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초미세먼지, 주중 美 대사관이 직접 측정했더니 ‘깜짝’

강우찬
2021년 04월 24일 오후 11:16 업데이트: 2021년 04월 24일 오후 11:17

중국 당국이 발표한 대기오염 수치와 주중 미국 대사관이 직접 측정한 수치는 같을까?

미국 하버드대와 보스턴대 연구팀이 지난 21일 공개한 공동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 수치는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만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중국 지방당국에서 대기오염 수치를 조작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날 미 폭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제공하는 대기오염 수치는 과학적 측정이 아니라 지방관료들의 입김에 따른 결과물이었다.

하버드-보스턴대 공동 연구팀은 지난 2015년 1월~2017년 6월 베이징·선양·상하이·광저우·청두 등 5개 도시가 제공한 공식 관측소의 PM2.5(초미세먼지) 측정 수치 데이터를 입수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같은 기간 중국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 직접 측정한 PM2.5 수치 데이터와 비교한 결과 “중대한 차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측소와 주중 미국 대사관이 각각 측정한 대기 중 PM2.5 수치는 평상시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대기오염이 심각한 날에는 차이가 벌어졌다.

관측소의 측정 수치가 미 대사관이 측정한 수치보다 더 낮았던 것이다. 이는 중국 당국이 오염이 심한 날, 대기오염 수치를 실제보다 낮추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PM2.5는 지름이 2.5㎛ 이하의 먼지로 폐암과 천식, 심장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이 보고서는 공개된 21일은 ‘세계 지구의 날’이자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중국 당국의 대기오염 수치 조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베이징 시 당국은 시민들이 체감상 느끼는 오염도와는 영 딴판인 수치를 발표해 원성을 샀다.

당시 미국은 PM10(지름 10㎛ 이하 먼지)과 PM2.5 수치를 함께 공개했지만, 중국 환경부는 PM10만 측정·발표해 대기오염 실상을 은폐했다.

중국인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중국 환경부는 그해 12월 30일 관련 규정을 개정해 PPM2.5 농도를 측정대상에 포함시키고 측정소 운영을 개시했다.

이번 하버드-보스턴대 공동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대기오염 수치를 공개하고 대기질을 개선하기로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중국 당국의 데이터 조작이 “확인하기 어려운 형태”로 가해진다고 꼬집었다.

과거에는 조작이 획일적이었지만 현재는 대기오염이 심할 때만 알아채기 어렵게 낮춘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중국 지방관료들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같은 일을 벌이고 있으며, 별다른 지원 없이 책임만 강조하고 처벌 위주의 정책을 펴는 중앙정부가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중국 지방정부 관료들이 정확한 수치를 상급기관에 보고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다른 관료들과 입을 맞추거나 거짓으로 보고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전했다.

덧붙여 외국 관측기관이나 중국의 일반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대기오염 수치에 대해 항상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