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천인계획 덫 걸린 하버드대 前 학과장, 거액 수수 시인

2021년 12월 21일 오후 3:25 업데이트: 2021년 12월 21일 오후 5:39

중국과의 관계를 숨긴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하버드대 화학과 전 학과장이 중국 정부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를 시인한 사실이 최근 공개됐다.

연방법원은 지난 17일 찰스 리버(63) 전 학과장에 대한 심리 중 배심원단의 판단을 위해 그가 중국 정부 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증거물로 공개했다.

리버 전 학과장은 중국 여행 비용을 제외하면 중국 대학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왔으나, 이 영상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증거물을 내밀자 곧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체포 직후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에서 리버 전 학과장은 FBI 요원들이 그가 지난 2011년 우한기술대와 체결한 계약서 사본 등을 제시하자 “이제야 생각이 난다. 기억난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미국 나노기술의 선구자인 리버 전 학과장은 중국과의 관계를 숨기고 정부 자금을 지원받은 혐의로 지난해 1월 말 전격 체포돼 기소됐다.

외국의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다만, 미국 정부는 납세자의 세금이 들어간 연구기금을 지원을 신청할 경우 연구자에게 외국과의 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리버 전 학과장은 미국 국방부와 국립보건원(NIH)이 1500만 달러를 투입한 연구에 참여했으나, 동시에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 )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천인계획은 ‘해외 우수 인력 유치 프로그램’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이해 충돌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의회에 제출된 보고서에서는 이를 일종의 산업 스파이 프로그램으로 지적하고 있다.

리버 전 학과장은 재직 기간 우한기술대로부터 150만 달러를 받고 중국에 연구실을 설립했다. 이는 천인계획에서 외국 학자들에게 요구하는 조건 중 하나다. 외국의 연구시설을 그대로 재연한 ‘섀도 랩’을 중국에 설립해 정상적으로는 빼돌리기 힘든 기술 베끼기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리버 전 학과장은 1년 중 9개월을 우한기술대를 위해 연구하는 조건으로 매월 5만 달러의 급여를 받았고, 2012~2017년 사이 15만 달러의 생활비를 추가로 받았다. 또한 우한 기술대 이름으로 특허를 내고 논문을 발표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지도를 받은 중국 학생들을 통해 기술 유출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리버 전 학과장은 FBI 요원들이 증거를 내민 뒤에야 “내가 이런 짓을 했다는 것조차 믿을 수 없다”, “내 실수다. 명백한 내 실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FBI 녹취록에 따르면, 리버 전 학과장은 받은 급여 절반을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중국 은행에 보관해왔으나 최근 건강 악화 등으로 인해 20만 달러의 잔고를 거의 사용하지 못한 채 수년간 방치해 오고 있었다.

리버 전 학과장은 천인계획 참여 동기를 금전적 이익이 아니라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낙수효과’를 언급하며 자신의 연구가 다른 사람들의 연구를 이끌어내 이렇게 확보한 명성을 기반으로 노벨상 수상도 꿈꿨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손잡은 것을 후회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2015년 6월 우한기술대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2018년에는 우한기술대 홈페이지에 자신이 연구를 지도하는 인물로 소개된 점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의 메일을 동료 연구자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는 17일 법원 심리를 앞두고 제출한 답변서에서 “어젯밤 이번 사건에 대한 걱정으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과오를 바로잡고 싶다는 심경을 밝혔다.

중국의 산업 스파이 행위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해 7월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중국과 연계된 산업스파이 행위가 10년간 1300% 증가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에바 푸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