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푸정화·쑨리쥔에 사형 집행유예…장쩌민 계열 숙청

남창희
2022년 09월 23일 오후 7:11 업데이트: 2022년 09월 23일 오후 7:34

푸정화 전 사법부장, 뇌물수수 혐의로 사형 유예
하루 뒤 쑨리쥔 전 공안부 부부장에도 같은 선고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을 확정 지을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사법·공안 계통 인사들에게 잇따라 중형을 선고했다.

두 사람 모두 장쩌민 계열 사법·공안 계통 고위층 출신이라는 점에서, 시진핑 측이 당 대회에 앞서 반대 세력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장쩌민 계열은 시진핑 진영에 있어 당내 최대 라이벌이다.

22일 관영 중국중앙(CC) TV에 따르면, 이날 지린성 장춘시 중급인민법원은 쑨리쥔(52) 전 공안부 부부장(차관급)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뇌물수수, 주가 조작, 총기류 불법 소지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사형 유예는 유예기간이 끝나고 무기징역으로 형을 낮춰주는 처벌 방식이다. 무기징역으로 변경된 후에는 추가 감형이나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다. 사실상 종신형이지만 사형에 준할 정도로 엄벌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법원은 또한 쑨리쥔이 6억4600만 위안(약 1280억원) 상당의 뇌물을 챙겼으며 전액 국고로 환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법원은 전날 푸정화(67) 전 사법부장(법무장관 격)에게도 뇌물수수와 사익 추구 등 위법 혐의가 인정된다며 사형,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푸정화 전 중국 사법부장 | 연합뉴스

푸정화는 직권을 이용, 자신과 친인척을 통해 총 1억1700만 위안(약 232억원) 상당의 뇌물을 거둬들인 것으로 사법당국은 보고 있다. 그가 축적한 불법 재산 역시 국고로 전액 환수될 예정이다.

푸정화와 쑨리쥔 두 사람은 같은 사법·공안 계통 고위직이라는 사실 외에 장쩌민의 최측근 멍젠주 전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의 직속 부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음 달 16일 열리는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장쩌민 계열에 보내는 명백한 경고 신호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푸정화 사형 유예 선고에 이어 바로 다음 날 쑨리쥔 사형 유예 선고가 이어졌다는 점이 매우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진다.

푸정화는 장쩌민 계열이긴 하지만, 시진핑의 반부패 사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시진핑의 눈도장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2010년 베이징시 공안국 부국장, 국장을 거쳐 2013년 공안부 부부장에 올랐으며 2015년부터 중국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위원직을 겸임하고 2018년 사법부장(법무장관 격)에 임명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년 만인 2020년 돌연 경질됐고, 2021년에는 퇴직 후 맡아오던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에서도 해임되며 무성한 추측을 일으켰다.

궁금증이 해소된 것은 올해 4월이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전월(3월) 푸정화가 당적과 공직을 박탈당하는 최고 수준의 징계인 ‘쌍개(雙開)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 사유에는 쑨리진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번에 사형 유예가 선고된 쑨리쥔은 지난해 9월 이미 쌍개 처분을 받았다. 당시 이례적으로 상세한 기율위반 항목이 공개됐는데 “정치적 야심이 극도로 크다”, “시진핑 핵심이라는 원칙 위반”, “당내 패거리 조직” 등이었다.

이는 쑨리쥔이 공안부 2인자 권력을 이용해 베이징에서 시진핑의 권력 기반을 흔드는 작업을 해왔음을 시사한다. 이는 장쩌민 계열이면서도 시진핑의 총애를 받았던 푸정화가 단번에 내쳐진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푸정화는 또 다른 중대 사건에 관한 중요한 증거를 제공해 사형 집행을 면하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어떤 사건인지에 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푸정화는 고위 부패관리(호랑이) 사냥을 실행한 동시에 중국 온라인에서 공산당과 지도부에 비판적인 네티즌, 언론인, 유명 논객을 단속하고 탄압해 민심의 원성을 사온 인물이다.

그는 또한 장쩌민이 설립한 비밀 경찰조직 ‘판공실 610호’의 책임자를 겸임하면서 중국 내 심신수련단체인 파룬궁 수련자를 납치, 고문한 사건에도 깊이 개입해 지난 2015년 7~9월 중국에서 300명이 넘는 인권 변호사와 사회 활동가를 체포한 이른바 ‘709 사건’을 지시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한편, 푸정화 이외에도 쑨리쥔의 ‘정치 조직’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사법·공안 관계 고위 간부 3명이 지난 21일 형을 선고받았으며 앞서 9일에는 유옌핑 전 공안부 부부장이 체포됐다.

모두 쑨리쥔을 중심으로 한 공안 조직 내 장쩌민 계열 숙청설을 뒷받침하는 동향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