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리자동차’ 차세대 브랜드 되나?

FAN YU
2016년 12월 20일 오후 4:59 업데이트: 2019년 10월 23일 오후 5:22

신규 자동차 회사인 링크앤코(Lynk & Co)가 최근 출시한 SUV ‘01’은 에어비엔비를 통한 쉐어하우스처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기 자동차를 임대할 수 있는 내장형 공유 버튼을 보유했고, 인터넷과도 연결돼 있다.

링크앤코의 신규 SUV와 그 이후 출시될 차량들은 최신 하이브리드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이용해 실용성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예정이다. 테슬라모터스(Tesla Motors)와 비슷하게 링크앤코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차량 구매가 가능하다. 링크앤코는 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히 하며 밀레니얼 세대를 목표로, 폭스바겐과 피아트를 주요 경쟁업체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만 들어보면 링크앤코의 성공을 믿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링크앤코는 BMW 또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소속된 다임러(Daimler)AG의 새로운 메인 브랜드일까?

아니다. 링크앤코는 중국기업 지리(Geely Holding Group Co.)의 신규 자동차 브랜드다.

볼보사 인수

최근 지리는 스웨덴기업 볼보와 런던의 한 택시회사를 인수했다. 또, 지리는 중국 내에서 뉴 링크앤코 01을 제조해 2018년 판매할 예정이다. 쿠페형 세단 ‘02’의 출시도 멀지않았다.

하지만, 신차를 중국에서 제조하지만 링크앤코는 유럽식 디자인과 설계를 브랜드 핵심 셀링포인트로 삼고 있다. 현재 링크앤코의 차량 디자인은 기존 볼보와 포드에서 경력을 쌓은 산업 디자이너 피터 호버리가 전담하고 있다.

지리는 자동차산업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지리는 3년 전 스웨덴 예테보리에 CFVT(china euro vehicle technology)를 설립했다.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간 스웨덴 자동차회사 사브 전 총책임자 매트 파게헤그를 구심점으로 기존 볼보의 엔지니어가 충원된 CFVT 연구소는 기존과 완전히 다른 차량 플랫폼을 개발, 곧 출시될 볼보 컴팩트카에 적용 예정이다. 차량 구동방식도 전기모터 또는 3 또는 4실린더 터보를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링크앤코라는 명칭이 패션브랜드 같아 보이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오펠(Opel)과 볼보의 전 CEO이자 현재 링크앤코 CEO인 앨리언 비저는 SUV ‘01’ 모델을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 칭하며, 세련된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IT기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설정하고 있다.

링크앤코의 웹사이트는 밀레니엄 세대의 사진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링크앤코에 관해’ 탭을 누르면 ‘링크앤코의 본질은 IT’와 같은 문구가 많이 보인다. 그래서, 웹사이트는 자동차 제조업체보다 디지털 홍보 업체와 매우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또한, 링크앤코는 기존의 자동차 딜러 네트워크 또는 언론 광고를 일절 진행하고 있지 않다. 즉, 고객을 유치할 때 소셜미디어에 중점을 두고, 웹사이트를 통해서 영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

중국내 시장에서 약 53만대의 자동차 판매량을 기록한 지리는 민간기업이라 중국에서 기득권을 형성한 대형 국영 자동차회사들에 비해서는 아직 역부족이다. 2015년 기준 중국내 시장점유율도 2.6%에 불과하다.

중국 국내 시장에서 지리는 저렴한 노프릴(no-frills) 자동차를 제조하고 있다. 볼보 인수합병 후에도, 중국 내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거의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다.

R&D 노하우를 제공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합작투자가 없는 관계로, 지리는 제3의 자동차 제조사를 인수하거나 자체기술 확보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지리는 인수합병에 힘을 실어 2010년에 오랫동안 재정위기를 겪었던 볼보를 15억 달러에 인수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사업실패를 겪었고, GM과 크라이슬러도 정부 주도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지리는 다른 중국회사들과 다른 접근방법을 취하고 있다. 지리는 볼보 인수합병 후에 핵심기술을 중국으로 이전했다. 해외 브랜드를 자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발판 정도로만 활용한 것이다. 오히려, 지리는 볼보를 자체적으로 회생할 수 있게 내버려뒀고 개입을 최소화했다.

지리는 볼보의 스웨덴 내 생산 및 설계 시설을 그대로 둔 채 중국 R&D 투자에 110억 달러를 들였다. 신규 자본 지원 덕에 볼보는 정체된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주자로 부활하게 됐다. 2015년 기준으로 볼보는 신차 ‘XC90’ SUV를 앞세워 자사 역사상 최초로 연간 판매량 50만 대를 기록했다.

회사 전략은 ‘고진감래’

링크앤코가 본격적으로 영업 시작 전 지리는 유럽에서 첫 제품을 출시하는 데 무려 8년을 기다렸다. 실제로 유럽 자동차회사를 인수 합병한 첫 번째 중국기업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전통적인 중국기업과 달랐던 지리는 ‘고진감래’를 모토로 삼았다. 지리는 포드 모터스가 소유하던 시기동안 자금지원을 제대로 못 받은 볼보의 엔지니어와 기술전문가들을 유출 없이 완전히 포섭했다. 또한, 지리는 테슬라(Tesla Motors)의 최신 영업 전략과 일류 자동차들의 네트워크를 연구해 온라인 기반 유통모델을 탄생시켰다.

일부 비평가들은 링크앤코 출시를 두고, 쿠오로스(Qoros Auto Co.)와 JMC(Jiangling Motor Corp.)처럼 유럽에 진출해 실패한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비유했다. 그러나 링크앤코를 파악해보면 기존 중국 자동차회사의 사례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 자동차시장에 뛰어든 중국 자동차회사들은 방향부터 잘못됐다. 예를 들어, JMC의 랜드윈드 X7 SUV 모델은 랜드로버(Land Rover)의 레인지로버 이보크(Range Rover Evoque)를 베낀 제품에 불과했다. 결국, 지난 6월 랜드로버는 디자인저작권 도용혐의로 JMC를 고소했다.

게다가, 기존 업체들은 유럽시장에 관한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중국 유명 자동차회사들의 차종을 수입하더라도 시작부터 잘못 꿰어진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제조기술 역량이 높아지더라도, 중국제 제품들은 실제와 상관없이 싸구려 이미지를 벗어나지 모하고 있다. 하지만, 링크앤코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역대 중국 자동차업체 중 가장 높다. 지리가 볼보의 부품 공급 플랫폼에 기반을 두었다는 사실 때문에, 조립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링크앤코를 두고 여러 기업, 산업, 아이디어들이 혼합된 잡탕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링크앤코의 사업 모델과 비전을 보면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정확히 읽어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경쟁업체들은 링크앤코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보고서에 따르면, BMW와 다임러AG는 유럽 소비자들의 SUV ‘01’모델에 대한 반응에 이미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