욕설이 달린 끝에 1시간 반 만에 내려졌다. 글쓴이가 내렸는지, 위챗 측이 삭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화권 평론가들은 자발적으로 찬반 댓글을 단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게시물이 공산당 댓글부대 ‘우마오당'(五毛黨)에 ‘좌표’가 찍혔을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