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초등학교서 무지성 세뇌교육시켜 논란

김정희
2022년 03월 22일 오후 4:19 업데이트: 2022년 03월 23일 오후 1:51

중국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세뇌교육 장면을 찍은 영상이 눈길을 끈다. 교사들이 아직 어린 학생들을 자기 말에 복종해야 하는 병정으로 훈련시키고 있는 것.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정치적 주장까지 주입시켜 공산주의 중국의 단면을 엿보게 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틱톡의 원조)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1교시 시작 전 ‘워밍업’ 활동을 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이 업로드됐다. 이 영상에서 교사는 학생들을 향해 “너희는 누구의 군인이냐”라고 물었고 학생들은 입을 맞춰 “당신의 군인”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을 교육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명령대로 따르는 무지성 복종의 대상으로 보는 견해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워밍업 이후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교사의 발언에서 그대로 입증됐다.

목소리를 보아 여성으로 추정되는 교사는 화면 밖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형과 동생”에 비유했다. 적국(미국과 나토)과 손잡으려는 못된 동생 우크라이나를,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보살폈던 형 러시아가 어쩔 수 없이 혼내주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동생인 우크라이나가 형에게 대들게 된 것은 ‘m국'(미국)이 뒤에서 부추긴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그 원인을 미국에 돌렸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탓이라는 중국 관영언론들의 논조와 그대로 일치하는 대목이다.

이어 한 학생이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는 평화로운 세상이 아닌 평화로운 나라(중국)에 살고 있다”며 애국주의를 선동하는 발언을 선창했고, 다른 학생들은 양손을 얼굴 앞쪽으로 들어 흔들며 “조국에 감사드린다, 조국의 품에서 우리는 너무 행복하다”고 외쳤다.

중국의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양손을 얼굴 앞쪽으로 들어 흔들며 “조국에 감사드린다, 조국의 품에서 우리는 너무 행복하다” 외치고 있다. | 웨이보

정권과 국가, 이념이 개인 위에서 군림하는 전체주의 색채가 강하게 베어난 영상의 댓글에는 “아이들을 잘 교육하고 있다”, “기특하다”는 칭찬 일색이었다.

해당 교사가 어떤 의도로 영상을 찍고 올렸는지, 촬영 장소나 일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발언으로 미뤄보아 촬영 일자가 2월 말~3월 초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개인 채널의 인기를 위한 영상일 수도 있지만 일종의 여론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평론가 리옌밍(李燕銘)은 “자기 나라에 대한 충성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을 비난하는 주장을 주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심어주는 일종의 반미교육”이라고 지적했다.

리옌밍은 에포크타임스에 “어린아이들을 내세운 영상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라며 “방송과 신문 통제만으로도 부족해 교사가 아이를 교육하는 형태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국민 세뇌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단독으로 벌이는 것이 아니라, 중·러 연합이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푸틴은 서방의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주요국 지도자로서 개막식에 참석했다. 또한 개막식 전 중국과 러시아는 정상회담을 통해 서로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국제사회에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를 ‘혼날 대상’으로 몰고가는 논리에는 “대만 침공을 정당화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꼼수가 숨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영상에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우크라이나가 “구 소련의 군사 유산을 물려받아 20세기 후반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면서 군사력을 포기하고 서방에 손내밀다가 패가망신했고 이제 토벌당해야 할 토호세력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중국을 비판해온 미국 언론인 크리스 채플은 “교사는 ‘배신한 동생을 형이 응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아이들에게 주입한다. 아이들은 물론 영상에 칭찬 댓글을 쓰는 어른과 청년들 역시 은연중에 이 논리를 받아들이게 된다. 형·동생 구도는 중화인민공화국(중공)과 자유중국(대만)에도 대입된다. 대만 침공의 명분을 국민들 상대로 설득하려는 의도가 담긴 영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