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앙정법위, 코로나 취재 시민기자 재판 조종…국가안전부장 주도

정향매
2023년 04월 27일 오후 3:02 업데이트: 2023년 04월 27일 오후 3:02

중국 공산당 고위층이 코로나19 사태를 폭로한 자국 시민기자 팡빈(方斌)에 대한 재판을 배후에서 조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팡빈은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서 바이러스 초기 확산 실태를 외부에 전한 시민기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2020년 2월 초 우한시의 한 병원을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한 후 공안 당국에 체포됐고, 그 이후 3년 넘게 소식이 두절됐다. 

이번 달 18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한시 공안 당국은 지난주 ‘팡빈이 이달 30일 출소한다’고 그의 가족에게 알렸다”고 보도했다.  

며칠 뒤인 23일 인터넷상에는 ‘피고인 팡빈의 분란 조장 및 선동 사건에 대한 법적 처리 의견’ 제하 문건이 공개됐다. 해당 문건은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법률위원회(정법위) 천이신(陳一新) 위원이 승인하고 바이사오캉(白少康) 정법위 부비서장이 심의한 후 2022년 4월 7일 궈성쿤(郭聲琨) 당시 중앙 정법위 서기에게 제출된 문건이다. 문건 좌측 상단에는 ‘기밀(機密)·장기(長期)’라고 표기돼 문건의 기밀 등급과 보존 연한 등을 명시했다.

4월 23일 인터넷상에 유출된 중국 공산당 중앙 정법위 기밀문건. | 인터넷 사진

문건에 의하면 중국 최고인민법원(최고재판소)은 팡빈 안건에 대해 중앙 정법위에 처리 의견을 요청했다. 중앙 정법위는 최고인민법원, 국무원 공안부, 후베이성 정법위의 의견을 수렴한 후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팡빈이 우한 팬데믹 상황을 보도한 것은 ‘국가 정권 전복 선동죄’에 해당한다. 다만 그가 미국 AP 통신 등 외신과 인터뷰를 한 상황을 고려해 이번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적대 세력’이 ‘우한 팬데믹 진상을 공개한 시민을 탄압한다’는 구실로 우리를 공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정치 문제는 비(非)정치적인 문제로 바꿔 처리하는 원칙에 따라 팡빈의 행위에 ‘분란 조장 및 선동죄’를 적용해 징역 3년형을 선고할 것을 권한다”고 제시했다. 

중국 중앙 정법위의 기밀문건이 유출된 날 중국 인권 사이트 ‘유권망(維權網)’은 판빙 안건에 대한 후베이성 우한 중급인민법원의 2심 형사 판결문을 공개했다. 작성 날짜 2022년 8월 26일로 표시된 해당 판결문에는 “판빙은 우한 팬데믹 확산 관련 허위 사실 조작, 휴대전화로 영상 촬영, 인터넷과 VPN(가상 사설 네트워크)을 통해 해외 사이트에 공개해 다수 조회와 댓글을 유도했다. 1심에서 ‘분란 조장 및 선동죄’를 인정해 징역 3년형을 선고한 것은 적당하며 2심도 원심을 유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유출된 중국 공산당 고위층 기밀문건에 대해 유권망은 “중국 당국은 매번 이른바 ‘정치 문제를 비정치적인 문제로 바꿔 처리하는 원칙’을 양심수에게 적용한다. 이는 중국 공산당 당국이 여론의 비난을 회피하고 인권 수호자들을 박해하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수단이다”라며 “이번 안건에 대한 처리는 중국 중앙 정법위가 직접 조종했다. 법원은 장식품일 뿐이고, 이른바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따른 국가 통지)’이라는 구호는 웃음거리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네덜란드로 망명한 중국 반체제 인사 린성량(林生亮)은 미국의소리(VOA) 중문판에 “중국 공산당 체제 내 인사가 고의로 기밀문건을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팡빈은 중국 관리들이 감히 밝히지 못하는 진실을 외부에 전했다. 그들(공산당 간부)도 진실한 정보의 수혜자이기 때문에 팡빈을 엄벌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반 시민들은 팡빈을 영웅으로 여긴다. 이런 상황에서 팡빈을 엄벌하는 관리는 분명 많은 비난을 받을 것이기에 지방 사법 관리들은 오랫동안 팡빈에 대한 재판을 미뤘었다. 최근 판결문과 고위층 내부 문건이 동시에 폭로된 것은 분명 중국 공산당 내부 갈등이 존재한다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 정법위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더불어 당과 정부의 감찰 부문을 지휘하고 중앙군사위원회와 함께 인민무장경찰을 지휘하는 부서다. 중국 내에서 국무원 법무부장이나 최고인민법원 원장 등을 통솔하는 사법 부문 정점에 서 있다.  해당 문건 작성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천이신 총경감은 국무원 국가안전부장을 겸하고 있다. 국가안전부장 취임 전에는 후베이성 중국 공산당위원회 부서기, 우한시 서기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