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인권법에 반발하지만…무역합의에 목매는 상무부는 ‘침묵’

리무양(李沐陽)
2019년 12월 2일 오후 7:23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9

뉴스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 시간)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에 서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28일 오전 외교부 등 중국 정부기관은 일제히 비난성명을 내며 “반격하겠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반격 조치는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의 홍콩 시위대 탄압도 제동이 불가피해졌다. 당 지도부가 탄압을 지시해도 중간 관리층에서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 미국의 제재는 큰 리스크다. 상당수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미국 등 해외에 재산과 가족을 옮겨놨기 때문이다.

상무부의 침묵도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 인권법’ 서명으로 미중 무역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중국 상무부는 모른 척 하는 눈치다.

중국 공산당 중간관리층 “반격하겠다”는 공언(公言)은 ‘공언(空言)’

홍콩 인권법이 제정되자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를 선두로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국방부 등 7개 정부기관이 같은 날 비난성명을 냈다.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실은 “미국이 정면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고 국방부는 “미국의 난폭한 내정간섭과 홍콩 교란 행위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관영 언론 역시 9시간에 걸쳐 관련 보도를 51차례나 쏟아냈다.

기세 만으로는 전쟁이라고 불사할 듯했지만 구체적인 조치는 아직까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위협에 대해 “심각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공허하다”고 꼬집었다.

“보복하겠다”는 중국의 위협은 최근 몇번 있었다. 미국 정부가 캐나다에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 체포를 요청했을 때, 중국 기관·기업 2곳을 수출거래 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렸을 때다.

그러나 실제 행동으로 옮겨진 적은 없었다. 보복을 공언한 자들은 모두 ‘손발’들이었다. 베이징의 ‘몸통’들은 지금까지 무게감 있는 반응을 한번도 보인 적이 없다.

미중 무역합의에 목매는 중국 상무부는 ‘침묵’

가오펑(高峰) 상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각) 베이징 상무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홍콩 인권법이 미중 무역협상에 미칠 영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더 공개할 내용이 없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오히려 “무역협상이 여전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서 “법안을 제출한 미국 의원들의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입국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중국의 저명한 문화학자이자 평론가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우쭤라이(吳祚來)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그렇게 하면 미국과 단교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법안 제출에는 상하 양원 의원들이 다수 참여했고 대통령이 서명했기 때문이다.

상무부가 미중 무역협상을 무산시키기는 커녕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다.

우선, 중국의 경제상황이 심각하다. 무역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 미국은 다음달 15일 중국산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중국 경제는 더는 압박을 견딜 수 없고, 경기 둔화는 공산당의 통치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경제학자들이 내년 중국 경제 흐름을 예측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계속 바닥을 치고 경제성장률은 6%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도 28일 “내년 GDP(경제성장률)가 6% 이하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그룹 UBS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후이판(胡一帆)은 “5.7%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제조업은 투자가 탄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고, 인프라 건설만으로는 투자를 이끌 수 없다. 내수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중국 서민층은 구매력이 없다. 10월 수출은 연 0.9% 감소했고, 지난 10개월간은 전체적으로 6.8% 하락했다. 후이판은 “경제를 이끌 3두마차(투자‧소비‧수출)가 내년에도 꺼져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GDP가 1%포인트 하락하면 약 180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가 계속 추락하면 주머니에 돈이 없고, 먹고살 길이 없는 중국 서민들은 ‘변화’를 원하지 않을까? 이런 우려를 당 지도부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외부적 경기하락 요인을 줄여 정권 안정을 꾀해야 할 상황이다.

런던대 동양-아프리카학 학교의 중국연구소(SOAS China Institute)의 스티브 창(Steve Tsang) 소장은 “무역협상 타결은 중국인에게 너무 중요해 어떤 일에도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창 소장이 말한 중국인은 일반 대중이라기보다는 권력층에 가깝다.

왕융(王勇) 베이징대 교수도 “미국의 (홍콩 인권법) 제정은 미중 무역협상에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돼지고기 공급부족도 중국 정권으로서는 심각한 고민거리다.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돼지고기는 중국인의 주요 먹거리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무역전쟁에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동안 미국산 돼지고기 대신 러시아산을 수입했다. 더 비싼 값을 치른 것도 모자라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산을 일으키는 사태악화를 초래했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돼지 살처분 두수는 100만 마리다. 그러나 미국 농무부는 지난 4월 중국의 돼지두수 감소 수량을 약 1억3400만마리로 추산했다. 약 1억마리가 도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돼지고기 부족 사태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중국에선 ‘돼지 값을 못 잡으면 나라가 바뀐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주요 돼지고기 수입국이었다. 미국산 돼지고기는 생산량이 중국 다음으로 많은 데다 품질이 좋고 가격까지 싸다.

이러한 두 가지 측면에서 중국 지도부는 미국에 전혀 반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 서명 전 자신의 트위터에 영화 ‘로키’의 주인공 실베스타 스탤론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올린 것은 의미심장하다.

중국 정권이 처한 상황을 모두 알고 있으며, 마지막 펀치를 날릴 준비를 마쳤음을 알리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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