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난하이 고위층은 미국산 백신 접종” 문자 메시지 논란

류지윤
2021년 04월 14일 오후 2:45 업데이트: 2021년 04월 14일 오후 4:30

“중난하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미국 백신을 접종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 직원이 보냈다고 알려진 문자 메시지가 중국의 백신 접종률이 더딘 이유를 알려준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당 메신저는 주미 중국대사관 직원이 군 고위층 자녀에게서 들었다며 가족에게 전한 내용이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앙정치국 위원, 중앙경호팀 전원이 미국 백신을 접종했다. 그리고 중앙판공청 사람들도 모두 미국 백신을 접종했다. 중난하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미국 백신을 접종했다.”

“베이징의 한 간부가 국무원 기관 사무 관리국에서 일하면서 불평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그러자 조직은 그를 찾아가 불평하거나 당의 규율을 위반하는 어떠한 말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들이 미국산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업무상 필요해서라는 것이다.”

이상은 재미 중국학자 우줘라이(吳祚來)가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캡처해 올린 한 메신저 화면에 담긴 내용이다.

불신의 벽에 가로막힌 중공의 백신 접종률

공산주의 중국(중공)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률은 5%가 못 된다.

중공 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자국 백신 접종 건수는 지난 12일 기준 1억7천만 회다.

중공 지방 당국은 계란, 상품권 등을 내걸고 백신 접종을 홍보하고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산 백신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신감이다.

“지금까지 10번 이상 유독성 백신 사건이 있었다. 창춘창성(長春長生·창성바이오)은 가짜 백신을 만들었다. 임상 3상 데이터 없는 백신을 나더러 맞으라고? 그걸 맞기에는 내 기억력이 너무 좋다.”

창춘창성은 지린성 창춘시에 본부를 둔 중국 2위 백신 제조사였지만, 지난 2018년 영유아 35만9천 명이 맞은 이 회사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이 불량 백신으로 드러나고, 회사 운영진과 중공 당국의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되면서 임원들은 구속되고 회사는 몰락했다.

한 중국 네티즌이 SNS에 쓴 이 글은 중공 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신감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장기간 누적된 사건들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드러낸다.

중공 관리들이 자국 백신을 이런저런 핑계로 회피했다는 소식도 중국인들의 불신감에 불을 지켰다.

중국 온라인에 떠돌고 있는 랴오닝(遼寧)성 타이안(臺安)현의 한 지역 관리 65명의 백신 접종자 명단에는 단 3명만 백신(중국산)을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온라인에 떠돌고 있는 랴오닝(遼寧)성 타이안(臺安)현의 한 지역 관리 65명의 백신 접종자 명단 | 웨이보

나머지 62명은 모두 제각기 이유가 있었다. 고혈압, 당뇨병이 있다거나 한약(중국 전통의학 한약)을 장기간 복용한다는 거부 사유가 적혀 있었다. 빈혈, 알코올 중독이라는 사유도 있었다.

백신 접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도 정작 시진핑 등 중공 지도부는 접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

한 네티즌은 “만약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앞장서서 국산 백신을 접종한다면 계란 5근(2.5kg)보다 훨씬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필리핀 대통령 경호부대, 중국 백신 맞고도 무더기 감염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은 지나간 경험과 현재의 ‘감’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백신 외교의 ‘수혜’를 받은 국가에서 전해오는 백신 효능에 대한 부정적 소식들도 있다.

마닐라 타임스 등 필리핀 현지 언론들은 지난 8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경호실(PSG) 소속 경호부대 군인들 45명이 중공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올해 초부터 경호부대 내 누적 확진자는 126명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작년 12월 말에는 필리핀 경호실 군인들과 몇몇 정부 관리들은 중국산 백신을 몰래 들여와 접종한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앞줄) | 로이터 연합

시노팜 백신으로 알려진 이 백신은 필리핀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밀수품이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대통령 경호부대 군인들이 중국산 백신 접종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작년 12월 밀수입한 중국산 백신을 접종한 군인들일 가능성이 크다.

당시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도 경호팀이 밀수입한 중국산 백신을 접종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대통령 경호라는 특수한 임무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중국산 백신을 맞고 예방효과를 얻지 못한 외국 주요 인사는 또 있다. 중공과 밀접한 키르기스스탄의 외교관이 중국산 백신을 맞고도 중공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키르기스스탄 주재 중공 대사관 홈페이지에는 “4월 2일 키르기스스탄 전 보건부 대변인 엘레나 바야리노바의 SNS 게시물에 따르면 외교부 바크티야르 샤키로프 부영사가 중국이 지원한 신종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했다”며 “그의 죽음은 백신과 무관하다”는 글을 올렸다.

중공 대사관은 백신이 그의 죽음을 초래하지 않았다는 것을 주장하려고 했겠지만, 이 같은 게시물은 불신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깊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