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대, 광저우 美영사관 앞에서 “공산당 타도” 외치다 끌려가

김윤호
2022년 04월 11일 오후 7:18 업데이트: 2022년 04월 12일 오후 2:53

“짐승처럼 살기 싫어…죽더라도 공산당에 정면으로 맞서보고 싶다”
왜 美영사관 앞? “중국에서 가장 자유로운 곳, 이곳에서 최후 맞겠다”
에포크타임스 탈당센터 통해 공산당 탈당 “사악한 조직 벗어나 홀가분”

중국의 한 20대 청년이 광저우 주재 미국 영사관 앞에서 “공산당 타도”를 외치다가 공안에 끌려갔다. 살해당할 수 있다는 위협 속에서도 공산당에 대한 공개 비판을 멈추지 않는 중국 청년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9일 중국 쓰촨성 광위안시에 사는 청년 쩡한샤오(曾含笑·26)는 광저우의 미국 영사관을 찾아가 “공산당 타도”를 외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자유를 구속받느니 죽음을 택하겠다는 취지다.

쩡씨가 비장한 각오로 미국 영사관을 찾은 것은 상징성 때문이다. 그는 전날 에포크타임스 취재진과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내일(9일)이 나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미국 영사관 앞에서, 중국에서 가장 자유로운 곳에서 죽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체포는 세 번째로 알려졌다. 쩡씨는 “이미 두번 체포됐다가 풀려났다”면서 유럽에 머물고 있는 중국인 왕징위(20)와 연락했다는 이유로 두 차례 쓰촨성 경찰에 체포당했다고 말했다.

왕징위는 2019년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영상을 중국 소셜미디어 앱 ‘더우인'(틱톡의 오리지널 버전)에 공유했다가 중국 관영언론에 ‘지명수배자’로 낙인 찍혔다.

충칭시 경찰 당국은 왕씨에게 ‘분란 조장’ 혐의를 적용하고 충칭에 있는 왕씨의 부모를 압박해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 중국 귀국 시 즉각 체포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왕징위는 현재 네덜란드에 망명을 신청한 상태다.

[왕징위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쩡한샤오의 결의 선언 영상]

쩡씨는 정의감에 왕씨를 돕기 위해 나섰다고 했다. 그는 2020년부터 트위터를 시작했는데, 주로 중국 공산당에 의해 입막음당한 사람들의 사연을 올리고 이들을 응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트위터는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됐지만, 쩡씨는 인터넷 방화벽 돌파 프로그램을 입수해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해외 소식도 찾아봤다. 여기에는 중국에서 차단된 에포크타임스와 파룬궁 정보사이트 밍후이왕의 정보도 포함됐다.

쩡씨는 “나는 고등학교만 졸업했지만, 민주주의를 원한다”며 “해외 사이트를 접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중국이라는 나라를 중국인에게서 가로챈 도둑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에포크타임스, 밍후이왕 등의 글을 읽으며 중국 공산당의 추악한 면모를 알게 됐다. 특히 중국 공산당이 파룬궁 수련생들의 장기를 적출해 이식수술용으로 팔아넘기며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충격을 받았고, 이런 정권은 더 이상 존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왕씨의 사연을 알게 된 후에는 왕씨와 그의 부모를 위해 ‘옳은 말’을 참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에 지난해 9월 자신의 트위터에 “왕징위와 그의 부모는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며칠 뒤인 9월 10일 광위완시 국가안전부 요원들에게 체포돼 둥바 파출소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치장에서 하룻밤은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 날 국가안전부 요원들은 쩡씨를 충칭시 공안국으로 보냈고 충칭시 공안국은 그를 구치소에 가뒀다. 쩡씨는 4개월간 수감됐다가 풀려났다.

감옥에 갇힌 동안, 쩡씨는 이상한 요구를 받기도 했다고 했다. 경찰은 쩡씨에게 깃발을 든 채 한 남성과 사진을 찍도록 요구받았는데 깃발에는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쓰여 있었다는 것이다.

쩡씨는 사진 촬영 후에는 ‘송환법 반대 운동을 위해 홍콩에 간다’는 진술서에 서명을 하도록 강요받았고, 이를 거부하자 경찰로부터 욕설을 듣고 구타를 당했으며 화장실 사용이 금지되는 처벌을 받았다고 했다.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억지로 진술서에 서명한 후 정씨가 알게 된 사실은 자신과 함께 사진을 찍은 남성이 왕씨의 아버지였다는 것이다. 경찰은 왕씨에 대한 혐의를 조작하기 위해 자신과 왕씨의 아버지를 이용한 것이었다.

