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운동 100개 도시로 확산

강우찬
2022년 08월 22일 오후 4:00 업데이트: 2022년 08월 22일 오후 4:13

중국에서 아파트 구매자들의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움직임이 100여 개 도시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중공 바이러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의 영향으로 하락한 중국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부터 중국 일부 도시에서는 건설공사가 멈춘 미완성 아파트 구매자들이 “공사가 재개될 때까지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보이콧하겠다”는 성명을 온라인에 발표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주택이나 아파트, 사무실을 완공 전 분양 판매할 수 있다. 이런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완공 전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시작한다.

그러나 가계 자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부동산이 폭락하는 데다 자금난에 빠진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건설공사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불안감에 휩싸인 아파트 구매자들은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지난 7월 7조8천 억 규모의 예금이 석 달간 인출중단돼 막대한 피해를 입은 예금주 수천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던 허난성 정저우에서는 같은 달 미완공 아파트 단지 소유자들이 현지 은행과 정부 관리에 대출금 상환 중단을 경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8월 말부터 대출금 상환을 중단하겠다”며 아파트 건설공사 재개를 촉구했다. 개인으로서는 개발업체를 상대할 수 없고 은행과 정부 관리의 관심을 끌 수도 없는 상황에서 미완공 아파트 단지 소유자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같은 달(7월) 중국 중부 후난성의 미완공 아파트 단지 소유자들 역시 현지 관리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생활고를 호소하며 “더는 매달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감당할 수 없다”며 상환 거부를 통보했다.

RFA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깃허브(GitHub)의 크라우드소싱 리스트인 ‘위 니드 홈(We Need Home)’에 따르면 공사 중단으로 피해를 본 아파트 구매자들이 집단으로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중단했거나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사례는 115개 도시에서 총 327건에 달한다.

매체는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대출금 상환을 중단했다”는 한 구매자의 목소리를 전하며 중국인들이 주택 구매를 위해 은행대출과 함께 친척들에게도 돈을 빌린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개발업체가 자금난에 빠진 가운데, 건설이 중단된 아파트를 보는 구매자들의 심정은 타들어 가고 있다. 분양가의 20~30%를 계약금으로 내고 이후 주택담보대출으로 빌린 억대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상황에서 아파트 입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시멘트벽이 그대로 노출된 미완공 아파트에서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데도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건설 중단 장기화의 피해자들이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USC)의 중국전문가 프랭크 셰(謝田) 교수는 “주택담보대출 납부를 거부하는 구매자의 상당수는 예금을 저축해 아파트를 구매할 정도의 중산층”이라며 “중국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한 계층”이라고 말했다.

셰 교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중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확산되면 은행과 금융권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중국 주식시장에서는 선전시에 본사를 둔 핑안은행의 주가가 급락했다. 7800만 위안(약 152억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이 상환되지 않은 것이 주요인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 은행권에 ‘자금난으로 아파트 공사를 중단한 부동산 개발 기업에 1조 위안(195조원) 규모의 대출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