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쓰촨성 화학공장 일대 자욱한 연기·악취…가스 누출 논란, 당국은 부인

류지윤
2020년 08월 26일 오후 4:45 업데이트: 2020년 08월 26일 오후 5:06

중국의 화학공장 인근에서 악취를 동반한 희뿌연 연기가 일대를 뒤덮으면서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오전 중국 쓰촨성 러산(樂山)시 우퉁차오구의 화학공장에서 가스 누출이 의심되는 자욱한 연기가 일대를 덮어 주민들이 한때 황급히 대피했다.

정체불명의 연기가 일대를 덮자 놀란 주민들이 탈출을 시도하면서 도로가 마비되고 교통사고가 잇따르는 등 큰 혼잡이 벌어졌다. 주민들의 탈출 행렬에 일부 상점은 가게 문을 닫았다.

지역 주민들은 에포크타임스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점 주인은 “18일 오전 7시쯤 악취가 심하게 났다. 마스크를 쓰고도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냄새 때문에 “호흡 곤란이 오기도 했다”고 했다.

오전 9시께 가족들과 탈출을 시도한 그는 긴박했던 상황 탓에 가게 문을 닫을 시간조차 없었다.

그는 “주민들이 도로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많은 차량 사고가 발생하는 등 혼란스러웠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무섭고 두렵다.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자신을 태워준 주민에 대해서도 “절대 잊지 않겠다”면서 감사함을 표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업고 일대를 빠져나오는 데 몇 시간이 걸리던 와중에 차량 한대가 와서 자신과 부모님을 안전한 곳으로 태워줬다는 것이다.

그는 오후에 필수 물품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안전한 상황인지 판단할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전화 인터뷰 도중 울음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한 그는 “당초 화학공장을 주택가 근처에 세우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도 무시하고 건설이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우퉁차오구에서 가장 인접한 화학공장은 3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냐는 지적이었다.

또 다른 주민도 혼란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가 난 화학 공장에서 2km 떨어진 니우화촌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에포크타임스에 이날 오전 9시께 “누군가 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다고 외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면서 그 즉시 일어나 대피했다고 했다.

이 여성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연기가 너무 강했다”면서 “도로는 매우 혼잡했고 대중교통도 막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기와 악취 소동에 러산시 거리를 배회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쓰촨성 친척 집으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우퉁차오 일대에 화학공장이 많은데 이 중 3곳이 허방(和邦)그룹 소속”이라고 했다. 중국 쓰촨성 쯔양시에 위치한 허방그룹은 화학, 가죽, 광업 등의 분야가 주력사업인 대기업이다.

이어 “매일 밤 공장에서 발생하는 불쾌한 냄새 때문에 많은 주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많은 주민이 폐암과 호흡기 질환 등 심각한 질병을 앓았다”고 주장했다.

에포크타임스는 해당 주장을 독자적으로 검증할 수 없었다.

가스 누출에 대한 숱한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주민과 지역 당국의 입장은 엇갈렸다.

주민들은 소동이 발생하기 전날부터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며 가스 누출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한 몇 년 전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국은 가스 배출이 안전기준 범위 안에 있었기 때문에 가스 누출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당국의 해명에도 주민들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우퉁차오의 한 남성은 에포크타임스와 전화 통화에서 “이 지역은 거의 매일 같이 자극적인 가스와 짙은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날은 유독 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누출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와 달리 “가스 누출이 실제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학공장에서 한 번 이상의 가스 누출이 있었다. 전에도 폭발이 일어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남성은 이날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대피하면서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우퉁차오에서 가장 큰 화학공장인 해방 생화학공장 주변에는 밀집 주거지역이 있었고, 용샹 화학공장과 푸화 화학공장은 고등학교와 마주 보는 위치에 세워졌다.

이처럼 위험 물질을 대량 생산하는 화학공장이 주민들의 거주 장소와 밀접하게 붙어있어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지 주민에 따르면 이들 공장은 도시 전체를 뒤덮는 자극적인 가스를 방출한다.

에포크타임스는 가스 누출에 대해 확인하고자 우퉁차오 지방 정부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다만, 당국은 웨이보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을 통해 염화수소, 염소, 암모니아,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화학 물질이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렵게 연결된 니우화촌의 한 공무원은 가스 누출과 관련해 “관련 안내문을 받지 못했고 마을 사무소에서는 연기를 볼 수 없었다”며 사고 발생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상당수 현지 네티즌들은 지방 당국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네티즌은 “몇 시간째 공중에서 연기가 자욱했는데, (당국은) 아직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 우스꽝스러운 건 공무원이 가스가 누출되지 않았다면서 헛소문이라고 주장한 것”이라며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유해물질로 알려진 트리클로로실레인(이하 실레인) 누출을 의심하고 있다.

한 지역 주민은 인터넷 게시물에 “실레인 누출이 의심된다”며 “가스가 폭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하루속히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화학전문가 리모씨는 실레인 누출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리씨는 “실레인은 대기 중 수분에 반응해 희뿌연 연기 같은 염화수소 가스를 방출한다”면서 이는 “우퉁차오 지역에서 관측된 짙은 연기 사진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주민들이 묘사한 썩은 달걀 냄새에 대해서는 유황 화합물의 냄새일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