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하나의 중국’ 훈계에 반발한 인도 네티즌 “경축, 대만 국경절”

한동훈
2020년 10월 10일 오후 3:25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2:26

중국 대사관이 인도 언론사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라는 경고서한을 보냈다가 현지 언론인들과 누리꾼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인디안 익스프레스 등 인도 유력지들은 지난 7일 대만 국경절(10·10) 경축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에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에 관한 기사와 사진이 담겼다.

해당 광고는 대만 대표부(인도 주재)가 의뢰한 것으로, 신종 코로나(중공 바이러스) 사태로 매년 열던 경축 리셉션 대신이었다.

또한 인도 방송 지(Gee)는 해외 채널을 통해 약 25분 분량의 대만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방송과 광고가 나가자 중국 대사관(인도 주재)은 이날 해당 언론사에 항의서한을 보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했다”고 경고했다.

서한에서는 “인도 언론은 중국 문제에서 인도 정부의 방침을 따라야 한다”며 “대만을 ‘국가’ 또는 ‘중화민국’이라고 부르지 말아야 하며, 대만 지도자를 ‘총통’이라고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도 언론인들은 즉각 반발했다.

지 뉴스 특파원 시드한스 시발(Sidhant Sibal) 등은 중국 대사관이 보낸 서한을 트위터에 공개하며 “중국 공산당이 대만 국경절에 대한 보도를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누리꾼들도 대만을 편드는 행동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트위터 등에 대만 국경절 광고 사진이나 인도와 대만 국기를 나란히 보이도록 합성한 사진을 제작해 올렸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네린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밀크티 동맹'(Milk Tea Alliance)을 맺는 모습을 그린 풍자 만화도 공개됐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왼쪽)과 인도 나렌드라 모리 총리가 ‘밀크티 동맹’을 맺는 모습을 그린 풍자화 | 트위터 캡처

밀크티 동맹은 홍콩, 대만, 태국의 반독재, 민주주의 세력 간 연대를 의미한다. 3국이 밀크티를 마신다는 공통점에 착안한 명칭이다. 인도 역시 밀크티를 즐기는 국가다.

인도-중국은 지난 5월 발생한 국경충돌로 인해 수십 년 만에 가장 긴장된 상태에 있다.

독일에 본부를 둔 해외 망명 중국 민주화단체인 ‘민주중국전선’ 주석인 친진(秦晉) 박사는 “인도 모디 정부의 중국 공산당과 정부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국민여론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인도인들은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대만이라는 좋은 동지를 발견했다. 그래서 대만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게 됐다”고 전했다.

인도는 중국과 정상회담 때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에 대한 공감대를 나타내왔지만, 10년 전부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원자바오 전 총리의 인도 방문, 2013년 리커창 총리 방문 때 발표한 두 차례의 양국 공동성명에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당시 현지 언론은 중국이 카슈미르 지역에서 인도와 대립하면서 파키스탄에는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협력을 강화하자, 인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파키스탄 편을 들면서 인도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카슈미르는 인도-파키스탄, 인도-중국 간 영토 분쟁 지역이다. 이번에 인도-중국 간 영토분쟁이 일어난 곳도 카슈미르 내 라다크 지역이었다.

재미 중국정치 평론가 란수(藍述)는 “지금까지 대만 문제에서 ‘선’을 넘은 외국 기업, 개인은 중국 공산당의 격렬한 반응에 부담을 느껴 사과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더 힘센 미국이 대중 강경책을 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이 수그러드는 모습이 무척 잦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본 다른 국가의 정부, 기업도 “중국에 약하게 보일수록 무시당한다는 걸 서서히 알게 됐다. 중국의 경제적 압박과 국가안보를 저울질해보며, 강약조절을 하며 대응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도와 호주가 그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한편, 인도 외무장관은 지난 6일 미국, 일본, 호주 외교장관들과 함께 도쿄에서 ‘쿼드'(Quad∙4자) 회의를 열고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당초 중국에 맞서는 인도·태평양판 나토(Nata) 탄생이 예상됐지만, 인도와 일본이 중국 자극에 난색을 표하며 공동성명 발표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란수는 “중국과 경제적 관계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일방적인 친중 행보보다는 정부와 민간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변수를 만드는 것이 대중 외교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요령”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