쩡씨는 이후 자신의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고, 광위안쉬 중구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아버지가 100만 위안(약 1억 9천만원)의 뇌물을 쓴 후에야 넉 달 만에 풀려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게 첫 번째 체포였다.

두 번째 체포는 올해 1월이었다. 쩡씨는 넉 달의 수감생활을 겪고나자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오히려 더 불타올랐다고 했다. 이에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국 민주화 인사들과 연락을 주고받았고 올해 1월 10일 에포크타임스 취재진과 연락이 닿았다. 쩡씨는 당시 왕징위의 아버지에 관한 내용을 전했고, 이 내용은 중문판으로 기사화됐다.

쩡씨는 “기사가 나가고 1월 말 충칭시 경찰에 다시 체포됐다. 이번에는 구치소가 아니라 흑감옥에 한 달 정도 갇혔다가 다시 구치소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흑감옥은 중국 정보기관이나 경찰 혹은 지방정부가 임의로 비밀리에 운영하는 ‘사설 감옥’이다. 주로 정부 비리를 폭로하는 인사를 재판이나 기소 절차 없이 마음대로 수감하기 위해 마련한 곳이다.

쩡씨는 “흑감옥에서는 거의 매일 몽둥이와 전기 충격기로 괴롭힘을 당했다”며 자신을 고문한 인물로 충칭시 교도관 탕웨(唐鉞)와 샤오보(肖波) 등 두 사람을 지목했다.

정씨는 흑감옥과 구치소에서 두 달간 갇혀있다가 지난 1일 충칭시 구치소에서 거주지인 광위안시 구치소로 이감됐다.

광위안 구치소에서는 여자경찰인 뤄민(羅敏)이 쩡씨를 괴롭혔다. 쩡씨는 뤄민이 자신의 바지를 벗긴 뒤 다양한 방법으로 수치심을 느끼도록 했으며, 그 후에도 닷새동안 수갑을 채워 온갖 방법으로 고문하고 지난 6일에야 풀어줬다고 했다.

풀어주었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쩡씨는 “뤄민은 나에게 매일 하루 일과를 온라인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공안국을 방문해 대면 보고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쩡씨는 “솔직히 (공산당 비판을 멈추고)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제(7일) 경찰이 부모님을 체포하러 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삼촌을 통해 어머니는 머리채를 휘어잡히고 아버지는 빰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 사건으로 쩡씨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다. 삼촌에 따르면, 친할머니는 쩡씨 부모가 체포된 일에 충격을 받아 뇌출혈로 쓰러졌고 8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부모와는 연락이 끊어졌다.

쩡씨가 9일 죽음을 불사하고 자유와 공산당 타도를 외치겠다고 결심한 것은 이 같은 참사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사는 인생은 무의미하다. 그들은 여전히 학대하고 있다. 매일 보고하고 매주 보고하라고 한다. 이대로 짐승처럼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죽더라도 용감하게 정면으로 맞서 싸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에포크타임스 취재진에게 마지막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기자님께 중국 공산당 온라인 탈당 센터에 내 이름으로 탈당 신청을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나”라고 지난 1월 인터뷰 당시 부탁했던 일을 언급하며 “그 이후로 마음이 많이 가벼워진 것 같다. 탈당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라는 사악한 집단과 철저하게 선을 그었고, 그 악랄한 조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9일 광저우 주재 미국 영사관 앞에서 “공산당 타도”를 외치다 끌려갔다는 소식통의 제보를 끝으로 쩡씨와는 연락이 두절됐다.

왕씨는 이 소식을 접하고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공산당은 정말 너무 심하다”며 “막다른 길에 몰린 듯한 그 심정을, 나 역시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나 역시 정말로 그들과 맞서 싸우고 싶다. 중국에 사는 많은 이름 없는 청년들도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왕씨는 작년 4월 5일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편을 통해 터키에서 미국으로 입국하려 했으나, 두바이에서 환승하던 도중 현지 경찰에 ‘종교 모욕’ 혐의로 체포됐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두바이에 압력을 넣어 신병을 인도받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후 미국 국무부와 미국 내 중국 민주화단체, 국제인권단체의 도움과 언론 보도에 힘입어 왕씨는 작년 5월 27일 두바이 경찰로부터 석방됐으며, 출발지인 터키로 송환됐다.

왕씨는 이후 약혼녀 등의 도움으로 우크라이나를 거쳐 네덜란드에 입국했으며,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이 기사는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중국취재팀인 구샤오화, 가오먀오차이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